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완산동 곤지산 녹두관에 안장된 기막힌 사연
“때를 만나 세상이 힘을 모았는데
운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백성 사랑하는 길은 허물없으니
나라 위한 우국충절을 누가 알아나 줄까.”
녹두장군 전봉준의 절명 시다.
그때에 일본군 끌어들이지 않았었다면 서울까지 진격했을 것이고 ‘인내천’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전봉준의 절명 시는 지금도 가슴을 저리게 한다.
“성, 동학혁명 때에 동학농민군이었던 한 사람의 유골이 일본을 거쳐 완산칠봉 곤지산 녹두관에 있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요?”
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한 사람의 유골이 일본까지 갔다가 다시 와서 가까운 전주 곤지산에 있다니….
당장 신발을 신을 수밖에 없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전주천 돌다리를 건너 완산도서관을 지나 산길을 오르니 눈앞에 녹두관이 나타난다. 거기에 그 유골이 있다.
녹두관을 빠르게 빙 돌아 유골이 있는 곳에 이르니 유골은 바닥에 묻히고 표지석이 도독하다. 그 아래에 그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것이다.
녹두관은 완산칠봉 아래 곤지산 완산 정수장 자리에 있다. 전주남문 시장 맞은편에 있는 초록바위라 부르는 투구봉과 연결된 산줄기다.
녹두관 전시관에는 둥글게 빙 둘러 사진과 그림과 조형물과 연표를 전시하고 사이사이에 영상을 설치했다. 한 바퀴 둘러보면 어떻게 하여 100여 년 전의 동학농민군의 유골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한국에 왔으며 이곳에 안장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감 잡을 수 있다.
여기에 안치된 유골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에 전라남도 진도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하던 지도자 한 사람이었다. 그가 잡혀 처형이 되었고 그의 유골이 1906년에 일본으로 이송된 것이다. 목적은 인종학 연구 대상물이었다.
1995년 7월, 일본의 북해도대학 표본실 창고에서 해골이 하나 발견되었다. 다행히 거기에는 유골에 대한 설명서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0년을 돌고 돌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어느 동학농민군 유골
그 때부터 동학농민기념사업회와 유관 단체들의 노력으로 1996년 5월에 한국으로 송환이 되었다. 유골의 주인공을 찾기 위하여 DNA 작업을 비롯한 다각적인 조사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누구의 유골인지는 밝혀내지 못하였다.
오랜 숙고 끝에 2019년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전적지인 완산칠봉 아래 곤지산에 녹두관을 만들어 유골을 봉안하게 되었다. 당시에 전주시장을 비롯한 요원들이 참가하였으며 유해는 상여에 실려 풍남문을 비롯한 전주 시내를 돌아 이곳까지 와서 봉안식을 거쳐 안장되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동학농민군의 유골을 태운 상여행열
일본에서 유골이 한국으로 건너와서 이곳에 안치되기 까지 23년이라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다. 그 기간에 이 유골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었을까?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허술하게 방치한 책임론까지 대두 되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안장한 곳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의 식수를 위해 일본인들이 조성한 완산 정수장 자리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일본군과 싸웠던 동학군의 유해를 일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물탱크에 안장한 셈이다.
그러나 그것까지 따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본인들의 식수인 정수장이라면 그 자리를 용감한 동학농민군 혼이 꼼짝 못 하게 누르고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유골은 녹두관 바닥 아래에 묻히고 그 유골의 형태를 기본으로 살을 붙이고 모양을 갖춘 주인공의 모습이 만들어져 있다. 잘 생긴 젊은 조선 남자다.
아무렇지도 않게 농사지으며 편안히 살다가 선영들 계시는 선산에 묻혀 있어야 할 유골이 어쩌다가 바다를 건너 낯선 일본 땅에 가게 되었으며 일본인들의 조사 대상이 되어 이리저리 손을 타다가 창고에 처박히게 되었고 또 어쩌다가 조선 사람의 눈에 띄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어 되었을까? 그리고 이름도 모른 채 여기 누워 있는가?
녹두관 전시실 땅 속에 누워있는 이름 없는 동학농민군의 한 사람이었던 그를 생각하면 약한 자의 시대적 아픔과 서러움이 가슴을 친다.
유골이여! 그대 동학농민군들도 이제는 어엿한 국가 유공자 대접을 받고 있으니 이제는 편안히 눈을 감고 고향 하늘로 날아가 영면하시라. 그리고 후손의 꿈에 나타나 내가 누구이며 지금 전주 녹두관에 누워 있노라고 선명하시라.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곤지산 자락에는 오늘도 석양으로 지는 햇살이 완산칠봉 능선에서 가물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