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나무 중 가장 사랑스러운, 벚나무가 지금. A. E. 하우스먼

Loveliest of Trees, the Cherry Now. A. E. Housman (1859-1936)

작성일 : 2022-10-14 15:58 수정일 : 2022-10-14 16:45 작성자 : 정석권 기자

Loveliest of Trees, the Cherry Now

A. E. Housman (1859-1936)

 

Loveliest of trees, the cherry now

Is hung with bloom along the bough,

And stand about the woodland ride

Wearing white for Eastertide

 

Now, of my threescore years and ten

Twenty will not come again

And take from seventy springs a score,

It only leaves me fifty more.

 

And since to look at things in bloom

Fifty spring are little room,

About the woodlands I will go

To see the cherry hung with snow.

 

 

나무 중 가장 사랑스러운, 벚나무가 지금

A. E. 하우스먼

 

나무 중 가장 사랑스러운, 벚나무가 지금

나뭇가지마다 만발한 꽃을 걸치고,

부활절을 맞아 흰옷을 입고서

숲속 승마길 옆에 늘어서 있네.

 

이제 내 칠십 인생에서

스물은 다시 오지 않으리.

일흔 봄에서 스물 빼면,

내게 남은 것은 오직 오십뿐.

 

활짝 핀 꽃 보기에

오십의 봄이 너무나 짧으니,

흰 눈이 걸려있는 벚나무를 보러

숲속으로 나는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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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봄에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벚꽃이 활짝 핀 모습은 눈이 부실만큼 화사하고 신기할 만큼 새로운 봄의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시의 첫 연에서 부활절을 맞아 흰옷 입은 것 같다고 하는 비유는 그 화사함을 강조하기도 하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부활의 의미를 생각하면 봄의 생명력을 환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숲속의 승마길에 피어 있는 벚꽃의 묘사는 말을 타고 지나갈 때 벚꽃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떠오르게도 합니다. 또 우리가 보는 풍경도 실은 지나치면서 보는 풍경이니 시간이 흘러가고, 흘러간 시간을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번째 연에서 등장하는 사람의 나이가 더욱 실감이 나는 듯합니다. 이 시의 화자는 현재 20살의 젊은이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칠십 평생으로 기준을 잡고 있습니다. 이 시의 화자는 벚꽃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이제 칠십 평생에서 이십 년은 지나갔으니, 벚꽃 구경도 오십 번 밖에 안 남았다는 셈법으로 상당히 관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스무 살 먹은 사람이 봄이 쉰 번 남았다고 하는 것보다는 쉰 살 먹은 사람이 봄이 스무 번 남았다고 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그 부자연스러움, 즉 젊은 사람이 세월 한탄을 하는 설정을 통해서 봄이 짧음을, 우리  의 인생이 유수 같음을 강조하고 하는 듯합니다. 봄은 환상과 같습니다. 봄도 벚꽃도 그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 곧 속절없이 가버리는 순간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 모티브를 사용하는 시로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떤 아름다움도, 어떤 사랑스러움도 영원한 것은, 아니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은 없나니,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최대한 느끼고 즐기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는 <카르페 디엠> 모티브를 더욱 확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행에서 “흰 눈이 걸려있다”라는 표현을 비유적으로 “흰 눈 같은 벚꽃이 걸려있다”라고 해석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읽을 수도 있고, 그렇게 해서 벚꽃이 피었다가 바로 지는 모습과, 흰 눈이 내렸다가 금세 녹는 모양을 함께 연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시에서 화자는 이미 벚꽃 구경을 하러 나온 것으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행의 “흰 눈”을 비유적이 아닌 직접적 묘사로 생각하면, 벚꽃이 활짝 핀 벚나무뿐만 아니라 흰 눈이 덮인 벚나무도 보러 가겠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장 벚꽃이 흐드러진 풍경뿐만 아니라, 겨울날의 하얀 눈 덮인 풍경, 그리고 덧붙이자면 여름의 신록, 가을의 낙엽 모두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확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아름다운 이 순간을 즐기자는 <카르페 디엠>을 넘어서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순간은 그 나름의 아름다움과 의미가 있다는 주제로 확장해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림: 김분임

화사하여라 53.0 x 40.9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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