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 하늘이 청명한 시월, 주말을 맞아 미술관을 찾았다.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문화적 경험과 함께 모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어, 자연과 장시간 호흡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새롭게 단장한 미술관 모습에 예술적 감성이 되살아난다
오랜만에 찾은 미술관은 외관 로비에서부터 현대적인 감각으로 확 바뀐듯한 모습이다. 전시관에서는 <도화선>과 <장 마리 해슬리>전이 열리고 있다.
‘소호 너머 소호’라는 주제를 담은 <장 마리 해슬리>전을 먼저 방문했다. 시기에 따라 그의 예술세계가 펼쳐진다. 프롤로그/에필로그 <별의 순간들>부터, <뉴욕 미술현장 속으로>, <출발점으로의 귀환>, <신체, 알파벳으로부터>, <표현주의 미술의 해 실리적 전형>을 그의 전 생애에 걸쳐 담아냈다.
해슬리의 별의 순간들(Starry Moments),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
해슬리 작품세계의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그의 배경을 찾아본다. 그는 프랑스 알자스 출신으로 독일과 접경 지역에 위치한 광산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예술이 들어설 틈이 없던 그에게 원인 모를 투병기에 형이 사다 준 <반 고흐의 생애>는 구원의 빛을 비춰준다. 이후 파리 현대미술계로 진출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여러 미술을 체험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로 들어간다.
<별의 순간들>에서는 해슬리의 예술이 어느 순간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변주하며, 그 구원의 빛은 어디로부터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아카이브로 구성했다. 그의 드로잉, 작품 지도, 문짝에 그린 그림들 등, 작품 전개 과정을 주요 작품들과 같은 관점으로 끌어올려 전시장 한 면을 메웠다. 이러한 작품 전시 구성은 작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주요 작품들과 더불어 점점 더 중요시될 것 같다.
출발점으로의 귀환(Return to the Beginning), 표현주의 미술에 몰입하다
반 고흐의 작품세계는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 그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한층 더 심화시켜 나간 중요한 동기가 된듯하다. <우주>라는 작품에서 드넓은 우주의 공간 속으로 펼쳐지는 소용돌이치는 선들의 형상은 고흐의 소용돌이를 환기하면서, 그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담아낸듯 하다.
해슬리는 1970년대 뉴욕 미술현장의 흐름에 따라 제작했던 작품들에 환멸을 느낀다. 다시 화가로서의 출발점에 서서 자신의 구원이 빛을 찾아 고흐의 정신으로 새롭게 귀환한다. 그리하여 1980년대에는 자기만의 표현주의적인 작품들을 구축해 간다.
작품의 출발점을 볼 수 있는 <별의 순간들>부터 천천히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표현주의 미술의 해슬리적 전형>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그만의 독자적인 작품에 빠져든다.
도화선, 전북 미술의 맥을 잇다
<도화선>은 전북 미술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긋는 원로 작가의 작품을 기획한 전시다. 지역 미술을 밝히고 후대에 영향을 주는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주제와 매체, 접근 방식과 표현형식 등 모두 다른 작가들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전시다.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 경관을 담은 그림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특히 산과 나무의 곡선과 직선미가 빨간 노을빛과 어우러진 대자연을 담은 <산의 노을> 작품 앞에서는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 밖에 원숙한 작품의 미를 보여주는 여러 원로작가들의 독특한 화풍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고은 자태로 손짓하는 가을, 마음에 여유를 갖고자 한다면 모악산이 자리한 미술관은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작품 감상을 마치고 나면, 미술관 뒤의 둘레길을 산책하거나 모악산으로 가는 길의 대원사를 둘러봐도 좋을 것이다.
아름다운 전시를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이 있어, 이 멋진 가을날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