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주를 가진 사람의 성공과 실패

두 담임 선생님의 상반된 말 한마디

작성일 : 2022-12-13 17:48 수정일 : 2022-12-14 08:57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어렸을 때의 담임 선생님의 영향은 막중하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학생의 장래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심지어는 어떤 분야에 재주가 없었는데도 담임 선생님의 격려 한마디로 엄청난 노력을 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사람도 있다. 반대로 상당한 재주가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의 핀잔이나 야단 한마디로 기가 꺾여 재주를 사장시켜 버리는 사람도 있다.

 

엊그제 임실 삼계초등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들의 모임인 ‘삼사모’에서 내가 회장으로 있는 ‘두리문학’ 책을 한 권씩 주었더니 김 선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도 초등학교 4학년 때 글짓기를 했을 때 담임 선생님에게서 야단만 안 맞았더라면 이렇게 글을 쓰는 문학가가 되었을 텐데 그때 혼나고는 영 글 쓰는 일을 멀리해 버렸던 것이 아쉬워.”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란다.

어버이날 무렵 숙제로 효도에 대한 글을 써오라고 했단다. 그래서 제목을 "붕어"라고 하고 붕어에 대한 이야기를 썼단다. 냇가에 가서 손으로 더듬어 물고기를 잡았는데 어쩌다 큰 붕어를 한 마리 잡았단다. 아버지가 물고기를 좋아하니까 아버지 드시라고 하려고 신이 나서 붕어를 들고 오는데 외할아버지가 보고는 자기를 달라고 하더란다.

“안 돼요. 우리 아버지 갖다 드릴 거예요.”

그리고는 집으로 가지고 와서 어머니께 드렸단다. 그런데 그날 밥상에 붕어가 올라오지 않았더란다. 그래서 어머니께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란다.

“어버이날도 돌아오고 하는데 효도하는 마음으로 우리 아버지 갖다 드렸다.”

그때에 한 말이 지금도 생각난단다.

“나도 아버지께 효도하려고 했는데…”

 

이 글이야말로 우수작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아버지께 효도하려고 했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자기 아버지께 효도하려고 한 마음이 상충한 것이다. 그래도 아버지께 효도하려고 했던 마음은 똑같다. 효도하고 싶은 두 마음이 잘 나타난 우수작이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은 제목을 보더니 효도에 대한 글을 써오라고 했는데 무슨 붕어에 대한 글을 써왔느냐며 혼을 내더란다.

그 후로 글짓기를 해오라고 하면 혼날 것이 두려워 글쓰기를 멀리 해버렸단다.

 

필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글짓기를 해가지고 가서 담임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그 후로 문예반에 들어가 문학인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김 선생은 나와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말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 한 달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심부름을 시켰다. 옆 반에 있는 선생님께 시집을 갖다 드리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시집이라는 것은 결혼할 때 여자가 남자 집으로 가는 것만 알고 있었다. 더욱이나 옆 반 선생님은 여선생이었다. 우리들이 까르르 웃었다. 그랬더니 시집이 무엇인지 모르냐고 묻더니 오늘 숙제는 동시를 쓰는 것이라고 하셨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동시를 밤새껏 끙끙 앓으면서 써가지고 갔다. 그랬더니 담임 선생님께서 나 혼자만 동시다운 동시를 써왔다고 크게 칭찬을 해주셨다. 그 때부터 글짓기 숙제만 내면 밤새워 글을 썼다. 학교에서 하는 글짓기 대회의 최우수상은 내 몫이었다. 그 결과 글쟁이가 되었다.

 

처음 쓴 동시인데 잘 썼을 리가 없다. 그때 칭찬을 안 받고 이게 무슨 동시냐고 야단을 맞았다면 지금 글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문외한이 되었을 것이다.

 

똑같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글짓기 숙제에 대한 담임 선생님의 말 한마디는 두 사람의 길을 반대 방향으로 바꾸어놓았다.

 

어찌 선생님의 영향만 그러하랴. 어른들의 말 한마디는 어린아이들에게 장래가 결정될 만큼의 영향력이 있음을 잊지 말고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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