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삼계 출신이라 했지요?”
“그렇지.”
“근디 왜 삼계 엿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소?”
어메, 그렇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이럴 때에도 쓰는 것일까?
까마득 생각을 않고 있었다.
자주 옆구리를 찔러서 자극을 주는 사람은 자칭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동생'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님.
전국적으로 면 단위에서 가장 많은 박사들을 배출해 낸 삼계는 박사고을이라 부른다. 현재 삼계 출신 박사가 200여 명에 이르러 타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삼계가 특별히 박사들이 많이 나올만한 조건은 없다. 산세나 물의 흐름도 여느 곳이나 별난 데가 없다. 이러한 곳에서 어떻게 박사들이 쏟아져 나올까?
어떤 사람은 삼계 박사 엿과 관련을 짓는 사람도 있다. 어려서부터 박사엿을 먹으면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박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것이다.
전부터 박사고을과 함께 유명해진 것이 ‘삼계 엿’이다.
삼계 엿은 다른 엿처럼 단단하거나 끈적거리지 않고 과자처럼 바삭바삭하다. 그러면서도 엿의 본래의 맛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거기에 생강을 넣으면 생강 맛이 나고 마늘을 넣으면 마늘 맛이 난다.

과자처럼 바삭바삭한 삼계 박사 엿
지금 삼계 엿은 박사골 엿이 되어 전국으로 공급된다. 이 엿을 먹고 공부를 했던 어린아이들이 성장하여 박사가 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요가 많이 늘었다. 그래서 농가의 수입도 짭짤하다.
초창기에 삼계 엿이 소문이 날 때는 수입원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무상으로 나가는 지출원이 되었다.
명절이나 결혼 등의 대소사를 치를 때에 삼계에 사는 친인척에게 타지의 사람들이 삼계 엿을 만들어 오라는 요구를 많이 하여 행사 때마다 엿을 해다 주느라 엿쌀이 가마니로 들어가곤 했다. 그렇다고 돈을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했었다.
그러다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자 엿을 사러 오기 시작하였다.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엿 공장이라는 말이 생겼다. 엿 공장이라고 해서 엿을 기계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 하던 일을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삼계 엿의 비법은 손에 있다.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느냐에 따라 바삭바삭한 엿이 되느냐 끈끈한 엿이 되느냐가 달려있다. 손이 많이 갈수록 바삭바삭해지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공적을 들여야 한다.

삼계 박사 엿의 비법은 엿을 늘이는 기술에 달려 있다.
엿을 늘일 때에 생강 삶은 물을 손에 적셔가면서 만들면 생강 냄새가 나는 생강엿이 되고 밤을 삶은 물을 적셔가면서 엿을 늘이면 밤 냄새가 나는 밤엿이 된다.
필자는 삼계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엿을 만드는 과정을 보아왔다.
엿은 추운 겨울날에 만들어야 잘 만들어진다. 엿을 늘일 때에는 따뜻한 방에서 하고 엿을 자를 때에는 추운 밖에서 한다. 극과 극을 오가며 작업을 해야 한다.
엿은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마지막에 엿가락을 뽑을 때에는 굵기가 똑같게 나오도록 늘여야 한다. 이것이 기술이다. 자를 때에도 칼이나 가위로 자르지 않는다. 손으로 자른다. 길이가 같게 잘라야 하고 한 번에 탁 잘라야 한다.
삼계에는 박사관이 있다.
박사관에 있는 박사들이 어렸을 때에 삼계 엿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엿을 먹었기 때문에 박사가 된 것은 아니다. 엿과 박사와의 상관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혀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창 시절에 뇌 활동의 에너지 공급원이 되는 포도당을 공급하는 것이 엿이기 때문이다. 이 포도당은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엿과 학습활동과는 상관관계가 성립되기도 한다.
삼계 엿은 명절 때에 선물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간식용으로 좋은 건강식품이다.
몸이 아픈 사람은 약으로도 쓴다. 기운이 없고 식욕이 없는 사람이 엿을 먹으면 기운을 차리고 식욕을 되찾을 수 있다. 소화가 안 되고 배가 더부룩할 때 엿을 먹으면 뱃속이 개운해진다. 손발이 차고 변비가 있는 사람도 엿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된다. 숨이 기쁘고 입이 마를 때나 목구멍이 아플 때에도 엿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소화촉진제가 되며 입맛 없을 때에는 식사 대용도 된다.
엿은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이 애용해 온 겨울 식품이다. 올 겨울 엿을 먹어 기운을 북돋우자. 삼계 엿을 먹으면 머리도 맑아지고 뇌의 활동도 활발해지니 기왕이면 삼계 엿을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