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자작나무, 로버트 프로스트

Birches, Robert Frost (1874-1963)

작성일 : 2022-12-11 11:11 수정일 : 2022-12-12 08:52 작성자 : 정석권 기자

Birches

Robert Frost (1874-1963)

 

When I see birches bend to left and right

Across the lines of straighter darker trees,

I like to think some boy's been swinging them.

But swinging doesn't bend them down to stay.

 

Ice-storms do that. Often you must have seen them

Loaded with ice a sunny winter morning

After a rain. They click upon themselves

As the breeze rises, and turn many-coloured

As the stir cracks and crazes their enamel.

Soon the sun's warmth makes them shed crystal shells

Shattering and avalanching on the snow-crust

Such heaps of broken glass to sweep away

You'd think the inner dome of heaven had fallen.

They are dragged to the withered bracken by the load,

And they seem not to break; though once they are bowed

So low for long, they never right themselves:

 

You may see their trunks arching in the woods

Years afterwards, trailing their leaves on the ground,

Like girls on hands and knees that throw their hair

Before them over their heads to dry in the sun.

But I was going to say when Truth broke in

With all her matter-of-fact about the ice-storm,

I should prefer to have some boy bend them

As he went out and in to fetch the cows―

 

Some boy too far from town to learn baseball,

Whose only play was what he found himself,

Summer or winter, and could play alone.

One by one he subdued his father's trees

By riding them down over and over again

Until he took the stiffness out of them,

And not one but hung limp, not one was left

For him to conquer. He learned all there was

To learn about not launching out too soon

And so not carrying the tree away

Clear to the ground. He always kept his poise

To the top branches, climbing carefully

With the same pains you use to fill a cup

Up to the brim, and even above the brim.

Then he flung outward, feet first, with a swish,

Kicking his way down through the air to the ground.

 

So was I once myself a swinger of birches.

And so I dream of going back to be.

It's when I'm weary of considerations,

And life is too much like a pathless wood

Where your face burns and tickles with the cobwebs

Broken across it, and one eye is weeping

From a twig's having lashed across it open.

I'd like to get away from earth awhile

And then come back to it and begin over.

May no fate wilfully misunderstand me

And half grant what I wish and snatch me away

Not to return.

 

Earth's the right place for love:

I don't know where it's likely to go better.

I'd like to go by climbing a birch tree~

And climb black branches up a snow-white trunk

Toward heaven, till the tree could bear no more,

But dipped its top and set me down again.

That would be good both going and coming back.

One could do worse than be a swinger of birches.

 

자작나무

로버트 프로스트

 

꼿꼿하고 검은 나무줄기들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걸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지네.

하지만 흔들어서는 나무를 그렇게 휘어지게 하진 못하지

 

진눈깨비가 그렇게 한 거지. 비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거야.

바람이 불면 흔들려서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찬란하게 빛나지.

어느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조개처럼 쏟아져 내리게 하지.

그 부서진 유리더미를 쓸어 치우다보면

당신은 하늘의 둥근 천정이 허물어져 내린 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나무들은 얼음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말라붙은 관목에 끝이 닿도록 휘어져

부러지지는 않은 있을 거야.

한 번 휘어진 채로 오래 있다 보면

다시 꼿꼿이 일어나진 못하겠지만.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면

머리를 감은 아가씨가 햇빛에 머리를 말리려고

무릎 꿇고 엎드려 머리를 풀어헤치듯

잎을 땅에 끌며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겠지.

진눈개비가가 나무를 휘게 했다는 무미건조한 사실보다는

난 소를 데리러 나왔던 아이가

나무들을 저렇게 휘어 놓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네.

 

그 아이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살아서 야구도 못 배우고

놀이라곤 스스로 만들어낸 것뿐인

여름이나 겨울이나 그렇게 혼자 지냈지.

그 아이는 아버지가 키우는 나무들을

하나하나 되풀이해서 타고 오르며

가지가 다 느슨해져 축 늘어져

더 이상 올라 탈 나무가 없게 되었지.

그러다가 그는 나무에 너무 성급히 기어올라

나무를 다 땅에 주저앉지 않게 하는 걸 배우게 되었지.

우리가 잔을 넘칠 듯 말 듯 가득 채우는 정성으로

항상 조심스레 기어올라

나무 꼭대기에서 균형을 취했지.

그리고는 몸을 날려, 발이 먼저 구르며

휙 하고 바람을 가르며 땅으로 뛰어 내렸지.

 

나도 한때는 그런 자작나무를 휘어잡던 소년이었지.

그리고 이제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네.

살다보면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도 없는 숲 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간지럽고

작은 가지가 눈을 찔러

한 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지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지네.

그렇다고 운명의 신이 날 오해하여

내 소망을 반만 들어주어

알 아주 데려가 이 세상에 못돌아오게 하면 안 되겠지.

 

이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장소,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네.

나는 자작나무를 기어올라

하늘을 향해 하얀 몸통을 타고 검은 가지까지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위에 내려오고 싶어지네.

떠나는 것도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모두 좋은 일이지.

자작나무 타는 사람보다 더 못하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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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작나무는 그 하얀 나무껍질과 자줏빛 나뭇가지와 바람결에 날리는 작은 이파리들, 그리고 혼자일 때도, 함께일 때도 의연하게 숲을 빛내는 강인함으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시인들이 자작나무를 빗대어 시를 지었는데, 예를 들면 백 석, 도 종환, 안 도현, 정 끝별 등의 시인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자작나무를 노래했습니다. 그중에서 자작나무를 친근하게 곁에 있는 다정한 친구처럼 노래한 백 석의 “자작나무(白樺)”를 소개합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프로스트는 자작나무의 휘어진 모습을 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그리고 인생의 의미에 대한 사색을 이 시에서 묘사합니다. 그는 우선 사실적으로 평이한 말투로 자작나무가 휘어진 것은 겨울에 진눈깨비가 내려서 나뭇가지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가 땅을 향해 굽어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적인 묘사를 한 다음에 시인 프로스트는 상상력을 동원해 어린아이가 그네를 타듯, 시소를 타듯 자작나무를 타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어 합니다.

  변변한 놀이기구가 없는 시골아이가 자작나무 가지 위에 올라타고 그 탄력을 이용해서 하늘 위까지 그리고 땅 가까이까지 오르내리는 모습은 순수하고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 아이의 놀이에서 중요한 것은 하늘과 땅 사이의 균형입니다. 너무 높이 올라가게 되면 추락해서 다칠 염려가 있고, 너무 땅 가까이에만 있으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시인은 자작나무 타듯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걱정거리가 많고 세상 살기가 힘들어질 때, 시인은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그 소망이 반만 이루어져서 떠났다가 아주 돌아오지 못할까 두려워합니다. 세상을 잠시 떠나는 황홀함, 그 뒤에 세상살이를 다시 시작하는 새로움. 그 둘 간의 조화로운 균형과 짜릿한 긴장감이 프로스트가 이 세상이 사랑하기에 좋은 곳이며, 이 보다 더 좋은 곳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림:김분임

자작나무 이야기 72.7 x 53.0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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