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의 추천대에서는

전주시 팔복동 추천대의 겨울

작성일 : 2023-01-28 23:21 수정일 : 2023-01-30 09:11 작성자 : 이용만 기자

 

 

흔히들 퀴즈나 난센스 문제를 낼 때 이런 문제를 낸다.

“올해 겨울에 첫눈이 내린 달은 어느 달일까요?”

이런 쉬운 문제도 있느냐며 12월이라고 대답한다.

물론 “땡!”이다.

“으잉, 11월이었나?”

물론 또 “땡”이다.

 

정답은 1월이다. 올해 겨울이니까 지나간 1월도 올해 겨울이었다. 12월이 지나 1월이나 2월이어도 12월은 올해가 아닌 이미 작년이다.

올해 2023년 새해 맞아 첫눈이 내리던 날 찾은 추천대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성! 팔복동에 추천대가 있다는 것 아시지요?”

“알기는 하지.”

“가보셨소? 꼭 한번 가보시오. 풍경도 괜찮네요.”

조금 게으름을 피우는가 싶으면 취재를 부추기는 사람은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

그래서 찾아간 것이 올해 첫눈 내리는 날이었다.

 

추천대(楸川臺)는 전주천이 삼천과 만나 추천이 되어 흐르는 합수 지점에 있다. 전주의 두물머리인 것이다. 추천대가 있는 곳은 전주시 팔복동이고 냇가 건너는 덕진동이다. 냇가 조금 위쪽은 한쪽은 효자동이요, 한쪽은 서신동이다.

 

전라북도 문화재 제8호인 추천대는 조선 성종 때 문신이었던 추탄(楸灘) 이경동(李瓊仝-1438~1494)이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온 후 이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사색에 잠겼던 곳이다. 이경동은 지금의 하가지구에서 살았다.

아버지가 자주 들렸던 이곳에 그의 아들인 이정호가 대한제국 광무 3년인 1899년에 정자를 세우고 아버지의 호인 추탄(楸灘)의 추자를 따고 내 천(川) 자를 써서 추천대(楸川臺)라 이름 하였다.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추천에 세워진 추천대

 

추탄 이경동은 효자로서도 이름이 난 사람이다.

이경동이 살던 마을은 지금의 하가 지구인 가르내였다. 그런데 어느 해에 아버지 달성공이 병을 얻어 눕게 되었는데 어느 때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위독하게 되었다. 그런데 용하다는 의원이 추천 건너 팔복동인 비석날에 살고 있었다. 그날따라 뇌성벽력을 치며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내를 건넌 이경동은 의원에게 달려갔다. 약 처방을 받아 다시 추천에 이르니 이미 냇물이 범람하여 건널 수가 없었다. 이경동이 이를 한탄하여 울부짖으며 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경동이 걸어가는 곳은 더 이상 물이 불어나지 않고 양쪽으로 갈라져 찰방찰방하게 종아리밖에 차지 않는 것이었다. 무사히 내를 건너자 물은 다시 합하여 무섭게 흘러갔다. 급히 약을 다려 먹이자 아버지의 병세가 약하여지고 이내 병이 나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경동의 효행에 감동을 받아 추천을 건널 수 있는 나무다리를 만들었다. 이 다리가 추천교가 되었다. 그 후 물이 갈라졌던 지점을 중심으로 윗동네를 상가리라 부르고 아랫동네를 하가리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 추천대 위쪽에는 추탄 이선생 경동 신도비(楸灘李先生瓊仝神道碑)를 다시 만들고 있다. 아직은 비석만 서있고 주변 공사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하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말끔하게 단장된 추천대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대 위에 새로 세워진 추천 이경동 선생 신도비 

 

지금도 팔복동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날이면 “희망을 키우는 팔복동 사람들”이라는 주제 아래 “추천대 대보름 달맞이 축제”를 연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추천대 대보름 달맞이 축제에서는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 연날리기 등의 민속놀이를 한다. 그리고 풍물, 난타공연, 노래자랑도 한다.

정월 대보름달이 떠오르면 “소원지 매달은 달집 태우기”를 한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 음식인 찰밥 나누기와 부럼, 귀밝이술 마시기도 한다.

 

효심을 발휘했던 추천을 바라보는 곳에 아버지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세워놓은 추천대는 오늘도 하얗게 얼어붙은 냇물을 배경으로 함박눈을 맞으며 의젓하게 서 있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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