아이가 고등학교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성적이 무너졌습니다. 중학교 때는 잘했습니다. 학원도 꾸준히 다녔습니다. 달라진 것이 없는데 왜 그럴까요.
학원이 바뀐 걸까요. 선생님이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견인줄이 끊긴 겁니다.
중학교 때 학원이 끌어줬던 힘으로 달렸던 아이는 혼자 달려야 하는 순간 멈춰 섭니다. 엔진이 없기 때문입니다. 견인줄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겁니다.
남이 차려준 밥상만 먹어온 성우
중학교 2학년 성우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꽉 짜인 학원 스케줄을 소화했습니다.
바빴습니다.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런데 "오늘 뭘 배웠니?"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성우의 가방을 살펴봤습니다.
"성우야, 학원에서 나눠준 요약 노트 말고 네가 직접 정리한 노트는 어디 있어?"
"학원 선생님이 다 정리해 주시는데 굳이 제가 왜 해요? 그냥 이거 외우기만 하면 되는데요."
성우는 남이 차려준 밥상만 먹어온 아이였습니다. 재료를 고르는 법도, 불을 켜는 법도, 간을 맞추는 법도 몰랐습니다.
학원이 모든 것을 해줬으니까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순간, 밥상이 사라집니다. 그때 성우는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스스로 요리하는 법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을.
엔진은 거창한 게 아니다 — 딱 세 가지 질문이다
자기주도학습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으면 됩니다.
"나는 지금 왜 이걸 읽고 있지?"
목적 없이 읽는 아이와 목적을 아는 아이는 같은 글을 읽어도 다른 것을 가져옵니다. 목적이 있는 아이는 관련 정보를 빠르게 낚아챕니다.
"지금 내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나, 튕겨 나가고 있나?"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아이는 멍하게 읽지 않습니다. 막히면 멈춥니다. 이해됐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계속 갑니다.
"이해가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전략을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는 막혀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시 읽거나, 참고서를 찾거나, 질문을 남겨둡니다.
이 세 가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것. 그것이 자기주도학습의 전부입니다. 엔진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이 세 가지 질문입니다.
혼자 하는 공부와 스스로 하는 공부는 다르다
많은 부모님이 자기주도학습을 '혼자 하는 공부'로 오해합니다.
아닙니다. 혼자 하는 공부는 그냥 고립입니다. 모르는 게 나와도 물어볼 수 없고, 막혀도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하는 공부는 다릅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면서 하는 공부입니다. 막히면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공부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아는 공부입니다.
엔진으로 달리는 아이는 진흙탕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타이어를 점검하고 경로를 수정합니다. 필요하면 잠깐 멈추고 지도를 꺼냅니다. 그리고 다시 달립니다.
이 능력이 있는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도 공부합니다. 학원이 없어도, 선생님이 바뀌어도, 낯선 문제가 나와도.
부모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견인차의 운전사 역할을 내려놓으십시오.
계획을 짜주고, 스케줄을 관리하고, 무엇을 언제 공부할지 결정해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견인줄입니다.
견인줄이 있는 한 아이의 엔진은 켜지지 않습니다. 켤 필요가 없으니까요.
부모의 역할은 조력자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려고 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것. 틀린 계획을 짜도 바로 고쳐주지 않고 경험하게 해주는 것. 막혔을 때 답을 주는 대신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생각해 주는 것.
이 역할의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보면 답답합니다. 틀린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보면 고쳐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을 견뎌야 합니다. 그 시간이 아이의 엔진을 켜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