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육문화회관 수영장 옆 정원에는 추모탑이 하나 우뚝 서 있다.
순직교육자 추모탑이다.
청소년적십자사에서 세운 탑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세상을 떠난 순직 교사들의 넋을 달래기 위하여 세운 것이다.
앞면에는 빨간 십자가 표지 아래 “순직교육자 추모탑”이라는 글자가 한글로 새겨져 있고 그 아래 “스승님 감으신 눈망울에, 눈망울이 남기신 광망 속에 트이어온 역사여 길이 빛나라.”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우리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은 스승님의 가이없는 은혜에 보답코저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제정하였으며 이 탑은 영원히 스승의 날을 기념하며 스승과 제자의 새로운 윤리를 밝혀줄 것입니다. 내일의 조국의 인재를 기르기 위하여 한 목숨을 교단에 바쳤으되 이름도 알려지지 아니한 외로운 순직의 넋을 우리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의 손과 마음으로 여기 모시고 절하며 우러릅니다.”

후면에는 영세사표(永世師表)라는 글자가 한자로 새겨져 있고 그 아래 건립자: 전라북도 청소년 적십자단, 후원기관: 전라북도교육회, 전라북도 교육위원회라 쓰여 있다. 그리고 건립 연월일이 제15회 스승의 날인 1968년 5월 15일이라 새겨져 있다.
옆면에는 교육보국(敎育報國)이라고 한자로 새겨져 있다.
순직교육자 추모탑에 새겨진 내용을 요약하면 스승의 날을 제정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청소년 적십자단에서 제15회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1968년 5월 15일에 내일의 인재를 기르기 위하여 목숨을 바쳤던 순직 교육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하여 이곳에 추모탑을 세운다는 요지다.
어쨌든 전라북도 청소년 적십자단이 매우 뜻깊은 일을 한 것이다. 순직교사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애쓰다가 학교를 비롯한 교육현장에서 숨을 거둔 선생님들을 말한다. 그들은 보통의 열정으로는 현장에서 목숨을 버리지 못한다. 학생들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자기 몸을 던진 사람도 있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일을 하다가 쓰러진 사람들도 있다.
시대가 달라지고 스승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달라져도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스승이 없이는 배움이 어렵기 때문이다. 명문학교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결코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학교에 있는 학생과 선생님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었던 명문학교에는 자기 몸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들이 있었고 그를 따르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러기에 출중한 인재들이 연이어 나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우리 고장의 명문고등학교인 전주고등학교에서 10여 년을 학생들의 진학지도를 해오면서 수백 명을 서울대에 입학시킨 선생님 한 분이 아흔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발인 날 아침에 장례예식장이 검은 양복을 입은 제자들로 가득 찼다. 백 명도 넘는 제자들이 스승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모인 것이다. 그들 중에는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도 있었고 검판사들이 즐비하였다. 모두들 머리가 하얘진 사람들이었다.
흔히 정승 네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정작 정승이 죽으면 썰렁하다 하였다. 이것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다. 학생들을 위하여 몸 바친 스승과 제자 사이는 아니다.
전주시 진북동 전주교육문화회관 근방을 지나갈 일이 있거든 잠시 발길을 돌려 순직교육자 추모탑 앞에 서보자. 추모탑 앞에 서서 나를 가르쳐 주시던 스승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분의 가르침을 상기해 보고 내가 지금 제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자.
그리고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나라의 인재육성에 몸과 마음을 바쳤던 순직교육자들의 명복을 빌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