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객사에서 펼치는 왕비 체험 프로그램
얼마 전 KBS 2TV 월화 드라마로 “붉은 단심”이 방영되었다. 이준과 강한나가 주연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실제 주인공은 단 7일 간의 왕후에 머문 단경왕후이다.
조선 왕후로서 가장 짧은 왕후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단경왕후에 대한 체험 활동을 순창에 가면 할 수 있다. 10월 말까지 진행되니 지금 신청을 해도 체험 가능하다.
이러한 체험이 가능한 것은 단경왕후가 순창에 많이 사는 신 씨이기 때문이다. 순창에는 3대 성씨로 ‘신, 설, 양’을 꼽는다. 이 중 신 씨는 신숙주의 동생 신말주가 사육신 사건 이후에 순창으로 내려와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자리를 잡아 순창에 뿌리를 내렸다. 조선의 산줄기를 제대로 갈라놓아 지리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신경준도 그의 후손이다.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왕으로 세웠던 중종반란은 중종이 된 진성대군의 부인인 단경왕후를 권자에서 물러나게 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으며 역사상 가장 짧은 왕비의 자리에 앉게 된 이상한 기록도 세우게 되었다.
이유는 반정을 시도한 사람들이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왕으로 세웠는데 단경왕후 신씨가 바로 연산군의 처남인 신수근의 딸이었다는 것이다.
신수근은 삶과 죽음의 기로, 오욕과 영광의 짧은 순간에 반정에 가담하는 것을 거절함으로써 딸의 신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연산군이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켜 파멸의 위기에 놓인 호남과 영남에서 연산군을 몰아내고 진성대군을 왕으로 옹립하려는 기세가 커지자 연산군 측근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도 함께 파멸할 것을 두려워하여 먼저 모반을 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들이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 등이었다.
중종반정을 모의한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 등이 신수근에게 같이 모반에 합류할 것을 종용했다. 신수근이 모반에 가담하면 사위가 왕이 되고 딸이 왕비가 되는 순간이었다. 기회주의자이거나 욕심에 눈이 멀었다면 주공인 연산군을 버리고 반란군에 가담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수근은 매형인 연산군을 배반할 수 없다하여 가담을 거절했다.
모반은 시간을 다툰다. 왕의 측근에게 모반이 누설이 되었으니 삶과 죽음이 촌각에 달린 것이다. 그날 즉시 신수근은 반란군에 의해 처단이 되었다. 그리고 연산군은 권자에서 쫓겨나고 진성대군이 왕으로 옹립되어 중종이 되었다.
그러나 바로 문제가 발생하였다.
신수근은 연산군의 측근으로 모반을 거절하였기 때문에 죄인이 되었다. 성공한 반란군 쪽에서 보면 역적이 된 것이다.
모반을 주도한 세력들이 죄인의 딸을 왕비로 세울 수 없다고 제재에 나선 것이다. 주도권은 이미 반정의 세력 하에 있었다. 중종은 조강지처를 버릴 수 없다고 거절했으나 ‘종사의 대계로 보시고 종사가 지극히 중하니 승낙하라고’ 청하니 중종도 어쩔 수 없이 ‘종사가 중하니 어찌 사사로운 정을 생각하겠느냐’며 허락했다.
단경왕후 신 씨는 바로 궐 밖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왕후에는 모반의 주동자인 박원종의 조카 딸 장경왕후가 간택되었다.
마치 12‧12사태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태가 그때에도 있었던 것이다.
중종도 진성 대군으로 있을 때에 고락을 함께 해온 신 씨를 잊지 못했다. 중종반정이 일어나던 날, 군사들이 진성대군의 집을 에워쌌다. 평소에 연산군으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받던 진성대군은 드디어 죽을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하고 자결을 하려 하였다. 이때에 신 씨가 상황을 살펴보자며 밖으로 나가 보니 군사들의 말머리가 밖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대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판단하고 자결을 만류하였다고 한다. 그런 부인이었기에 중종은 자주 신 씨의 처소가 보이는 산의 바위에 올라 바라보곤 하였다. 그것을 알고 신 씨가 마당에 평소에 입던 붉은 치마를 걸어놓았다. 그래서 중종이 붉은 치마를 바라보던 바위를 치마바위라 불렀다 한다.
왕후가 되었을 신 씨는 궐 밖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 채 외롭고 처량한 삶을 이어가다가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왕후에 복귀한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난 영조 때였다.
조선의 역사상 가장 짧은 7일간의 왕후라 하지만 사실은 하루도 왕비로 앉아 있는 날은 없었다. 7일이라는 기간은 새로운 왕비가 선정될 때까지의 기간일 뿐이다. 왜냐하면 왕비 책봉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봉식이 이루어져야 정식 왕비가 되는 것이다.

순창군에서는 순창 객사에서 2022년 생생문화재 활용사업으로 “7일의 왕비 단경왕후 옥천지관에서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을 문화재청과 전라북도, 순창군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문화재아웃리치연구소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옥천지관(玉川之舘)이란 순창 향교의 객사의 오른쪽에 있는 동대청에 걸려 있는 현판의 이름이다. 1914년에 중건을 하면서 내걸은 현판이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10월까지 상당히 긴 기간을 두고 진행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번쯤 단경왕후가 되어 보는 것도 동병상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