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에코시티 안의 휴식 공간에 숨은 이야기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신병, 훈련 6개월에 작대기 두 개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신나는 김일병
헤이 부라보 김일병!……”
군인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너나없이 자주 불렀던 군가 진짜 사나이와 봉봉사중창단이 불렀던 육군 김일병이다.
지금은 에코시티라고 부르는 전주의 대표적인 주택단지 내에 세병호(洗兵湖)라는 호수가 하나 있다. 주택단지 내에 있는 호수 이름이 ‘병기를 씻는 호수’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그러나 이 이름이 처음 지어질 때는 많은 사람들의 공모에 의해 지어진 가장 적절한 이름이었다.
세병호가 있는 지역은 오랫동안 35사단이라고 불렀던 “육군 제35보병사단”이 있던 곳이었다.
육군 제35보병사단은 처음 창설할 당시에는 강원도 화천에 있었다. 1955년 4월 20일에 창설하였는데 그해인 1955년 6월에 전북 전주시 송천동으로 사단 전체를 이전하여 제2작전사령부 예하 향토 사단으로서 전라북도를 관할하는 지역방위사단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별칭은 충경부대, 경례구호는 “충성!”

그 후 2013년 12월에 부대가 임실로 이전해 가면서 대단위 주택단지로 개발되어 에코시티라는 이름으로 전북의 최대의 주택단지가 되었다.
세병호는 육군 제35보병사단이 있을 때에 조성된 호수다.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라 지대가 낮다 보니 물이 고여 자연발생적으로 호수가 되었고 부대 내에 호수가 있는 것도 괜찮다 싶어 그대로 보존을 하게 되었다.
“성, 지금 에코시티 안에 있는 호수 이름 아시나요?”
“알지. 세병호 아닌가?”
“근데 세병호라는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도 알고 있소?”
여기에서는 막힌다.
“그것까지는 모르지”
“가르쳐 드릴까 말까?”
어차피 가르쳐 줄 것을 뜸을 들이고 있는 사람은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
부대 안에 있는 호수 이름을 정하기 위하여 병사들에게 호수 이름을 공모를 했다고 한다. 그중에서 신병 훈련병 가운데 동양 고전에 밝았던 군인이 ‘세병호’라는 이름으로 응모를 했는데 고전에 보면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시대가 오면 병사들이 칼과 창을 씻어 무기고에 보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씻을 세(洗) 자에 병기 병(兵) 자와 호수 호(湖) 자를 써서 ‘세병호’라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세병호라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호미씻이가 있다. 논매기가 끝나면 논을 매던 호미를 씻어 농기구 창고에 넣는 일을 말한다. 세병호도 병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시대가 오면 병기를 씻어 병기 창고에 넣을 것이다. 그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진 호수 이름이란다.
이곳은 수많은 훈련병들이 신병훈련을 받았던 곳이다. 필자도 이곳에서 신병 6주 훈련을 받았다. 교육대학 시절, RNTC라는 제도가 있어 교육대학에 다니는 남학생들에게 군대 복무를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그래도 신병 훈련은 똑같이 받아야 한다고 35사단에서 훈련을 받았다. 특혜 받은 녀석들이라고 훈련을 더 빡세게 시켰다.
그곳에서는 시내가 가까워 밤이면 시내의 불빛이 아련히 비쳐오는 곳이었다. 저 불빛 아래에는 우리 집이 있고 우리 가족이 있는 곳이다. 야간훈련 때에는 울컥 눈물 나던 불빛이었다.
그때에도 세병호가 있었다. 그러나 스쳐지나가다 보던 호수였지 호수 가까이 가보지도 못했다.
세병호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있었던 “학생 글짓기 대회” 때였다. 군가 부르기 대회도 있었다.
그때에 학생들을 인솔하거나 글짓기 심사를 위하여 부대에 오면 세병호 부근에서 행사를 했고 호수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수북이 떨어져 있는 도토리와 상수리였다. 군인들에게는 필요가 없는 도토리와 상수리였기에 나무 아래 즐비하게 떨어져 있었다.
또 하나 기억나는 일이 있다.
외손자 민재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현장학습으로 부대 견학을 다녀왔다. 그곳이 35사단이었다.
“할아버지, 35사단에는 아프리카 군인들이 많아요.”
“훈련받느라 얼굴이 까맣게 타서 그렇지 아프리카 군인들 아니야.”
“아녀요. 군인들이 걸어가는데 대장이 그랬어요, ‘아프리카!”
온 집안에 웃음보가 터졌다. 유치원생이 텔레비전에서 ‘아프리카’라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훈련 때 쓰는 ‘앞으로 가!’는 못 들어봤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에코시티에 사는 사람들은 세병호라는 이름에 거부 반응 하지 말고 전에 선배들이 나라 지키기 위한 훈련을 받으면서 흘린 땀과 눈물이 깃든 호수이니 소중하게 보존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