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구워 먹자

굽거나 삶아 먹으면 효능이 더 좋은 배

작성일 : 2023-01-25 06:44 수정일 : 2023-01-25 09:01 작성자 : 이용만 기자

 

 

 

‘배 먹고 이 닦기’라는 말이 있다.

배를 먹으면 달고 시원한 맛뿐만 아니라 다른 좋은 점도 있다는 것이다.

배를 먹으면 이까지 하얗게 닦여진다는 뜻인데 한 가지 일을 함으로써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배를 구워서 먹으라고 한다.

이런 뚱딴지같은 말을 전해준 사람은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

달고 시원한 맛으로 먹는 배를 구워서 먹으라고?

“배를 구워서 먹다니? 그럼 뭐가 좋은데?”

“그냥 먹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좋답니다. 특히 소화 기능이 약하거나 과민 대장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굽거나 끓여 먹으면 부작용이 없어진답니다.”

 

배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것이 굽거나 끓이면 해소가 된단다.

껍질째 굽거나 끓여 먹으면 더 좋단다. 그냥 먹는 것보다 배의 주요 성분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수십 배, 수백 배, 심지어는 1,700배까지 증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못할 일도 없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기침이 나올 때 배를 끓여서 먹던 일이 생각난다. 그런데 구워 먹어도 좋단다.

내친김에 고구마 굽듯이 배를 구워서 먹어봤다. 고구마처럼 단 맛은 더하는 것 같은데 생배만 먹다가 구워 먹으니 마치 라면을 처음 먹었을 때처럼 맛이 낯설다. 그래도 건강에는 좋다고 하니 굽거나 삶아서 먹어야겠다.

 

배는 제사상에 오르는 귀한 과일이다. 식품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고 약으로도 쓰이는 과일이다. 배를 약으로 쓸 때는 껍질을 버리지 말고 껍질째 다려야 한다. 알속보다 껍질에 폴리페놀이 20배 정도 더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배는 기침, 가래, 인후통이 있을 때에 끓여서 마시면 효과가 좋다. 거기에 생강이나 대추, 도라지, 꿀을 넣으면 약효가 더 좋아진다.

 

배는 암을 예방하는데 좋다. 배에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작용을 하여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화산소 제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배는 면역력을 증가시켜 준다. 우리 몸은 면역력이 약해지면 병이 난다. 면역력 기르기는 건강을 지키는 필수 요소이다. 배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과 유기산 성분이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켜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주어 면역력을 길러 준다.

배는 또 숙취 해소와 간 해독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술을 마시기 전에 배를 먹어두면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있어 알코올 분해가 촉진되기 때문에 분해 물질이 신속히 배출되는 효과가 있다.

가을제철 배는 기본적으로 알칼리성을 가지고 있어서 산성화된 혈액을 중화시키는 효능도 있다. 다량의 수분과 아스파라긴산 등 성분으로 알코올 성분을 해독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배는 간을 보호하는 성분도 있어 간 해독에도 도움이 된다.

배는 이뇨작용을 돕는다. 수분이 많아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일을 하며 체내의 나쁜 성분과 독소를 잘 배출시켜 주어 방광염을 막아준다.

배는 소화력을 도와준다. 배에는 옥시다아제 성분이 있어 천연소화제라고 불려 왔다. 고기를 재울 때 배를 넣는 것은 배가 고기의 단백질을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이다.

배에도 부작용은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로 어떤 일이 우연히 다른 일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이것은 배의 억울한 누명이기도 하다.

소화능력이 약한 사람은 배를 생으로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가 있다. 이런 사람은 생으로 먹지 말고 굽거나 끓여 먹으면 괜찮다.

 

배는 과일만 좋은 것이 아니라 꽃도 좋다. 

하얗게 피어 있는 배꽃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맑고 밝게 해준다. 고향집 앞산자락에 피어 있던 하얀 배꽃은 아늑한 향수를 불러온다.

 

이화(梨花)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여기에 첫 구절로 배꽃이 나온다. 배꽃이 은하수처럼 하얗게 피어 있는 풍경이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고려 말의 문신이요 학자였던 이조년은 이 시조 한 수로 불멸의 작가가 되었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이 시조를 익혔던 기억이 있다.

 

배는 그리스 역사가 호머가 ‘신의 선물’이라고 할 만큼 오랜 옛날부터 인기 있는 과일이었다.

이제 그 과일을 색다르게 먹어보자.

구워서도 먹어보고 삶아서도 먹어보자.

영양도 더 좋다고 하지 않는가.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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