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천은 어디로 숨어 흐르는가

가운데 도막이 보이지 않는 노송천을 찾아서

작성일 : 2022-11-22 22:03 수정일 : 2022-11-23 09:02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전주시 노송동은 오래전부터 교동이나 풍남동과 더불어 전주의 터를 이루어 왔던 동네다. 따라서 노송동을 흐르는 노송천은 갖가지 사연들을 많이 품고 있다.

노송천은 처음과 끝만 보이고 가운데 도막이 보이지 않는다. 시내의 복개공사로 인하여 숨어버린 것이다.

 

노송천은 전주시 교동인 승암산에서 발원하여 풍남동과 노송동을 가르며 시청을 끼고 중앙시장을 통과하여 진북동을 거쳐 전주천에 합수한다.

그 숨어버린 노송천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이것도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이 옆구리를 찔러 생각이 난 것이다.

 

노송천은 전주의 동쪽 승암산 줄기인 후백제 견훤이 만들었다는 동고산성 궁궐터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를 발원지로 하여 군경묘지를 지나 전주 이 씨 발원지인 발리산 이목대에 부딪쳐 방향을 북서쪽으로 잠깐 돌렸다가 간납대에서 다시 서쪽으로 흐른다. 여기에서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복개공사로 인하여 도로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노송천의 발원지인 승암산 동고산성 궁궐터

 

물길은 옛날에 철길 건너에 있던 관선동 파출소 뒤의 느티나무에 이른다. 느티나무 아래에서는 곧장 시청을 향하여 북쪽으로 흐른다. 지금의 현무길과 작은 충경로인 것이다. 시청을 지나 중앙시장을 지나면서 잠시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쉰다. 중앙시장에서는 노송천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다시 길 밑으로 들어간 노송천은 모래내를 흘러온 물과 땅 속에서 합류하여 한국은행 전주지점을 지나 진북동 우성 아파트 뒤에 가서야 얼굴을 내밀고 건산천이라 이름을 바꾼다.

 

 드디어 복개된 굴을 지나 땅 위로 나온 노송천

 

노천으로 나온 물줄기가 산책길을 내며 전주 시외버스 공용터미널을 지나 고속버스 터미널 앞을 지나고 고속맨션에 와서는 전주천과 합수한다.

전주천에 합수된 노송천은 삼천과 합류하여 추천을 이루며 덕진동과 팔복동을 가르면서 흐르다가 고산천과 합수하여 만경강이 되어 흐른다.

 

노송천은 나하고 인연이 깊다.

학창시절의 노송천은 늘 내 곁에 있었다.

초등학교를 임실 삼계 세심학교에서 마치고 전주로 갓 올라온 열세 살짜리 중학생이 된 내가 수없이 걸었던 냇가길이 노송천이다.

 

지금의 시청이 자리잡고 있는 전주역 기차에서 내리면 내가 살고 있던 남노송동까지 노송천 둑길을 따라 걸어갔다. 쌀 두어 말을 등에 메고 손에는 반찬을 무겁게 들고 가는 길이었다.

양쪽으로 집이 있어 좁은 길이었다. 전주여중학교가 있던 관선동 파출소까지 좁은 길을 걸어서 오면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그곳이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가는 자리였다.

그 느티나무는 지금도 서 있다. 지금은 노거수가 되어 시멘트로 땜질을 하여 버티고 서 있다. 거기 목욕탕 굴뚝이 높이 솟아 있었고 동일 연탄공장도 있었다.

 

일요일이면 누나가 빨래를 하러 가는 곳이 노송천 상류인 낙수정 발리산 아래 도랑이었다. 조금 먼 길이어서 나를 데리고 다녔다.

 

고등학생 때에는 낙수정 산동네에서 동생하고 자취를 하였다. 기린봉 줄기를 타고 내려온 산비탈인데 마을 공동우물이 산 중턱에 있었고 맞은편에 발리산인 이목대가 눈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 아래로 흐르는 개울이 노송천 상류였는 데 그곳 사람들은 그 도랑에 가서 세수도 하고 빨래도 하였다.

어느 해인가는 빨래터 바로 옆에서 석탄을 캐기 위한 굴을 뚫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탄광 굴속에서 검은 돌들을 실어내던 작업은 석탄 질이 좋지 않았는지 타산이 맞지 않았는지 중단하고 말았다.

 

중‧고등학생 시절을 노송천과 더불어 살았던 그 시절이 어느새 반백년을 넘어가고 있다. 기차가 요란한 기적을 울리며 다가오던 전주역 시절부터 청사를 너무 크게 지었다고 푸념하던 시청이 이제는 너무 좁다고 푸념하는 시절까지 지켜보았던 긴 세월을 노송천은 땅속으로 혼자서만 흐르고 있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혼자서 외로웠을 노송천이 보이지도 않으니 지금이나마 땅 위로라도 함께 걸어주는 것은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심사에서다.    

행여 지금 노송천 아래로 흐르고 있는 물 속에는 반세기 전에 내가 이 길을 걸을 때에 나와 함께 흐르던 물이 순환에 순환을 거쳐 다시 흐르고 있는 물이 한 방울쯤 섞여있지는 않을까?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주변은 모두 변했어도 땅속으로나마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노송천이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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