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곗바늘을 20분 앞당겨 놓고

세월은 20년쯤 뒤로 밀어놓고

작성일 : 2022-09-28 06:53 수정일 : 2022-09-28 09:30 작성자 : 이용만 기자

 

 

 

내 방의 시계는 시곗바늘이 20분 빠르게 간다.

그래서 외출할 일이 있으면 전에 출발하던 때보다 먼저 출발한다.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늦은 것 같았는데 늦지 않은 일이 생겼다.

처음에는 10분만 빠르게 해 놓았다. 그런데 10분 정도로는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20분을 빠르게 가게 해놓았더니 모든 일에 여유가 생겼다.

 

약속 장소에 늦어서 허겁지겁 도착한 사람과 미리 가서 여유를 부리는 사람은 다르다. 미리 가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여유가 생기면 가는 도중에도 둘레둘레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별일이 생기면 잠시 멈추어서 구경을 하고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세월도 좀 앞당겨 놓으면 어떨까?

그래서 문자 시계를 일 년을 앞당겨 놓았다. 금년이 2022년인데 2023년으로 숫자판을 돌려놓았다. 일 년을 앞서서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내년의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조금은 신기하기도 했다. 내년의 오늘에 내가 이런 일을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놓았더니 시계 판의 요일도 다르고 음력도 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되어서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로 현재 위치로 돌려놓았다.

 

요즘 어떤 글을 읽다가 눈에 번쩍 뜨이는 글을 보았다.

1979년에 하버드 의과대학 랭어(E Langer) 교수는 별난 실험을 했다. 어느 마을의 75세 노인 16명을 모아서 20년을 되돌린 1959년의 세계로 되돌아가게 한 실험이었다. 환경도 1959년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고 TV도 그때의 흑백 TV로 바꾸어 놓고 모든 프로그램을 그때의 것을 방영했다. 뉴스도 그때의 것을 나오게 했다.

 

그 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표정이나 행동이 달라졌다. 몸매마저 달라졌다. 훨씬 젊어져 버린 것이다. 말이나 행동이 힘이 있고 허리가 꼿꼿해지기도 했다. 기억력 테스트에서도 기억력 수치가 올라갔다. 20년 전의 자기 모습을 찾으려 했고 20년 전에 자기가 했던 일을 하듯이 일을 적극적으로 행하였다.

 

이거 괜찮은 일이다.

지금보다 20년이 젊어진다면 엄청 젊어진 것이다. 없던 힘이 생긴다.

지금의 나이에서 20을 빼고 내 나이를 계산하여 책상 앞에 써 붙였다. 2022에서 20을 빼니 2002년이다.

 

 

그해에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6월 한 달 동안을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때다. 서둘러 축구 응원을 나가야겠다. 금암동 사거리 전북일보 빌딩의 TV 화면을 보면서 응원을 했었다. 화면이 펼쳐지고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코치, 이운재, 홍명보,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이천수 선수들이 보인다.

“대한 민국! 짠짠 짜자잔!”

그때의 일을 생각하니 힘이 난다. 그 힘으로 살아가자.

 

또 그해에는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임실을 떠나 들판 넓은 김제에서 교감 초년생이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던 때였다. 참 좋은 때였다. 생각만 해도 기운이 난다. 그때의 기운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시곗바늘을 20분 앞당겨 놓고 할 일을 조금 앞에 했는데 이제는 세월을 20년 뒤로 밀어놓고 생활을 해보니 이거 괜찮다. 그때의 기운이 난다. 

 

나의 어머니께서 허리가 굽으신 채 걸어 다니셨다. 누님이 하는 말이 자기도 자꾸 허리가 굽어지고 땅으로 머리가 숙여져서 이러다가는 어머니처럼 되겠다 싶어 허리를 세우고 머리를 들고 다녔더니 허리가 펴졌다고 했다.

 

엊그제 임실에서 전에 허리가 아파 서 있기가 힘들어서 시낭송을 할 때도 의자에 앉아서 낭송하던 사람이 꼿꼿이 서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주 못 걸어 다니겠다 싶어서 유모차를 버리고 기운을 내어 걸었더니 걸어지더라는 것이다.

 

전에 시낭송 반 수강생 중 평소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시낭송 반에 나오면서 지팡이 짚고 오는 것이 창피해서 지팡이를 놓고 왔더니 그런대로 걸을만하여 지팡이를 버리고 걸어 다닌다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 번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

일단은 시곗바늘을 20분 앞당겨놓자.

그리고 세월을 20년 뒤로 돌려놓고 행동하자. 이때에 명심해야 할 일은 절대로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년 전에 했던 행동을 재현하면서 힘을 내어 살아가자.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 보자. 지금보다 훨씬 싱싱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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