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싸전다리와 매곡교 둑방길의 기인 이거두리 선생

걸인들을 이끌고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했던 부잣집 큰아들

작성일 : 2022-12-26 21:06 수정일 : 2022-12-29 15:49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쇠전다리라고도 불렀던 전주 매곡교는 늘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다리 자체가 남부시장 장터 자리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전주 사람들 머릿속에는 매곡교가 각인되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 다리는 유명한 다리였다.

매곡교 옆에는 완산칠봉 매화봉이 있다. 매화봉 부근에 매화밭이 있었고 봄이 오면 매화꽃이 활짝 피어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남부시장 매곡교 부근에서 바라본 매화봉의 매화꽃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봄을 전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리를 만들 때에 매곡교(梅谷橋)라 이름을 붙였다.

 

매화꽃은 다른 꽃보다 특별한 꽃으로 대접을 받는다. 자고로 곧은 선비는 매화와 같다 하였다. 솜씨깨나 있다는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붓을 들어 매화를 그렸고 매화에 대한 글을 썼다. 사군자의 매란국죽(梅蘭菊竹) 가운데 으뜸으로 등장하는 것이 매화다.

 

그 매화나무 매(梅) 매자를 쓴 매곡교(梅谷橋)는 완산칠봉 매화봉의 정기를 받아서 나라를 사랑하고 겨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매곡교 북쪽 끝에는 전주 3‧1독립만세운동에 대한 기념비와 함께 이거두리 선생에 대한 언급이 되어 있다.

 

전주 남문시장에서의 3‧1독립만세운동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거두리라는 특별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주천 둑방길에 모여 살던 걸인들을 이끌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사람이다.

 

이거두리(1872~1931)의 본명은 이보한(李普漢)이었는데 익산 목천포 근처의 부잣집 큰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기독교를 접하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가 큰 부상을 당했는데 이를 치료해준 선교사의 행실에 감동을 받아 개신교에 입교하게 되었다.

그는 전라북도에서 최초의 교회인 전주 서문교회에 다녔는데 약하고 힘 없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던 예수님의 행실을 본받고자 당시에 빈민들이 모여 살던 전주천의 싸전다리와 매곡교 사이의 둑방길에서 걸인들을 돕는 일을 했다.

이거두리는 기인이었다. 부잣집을 찾아다니며 잔칫날이나 상가집에 가서  노래를 불러주고 돈을 받아다 걸인들을 도왔으며 동냥을 가도 부잣집에 가서 하라 했고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돈을 타다가 걸인들을 돌보았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이 몰려드는 매곡교와 싸전다리 주변의 둑방길에서 살던 빈민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입을 것을 주면서 평생을 봉사했다.

그는 이들을 활용해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하기도 했고 1919년 삼일 독립만세운동 때에는 이들을 이끌고 독립만세를 외치며 만세운동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이거두리 선생이 걸인들과 함께 지냈던 싸전더리와 매곡교 사이의 둑방길

 

못 살고 못 입던 빈민 사람들의 아버지였던 이거두리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200여 명의 걸인들이 모여 자기들이 동냥한 돈으로 장례식을 치렀는데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로 상여가 나가는 전주의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장지인 완주군 상관면 죽림까지 그 운구 행렬이 10여 리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걸인들이 동냥하여 세운 그의 비에는 이런 비문이 새겨져 있다.

평생성질(平生性質) 온후차자(溫厚且慈) 견인기한(見人飢寒) 해의급식(解衣給食) - 한평생 온후하고 자비로운 성품으로 굶주리고 헐벗은 자를 보면 옷을 벗어주고 밥을 먹여주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이 1931년 9월 27일이었는데 10월 3일 자 동아일보에 거지들이 모여 가가호호 동냥한 돈으로 '속칭 이거들 선생 장례식'이 치러졌다고 보도를 했다.

 

그의 시신은 처음에는 종중의 반대로 완주군 상관면 죽림의 공동묘지에 묻혔으나 후에 전주 이 씨 선산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사람은 죽은 후에는 그가 살았을 때의 행실로 평가를 받는다. 이거두리 선생처럼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들을 위하여 헌신한 사람은 넉넉한 사람들에게까지 존경을 받고 칭송을 받는다. 살았을 때의 일생은 백 년이 못 가지만 죽어서의 평가는 천 년 만 년을 간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이거두리 선생의 행실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한번 돌아볼 일이다. 과연 나는 행함이 있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예수님의 행함을 바라만 보고 있는가, 실천하고 있는가? 

오래도록 욕먹지 않는 사람으로 남으려면 모름지기 자기 욕심을 버리고 여러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일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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