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관련 임상근거는 아직 제한적… 고용량 섭취는 주의해야

레티놀은 피부에 바르는 성분으로 더 익숙하다. 주름과 탄력, 피부결 개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티놀을 먹는 형태의 제품을 접하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레티놀은 먹어도 피부에 도움이 될까.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를 살펴보면 답은 생각보다 신중하다.
레티놀은 원래 어떤 역할을 할까
먼저 레티놀은 단순한 화장품 성분이 아니다. 레티놀은 비타민 A의 한 형태로, 우리 몸에서 시각 기능과 면역 기능, 세포의 성장과 분화, 조직 유지 등에 관여한다. 비타민 A는 하나의 물질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여러 형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레티놀과 레티닐에스터 등이 미리 형성된 비타민 A에 해당하며 베타카로틴과 같은 일부 카로티노이드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건강보조식품국(ODS)도 비타민 A가 시각과 면역 기능뿐 아니라 세포 성장과 분화 등에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비타민 A와 피부의 관계를 연구한 자료는 오래전부터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먹는 레티놀과 바르는 레티놀은 같은 비타민 A 계열이라고 해서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바르는 레티놀은 피부에 직접 적용되는 반면, 먹는 레티놀은 소화·흡수 과정을 거쳐 전신으로 전달된다. 따라서 바르는 레티놀의 임상 결과를 그대로 먹는 레티놀의 효과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바르는 레티놀에는 주름 개선 연구가 있다
바르는 레티놀은 피부 노화와 관련한 임상연구가 비교적 많이 이루어져 왔다. 2007년 Archives of Dermatology에 발표된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시험에서는 평균 87세의 고령자 36명을 대상으로 0.4% 레티놀을 피부 한쪽에 바르고 다른 쪽에는 대조제를 적용해 24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레티놀을 바른 부위에서 잔주름이 유의하게 개선됐으며, 피부 조직에서도 비타민 A와 관련된 생물학적 변화가 관찰됐다.
하지만 이 연구는 바르는 레티놀에 대한 연구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레티놀을 먹으면 주름이 줄어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레티놀이라는 같은 계열의 성분이라도 투여 경로가 달라지면 체내에서의 흡수와 작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먹는 레티놀도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됐다
그렇다고 먹는 레티놀에 대한 임상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7년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는 2,297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이 발표됐다. 연구에서는 하루 2만5,000IU의 레티놀을 장기간 섭취하게 한 뒤 피부암 발생과의 관련성을 살펴봤다. 이 연구의 목적은 피부 미용이나 주름 개선이 아니라 피부암 예방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새로운 편평세포암 발생 위험은 감소했지만 기저세포암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는 먹는 레티놀이 사람의 피부와 관련해 연구돼 왔다는 자료이지만, 이를 일반적인 피부 노화 개선 효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먹는 비타민 A가 피부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살펴본 임상시험도 있다. 2023년 학술지 Cosmetics에 발표된 무작위 전향적 임상시험에서는 50세 이상 60명을 대상으로 경구 비타민 A와 비타민 E를 섭취하면서 바르는 레티노산 치료를 병행한 그룹과 바르는 레티노산만 사용한 그룹을 비교했다. 12주 후 피부 노화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점수는 두 그룹 모두에서 개선됐으며, 경구 비타민 A·E를 함께 섭취한 그룹에서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당시까지 먹는 레티놀이나 레티날 유도체가 피부 노화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평가한 임상연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연구 배경에서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 역시 먹는 레티놀만을 단독으로 사용한 연구는 아니다.참가자들은 모두 바르는 레티노산 치료를 받았고, 한 그룹에만 경구 비타민 A와 비타민 E가 추가됐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먹는 레티놀 자체의 주름 개선 효과가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6년에는 피부 질환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나왔다
최근에는 먹는 레티놀을 피부 질환에 적용한 연구도 발표됐다. 2026년 8월 Dermatology and Therapy에 발표된 다기관 무작위 전향적 연구에서는 경증에서 중등도의 광선각화증 환자 117명을 대상으로 하루 5만IU의 레티놀을 6개월간 섭취하게 하고 변화를 관찰했다. 레티놀 단독 섭취군에서는 6개월째 광선각화증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AKASI 지표가 19.3% 감소했고, 레티놀과 의학적 광보호를 함께 시행한 그룹에서는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연구 역시 일반적인 피부 미용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다. 광선각화증이라는 피부 질환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연구에 사용된 레티놀 용량도 하루 5만IU로 상당히 높다. 이는 일반적인 영양 보충을 위한 섭취량과는 거리가 있는 치료·연구 목적의 고용량이다. 따라서 이 결과를 일반인이 피부 미용을 위해 같은 용량을 섭취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특히 비타민 A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체내에 축적될 수 있어 과량 섭취할 경우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연구에서 효과가 나타난 용량이므로 많이 먹을수록 피부에 좋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연구진도 이번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밝혀졌을까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레티놀을 포함한 비타민 A가 우리 몸과 피부의 정상적인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바르는 레티놀은 피부 노화와 잔주름 개선과 관련한 임상연구가 존재한다. 반면 먹는 레티놀도 바르는 레티놀처럼 주름과 탄력을 개선한다고 단정할 만큼 충분한 임상근거가 쌓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먹는 레티놀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피부암이나 광선각화증과 같은 질환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있고, 피부 노화를 살펴본 연구에서도 다른 성분이나 국소 치료가 함께 사용된 경우가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정확한 표현은 먹는 레티놀이 피부를 포함한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에 필요한 비타민 A를 공급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지만, 일반적인 피부 노화나 주름 개선 효과가 바르는 레티놀처럼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타민 A는 많이 먹는다고 더 좋은 성분도 아니다. 비타민 A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 NIH ODS는 성인의 미리 형성된 비타민 A에 대한 상한섭취량을 하루 3,000㎍ RAE로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임신 중에는 고용량의 미리 형성된 비타민 A 섭취에 주의할 것을 안내한다. 따라서 먹는 레티놀 제품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제품 이름에 ‘레티놀’이 들어 있는지를 보는 것보다 어떤 형태의 비타민 A가 들어 있는지, 함량은 얼마인지, 그리고 그 효과를 직접 뒷받침하는 임상연구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시중의 이너뷰티 제품을 보면 레티놀 하나만 들어 있는 경우보다 콜라겐이나 비타민, 비오틴 등을 함께 넣은 제품도 많다. 그렇다면 먹는 레티놀과 콜라겐을 함께 섭취하면 각각 따로 섭취할 때보다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다음 칼럼에서는 레티놀과 콜라겐을 함께 섭취했을 때 실제로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살펴본다.
용어 풀이
레티놀(Retinol)
비타민 A의 한 형태다. 체내에서 여러 비타민 A 관련 대사 과정에 이용되며 시각, 면역, 세포 성장과 분화 등에 관여한다.
레티날(Retinal)
비타민 A의 한 형태로 시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체내에서 레티놀과 레티노산 사이의 대사 과정에도 관여한다.
레티노산(Retinoic acid)
비타민 A 대사체 가운데 하나다.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며 피부과에서는 일부 레티노이드 치료에 활용된다.
위약(Placebo)
임상시험에서 시험하려는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대조 물질이다. 예를 들어 레티놀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에서 한 그룹에는 레티놀을, 다른 그룹에는 레티놀이 들어 있지 않은 위약을 제공해 두 그룹의 결과를 비교한다. 이를 통해 시험 성분 자체의 효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
연구 참가자를 무작위로 여러 그룹에 배정한 뒤 시험 성분을 사용한 그룹과 대조군의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 방법이다. 치료나 성분의 효과를 평가할 때 널리 사용된다.
광선각화증(Actinic keratosis)
장기간 자외선에 노출되면서 피부에 생기는 거칠고 각질이 일어나는 병변이다. 일부는 편평세포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피부과에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한 피부 질환이다.
RAE(Retinol Activity Equivalents)
비타민 A의 활성을 나타내는 단위다. 레티놀과 베타카로틴 등 비타민 A의 형태마다 체내 이용률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