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누가 바람을 보았나? 크리스티나 로제티

Who Has Seen the Wind? Christina Rossetti (1830-1894)

작성일 : 2022-09-05 09:51 수정일 : 2022-09-05 11:08 작성자 : 정석권 기자

Who Has Seen the Wind?

Christina Rossetti (1830-1894)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I nor You:

But when the leaves hang trembling

The wind is passing thro'.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you nor I:

But when the trees bow down their heads

The wind is passing by.

 

누가 바람을 보았나?

크리스티나 로제티

 

누가 바람을 보았나?

나도 당신도 보지 못했지.

그러나 나뭇잎 살랑거릴 때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있지.

 

누가 바람을 보았나?

당신도 나도 보지 못했지.

그러나 나무들 고개 숙일 때

그 곁으로 바람이 지나가고 있지.

<누가 바람을 보았나>는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동시집에 실려 있는 시로서, 쉬운 어휘와 단순하고 간결한 리듬의 시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많은 시가 그렇듯 쉽고 단순하면서도 세상의 진리를 전달하는 깊은 울림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릇 깊은 진실은 어렵고 복잡하게 표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어려운 전문용어를 쓰거나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무게 잡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제대로 진실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뭔가 다른 숨은 의도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어쨌거나 이 시는 바람을 보았니? 너도 나도 보지 못했지, 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일상적이며 순진한 대화로 시작됩니다. 1연의 1행과 2행은 단순한 외부의 현상과 인간의 감각행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즉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이고 바람 자체는 우리의 일상적인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1연의 3행과 4행에서 나뭇잎이 흔들거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그 사이로 지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우리의 정신작용, 즉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2연의 3행과 4행에서 나뭇가지가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 화자는 바람이 그 곁으로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 또는 감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선불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인종법사의 이야기와 상통하는 면이 있는 듯합니다. 선종의 6조 혜능이 5조 홍인의 법을 계승한 뒤 오랜 은둔생활을 끝내고 세상에 나올 때의 이야기입니다. 인종법사가 『열반경』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바람에 깃발이 흔들림을 보고, 어떤 승려는 “깃발이 흔들린다.”고 했고, 다른 승려는 “바람이 흔들린다.”고 논쟁을 했다고 합니다. 그 때 혜능이 일어나서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란 영화의 시작부분에서는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장면과 함께 다음과 같은 선문답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제자가 스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일 뿐이다.”

 

이 영화는 불신, 배반, 복수로 이루어지는 암울한 분위기이지만, 바람과 나뭇가지와 마음을 내세워 전하는 메시지는 아마도 그 모든 비극은 결국 마음이 빚어낸 것이라는 것,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위험하고 연약하고 불안한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는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은 모두 우리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하며, 그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만이 세상의 아름다움, 세상의 역동성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며, 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의 표현방식이라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빌려서 쉽게, 그리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림: 김 분임

평화 53.0 x 40.9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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