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끈 솟아오른 자연석불 자리에 세운 절
해질 무렵이면 은은하게 들려오는 쇠북소리가 있다. 산길을 가던 사람들이 잠시 마음을 추슬러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직도 저녁 쇠북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의 복이다.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도당산 산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대광사(大光寺)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대광사는 오래된 절은 아니다. 산이 큰 것이 아니어서 골짜기도 작은 골짜기에 자리를 잡은 자그마한 절이다. 바로 눈앞에 아파트가 있고 학교가 있고 도서관이 있다.
산중 불교 중심에서 도시 대중 불교를 지향하는 현대적 포교를 위한 도시 안의 절이다. 그래도 산을 끼고 산 속에 있어서 절의 풍취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광사를 세운 사람은 성공선사(性空禪師)다.
그는 1931년에 익산 함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각처를 떠돌다가 18세 되던 해에 김제 모악산 금산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춘명대종사(春明大宗師)를 모시고 공부하여 법(法)을 전수받고 득도하였다.
당시에는 산중 불교를 벗어나 도시 대중불교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성공대사는 전주 지역을 두루 돌아다니며 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린봉 줄기인 도당산 산골짜기에 이르렀을 때에 불끈 솟아 있는 자연 석불을 만났다.
그는 이곳이 부처님이 선명해주시는 곳이라 생각하고 즉시 주변의 풀을 뜯어다가 초막을 만들고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백일기도를 마쳤으나 마음이 흡족하지 않아 다시 백일기도를 드린 후 걸망을 지고 탁발에 나섰다.
그 후 이곳에다 토굴을 만들고 수도에 들어갔으니 그 자리가 바로 지금의 대광사 자리다. 그 후 토굴을 헐고 법당을 건축하여 미륵전이라 현판을 걸었다.
성공선사는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건한 사람이다. 그는 종교적 의례에 치중해서는 안 되며 모든 형식과 온갖 법칙에서 벗어나 자유자재해야 한다고 설법한 사람이다. 그는 끝없이 둥글고 한없이 밝은 참선의 큰 길로 나가기 위하여 진력하라 하였다.
성공선사의 마음을 표출하는 표상인가?
절 마당에는 배불떼기 포대화상의 석상이 있다. 세상만사 아무런 근심이 없을 것 같은 포대화상 주변에는 많은 동자들이 있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인 듯 책 모형의 석물들이 늘어서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위로를 주었던 성공선사는 세상을 떠날 때에도 가부좌를 한 채로 떠났다. 그가 64세였던 11월에 목욕을 하고 석공양을 마친 후 불자들을 불렀다. 그리고 가부좌를 한 채로 그대로 입적을 하였다.
그 후 1995년에 대광사에서는 성공선사의 공을 기리기 위하여 사적비를 세웠다. 사적비에는 전면에 대광사 창건주 성공당 사적비(大光寺 創建主 性空堂 事蹟碑)라 쓰여 있고 측면과 뒷면에 성공선사의 일대기와 공로가 적혀 있다.
도시 한쪽에 위치한 작은 산속에 자리 잡은 대광사는 오늘도 저녁 예불을 알리는 쇠북소리를 울린다. 도당산 산길을 거니는 사람들은 물론이요 인근의 주민들에게도 자성의 시간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대가 없이 주는 자비는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적선을 베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