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용보다는 마음 수행의 자리
사람의 눈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같은 물건을 보아도 아는 것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전에는 수없이 보아왔던 풍경이나 물건이 무언가를 알게 되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완주군 소양 입구에 있는 단암사(丹巖寺)다.
전주에서 진안 쪽으로 가다 보면 소양면 초입지인 명덕 다리 건너 작은 산 중턱 동굴 속에서 뾰족이 내민 미륵전을 볼 수 있다. 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작은 곳인데 엄연한 절이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절이고 유래도 가지고 있는 절이다.
전에도 여러 차례 이 근처를 지나가면서 굴속에 있는 미륵전을 스쳐보았다. 참 특이한 암자가 하나 있구나 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가 헬스케어뉴스에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 전에 벌로 보았던 것들이 이제는 깊이 있게 보이는 것이다.
어찌 저곳에 굴이 있고 굴 안에 미륵전이 있을까? 이상한 일이다. 전에는 이상한 것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제는 이상하면 다가가서 살펴보게 되었다.

바위 굴 속에 세워진 단암사 미륵전
단암사(丹巖寺)는 암자가 아니고 절이다. 언뜻 보기에는 절 같지가 않다. 우선 규모가 너무 작고 건물이 가건물처럼 허술한 데다 절에 있는 아름드리 고목은커녕 작은 나무 한 그루 없다.
다만 굴속에 서 있는 미륵전은 규모는 작아도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 절이 어떤 절인가를 알게 되면 달리 보여진다.
단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금산사의 말사인데 백제 시대 때부터 있었던 절이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월광사원랑선사대보전광탑비'에 의하면 원랑 선사가 중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에 단암사에서 머물며 수행을 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록에 의하면 통일신라 이전인 백제시대에 창건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천이백 년도 훨씬 넘은 옛날부터 있었던 절인 것이다.
단암사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백제 무왕 때에 세워진 절이라고도 하고 고려 때에 서암(西巖) 스님이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진묵대사가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때는 다남사(多男寺)라고 불렀는데 언제부터 단암사(丹巖寺)라고 불렀는지도 분명치 않다.

단암사 마당에 서 있는 미륵불
그래서 단암사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다.
우선 이름이 붉을 단(丹) 자에 바위 암(巖) 자다. 붉은 바위라는 말인데 바위의 색깔이 붉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바위 속에서 피가 나왔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절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여기에도 있다. 용한 바위의 구멍에서 절에 머무르는 사람의 수만큼 먹을 한 끼의 쌀이 나왔는데 욕심 많은 중이 밥을 더 먹으려고 막대기로 쌀 구멍을 쑤셨더니 쌀은 나오지 않고 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전설은 모악산 수왕사에도 있고 임실군 삼계면 미산(米山)에 있는 도통암에도 있다.
또 하나는 임진왜란 때의 이야기가 있다.
진안에서 전주로 진입하는 웅치 싸움에서 승리한 왜군의 고바야가와가 왜군을 이끌고 소양면 화심 지역인 구진벌을 거쳐 황운리 일대인 황운벌을 지나 전주를 향하여 진군하고 있을 때였다.
왜군이 단암사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절 앞에 이르자 말이 무릎을 꿇더니 일어나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왜장이 주위를 살펴보니 굴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미륵불이 모셔져 있었다. 왜장은 미륵불의 조화라 여기고 미륵불 앞에서 하루 동안 기도를 드렸더니 말을 일어서게 하여 절 앞을 지나갔다는 것이다.
다르게 전해오는 이야기는 왜군이 소양을 거쳐 전주로 진입하는 이곳에 안덕원에 본부를 둔 조선 군대 소속의 이정란 장군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왜군이 몰려와 수적으로 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짙은 안개가 끼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왜군은 더 이상 진격을 하지 못하고 멈추게 되었다. 이런 틈을 이용하여 왜군을 공격하여 크게 승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에 안개를 품어내었던 미륵을 단암사에 모셨다고 한다.
이것은 신의 조화이며 신이 도우신 결과라 여겨 이곳 지명을 신조리(神助里)라 불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에 우리나라 민족혼 말살 정책을 쓰면서 신조리를 새로 다리가 놓인 곳이라는 신교리(新橋里)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지금은 명덕리로 부르고 있다.
외부로 위용을 자랑하는 절이 아니고 부처님을 향한 진정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수행을 하는 절로써 안성맞춤인 단암사를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말고 한 번쯤 들려서 마음을 정결하게 정화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