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한 번 만나자고 했더니 입춘(立春) 날에 전화를 한 사람이 있다. 오늘부터 봄이라는 것이다.
벌써 전주 아중리에 와 있으니 아중역 뒤 찻집으로 오라고 한다. 정말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이러한 만남이 진정한 만남이다.
아직은 봄이 온 것도 아닌데 벌써 만날 필요가 있느냐면서 천천히 만나자고 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대문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 붙인다.
전에는 서당에서 막 글씨를 배우는 학동들이 쓴 글씨를 붙였다고 한다.
입춘(立春)은 봄이 시작된다는 날이다.
봄은 나무에 물이 오르고 새싹이 돋는 계절이다. 뿌리만 남아 있던 풀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오는 계절이다. 식물만 그러는 게 아니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땅 속에서 기어 나와 땅 위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그래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 말한다.
입춘(立春)은 일 년이 시작되는 첫 번째 절기다. 대부분 양력 2월 4일 무렵이다.
음력으로는 입춘이 섣달에 들기도 하는데 윤달이 든 해에는 정월에 입춘이 한 번 들고 섣달에 다음 해 입춘이 또 한 번 들 때가 있다. 이런 경우를 복입춘(複立春)이라고도 하고 재입춘(再立春)이라고도 한다.
음력에서는 한 해의 시작을 입춘으로 잡고 절기의 마지막을 입춘 전날까지로 한다. 그래서 입춘 전날을 절분(節分)이라 하였다. 해넘이 날에 해당하는 것이다.
입춘 날에는 새봄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대궐에서는 신하들이 지은 춘첩자(春帖子)를 붙이고 민간에서는 옛 사람의 좋은 글귀를 따다가 써서 기둥이나 대문에 붙였다. 이를 춘련(春聯)이라 한다.
춘련에 흔히 쓰는 글귀로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쓰는데 이는 봄을 맞이하여 크게 좋은 일이 있고 봄이 오는 새날에는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이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또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을 써서 붙이기도 한다. 부모는 천년까지 장수하고 자손은 만년까지 번영하라는 뜻이다.
집안에 따라서는 수여산부여해(壽如山富如海)를 써 붙이기도 하는데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부유해지기를 기원하는 뜻으로 쓰였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람이 죽어 초상이 난 집 대문에 입춘첩을 붙여서는 안 된다. 그 집은 그해는 입춘방 없이 그냥 넘어가야 한다.
입춘 날에 붙이는 입춘첩, 또는 입춘방은 보통 아침 일찍 붙이기도 하는데 붙이는 때가 따로 있다. 그해의 봄이 시작되는 바로 그 시점인데 2023년 올해는 2월 4일 오전 11시 43분이다.
크기는 붙이는 장소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길이가 70cm정도에 폭이 15cm 정도가 좋다.
붙이는 방향은 두 장 사이가 위가 좁고 아래가 넓게 붙인다. 흔히 여덟 팔(八) 자로 붙인다고 하는데 들입(入) 자 형태다. 이곳을 통하여 봄이 들어오라는 뜻이다.
그럼 언제 떼어야 할까? 보통 다음 절기인 우수(雨水) 이전에 떼어야 한다. 어느 집은 일 년 내내 붙여놓기도 하는데 이는 모르고 한 처사다.
입춘 날에는 봄이 시작되는 날이니 말도 입춘에 맞는 덕담을 하는 것이 좋다. 정해진 것은 없고 사람과 형편에 따라 다르게 하는 것이 좋다.
입춘 날인 오늘은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보자.
올해는 나만의 봄을 만들어 보자. 지금까지 못해봤던 일을 한 번 해보자. 입춘인 오늘부터 시작하면 일이 술술 잘 풀릴 것이다.
사실은 봄이 제대로 오려면 입춘 후 한 달은 지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제대로 봄을 맞이하지 못한다. 그래서 입춘 날부터 시작해야 한다.
올 입춘에는 다른 해보다 무언가 의미 있는 날로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