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위안처
서낭댕이 고개는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
전부터 마을마다 고갯길이 있는 곳에는 돌무더기가 쌓이고 그곳을 서낭댕이 고개라 이름 지었다. 사람들은 서낭댕이 고개를 넘을 때에는 미리부터 돌을 주워서 들고 오다가 서낭당에 오면 가져온 돌을 돌무더기에 던지며 빌었다.
“내 다리 안 아프게 해 주소서”
그리고는 다시 힘을 내어 가던 길을 걸어갔다.
전주에도 서낭댕이 고개가 있다. 시내 한가운데 있다.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과 완산구 노송동 사이에 있는 물왕멀 고개에 있다. 전주고등학교를 지나 전주동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목이 서낭당 고갯길이다.

이곳에 있는 안내판에는 이렇게 안내가 되어 있다.
서낭댕이는 서낭당이, 혹은 성황당이라고도 불렀으며 성황신을 모신 당이 있던 부근을 일컬어 이르는 말이다. 성황신 혹은 서낭신은 마을의 편안과 번영을 빌어주고 마을을 수호해주는 신을 말하며 마을 사람들은 서낭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소원을 빌었다.
대개 음력 정원 보름 경에 집단적인 마을 공동체로 제사를 지냈다.
이와 같이 성황신은 마을의 터를 지키는 소박한 신앙으로 내려오다가 조선조 초기부터 민간신앙으로 무병장수와 입신영달, 먼 길을 떠나는 길손의 무사귀환을 비는 등의 서민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금 전주 서낭댕이에 있는 성황사는 승암산 북쪽 견훤의 왕궁터가 있던 동고산성 안에 있었으나 고려 신종 2년인 1199년 전주목사록겸장서기로 부임한 이규보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기린봉 북록, 현 서낭댕이 부근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중종 14년인 1515년에 곤지산으로 옮겼다가 숙종 14년인 1688년에 견훤왕 성 안인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전주 사람들이 서낭댕이라고 말하는 곳은 이곳을 일컬으며 이곳이 가장 널리 알려져서 여기를 서낭댕이라고 부르고 있다.
서낭댕이는 서낭당, 성황당(城隍堂), 국사당, 할미당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 큰 나무 옆이나 고개 마루, 길 옆, 부락 입구, 사찰 입구 같은 곳에 자리 잡으며 서낭신의 봉안 처인 동시에 거소가 되었다.
서낭댕이는 우리나라의 민속신앙에서 나오는 서낭신을 모신 곳인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액이나 질병, 재해 등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존재한다.
선왕당(仙王堂)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고 중국의 성황(城隍) 신앙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성황은 성벽이나 성 밖으로 둘러 판 연못인 해자를 말한다.
북방의 몽골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몽골의 ‘오보’는 경계나 이정표를 나타내는 말인데 마을로 들어오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산나무도 일종의 서낭신을 모신 곳인데 성황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당산나무에는 자식들의 장수를 비는 신발짝, 상인들이 장사를 잘 하게 해달라고 비는 짚신짝, 자기 옷을 찢어서 걸어 놓은 헝겊조각, 길 가는 사람들이 주변의 돌을 주어다 던져놓은 돌들이 있고 돌이 없을 때는 나뭇가지를 던지기도 한다.
길가를 배회하는 악령이나 잡신을 물리치기 위한 현실적인 일상생활을 위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민간신앙을 통하여 마음을 위로받고 다른 사람들을 도왔다. 서낭댕이도 고갯길에 돌들이 있으면 발을 다칠 염려가 있으므로 돌을 치우기 위한 방편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마을에서도 마을 앞산이나 뒷산을 넘을 때에는 서낭당에 돌을 던졌다. 돌들이 많이 쌓여 제법 큰 돌더미를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마을 입구 서낭댕이에 있는 돌들은 외부 침입자가 있을 경우 그 돌을 던져서 쫓아내는 데에도 쓰였다. 그러다보니 거기에 귀신이 있다고 믿게 되었고 서낭당에 와서 빌기도 하였다.
그 많은 서낭댕이가 지금은 거의 없다. 다 어디로 갔을까?
첫 번째 원인은 새마을 사업 때문이었다. 길을 넓힐 때에 길옆에 있던 서낭당이 없어졌고 돌이나 자갈이 필요할 때 가져다 썼다.
또한 당시에 주요 정책의 하나였던 미신타파도 한몫을 하였다.
혹자는 그 서낭당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더라면 소중한 문화재가 되었을 것이며 가장 한국적인 관광자원이 되었을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전국적으로 서낭당은 많이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에 ‘당고개’ 역이 있다. 이곳의 당고개는 서낭당 고개의 준말이다. 전북에는 익산시 여산면 제남리 서낭당 고개가 있다.
전국적으로 큰 서낭당 행사로는 강릉 단오제나 동해안 별신굿 등도 서낭당의 일종이다.
요즘은 인후공원 도당산에 새로운 서낭댕이가 생겼다. 노루명당에서 정상의 팔각정을 향하여 오르는 길가에 언제부터인가 돌무더기가 생겼는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돌을 주어다 던져서 제법 많은 돌이 쌓여 있다. 필자도 이곳을 지날 때는 잊지 않고 돌을 한 깨씩 던지고 간다.
서낭댕이를 훼손하면 ‘동티 난다’고 하여 저주를 받는다고 신성시하였다.
미신이라 하지 말고 민속신앙으로 여겨 서낭댕이를 잘 보존할 일이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 가까이 있으면서 마을을 지켜주고 마을 사람들의 편안과 안녕을 빌었던 서낭댕이가 현대인들에게도 조상들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현실적인 위안이 되며 소망을 이루어주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