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홈 스위트홈’ 독후감

'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 역시 기억한다.'

작성일 : 2023-02-17 17:05 수정일 : 2023-02-17 17:26 작성자 : 이상희 기자

이상문학상은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로 1977년 제정 이래 이문열, 이청준, 최인호, 신경숙, 김훈 등 당대 최고 작가들을 수상자로 배출한 명실공이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2023년 제46회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권영민ㆍ구효서ㆍ김종욱ㆍ윤대녕ㆍ전경린)는 한 해 동안 국내에 발표된 중ㆍ단편소설을 엄선하여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던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최진영 작가는 1981년 서울 출생으로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구의 증명’ ‘해가지는 곳’으로 등을 발표했으며, 한겨례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수상작 ‘홈 스위트 홈’은 지난 해 월간 문학지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온전한 자신의 집을 갖지 못한 채 살아온 화자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후 얻은 폐가를 자기만을 위한 공간으로 고쳐 현재의 삶에 충실하려는 과정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최진영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소설을 통해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며 “그것은 나를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하는 강한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또 자신의 소설에 영향을 끼친 책, 다큐멘터리 등을 언급하면서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지도 모르고 도와준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방법으로 누군가를 돕고, 지키고, 응원하고, 살아가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 또한 이곳에서 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고 전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주인공 ‘나’는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무언가가 폭발해 파편적으로 공존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분명히 일어난 적 있으나 아무도 모르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나’가 기억하는 최초의 집에는 우물이 있었고, 얼마 뒤 ‘나’는 그 집을 떠났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기와집을 허물어 벽돌집을 짓고 우물을 메워 마당에 잔디를 깔았다. ‘나’가 기억하는 최초의 집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기억하며, ‘나’의 기억은 ‘나’의 선택이 아닌 기억이 ‘나’를 선택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내가 기억을 선택하지 않고 '기억이 나를 선택한다'와 같은 참신하고 고급스러운 표현들이 이 작품을 한 결 돋보이게 해 준다.

 

주인공 ‘나’는 연인인 어진과 동거 생활한 지 삼 년째에 헤어질 위기를 맞는다. 어진은 바쁜 일상에 치여 힘겨워 하고 ‘나’는 그런 어진의 짜증에 지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어진은 이별을 선택하는 대신 주변 환경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충남 보령의 작은 빌라로 이사를 한다.

이사한 집은 앞 뒤 창으로 계절마다 옷을 갈아 입듯이 다양하게 변하는 풍경을 보여주는 뒷동산과 구름처럼 희뿌연 해수면이 보이는 새로운 집에서 잃어버리는 여유를 되찾아 간다.

 

어진은 직장을 옮기고, 프리랜서인 ‘나’는 작업 시간을 조정하며 고되었던 일상에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어진과의 결혼을 앞둔 시점에 ‘나’는 암 진단을 받는다.

 

‘나’는 항암 치료를 끝내고 일 년이 지나기도 전에 암이 재발하고, 의사는 3차 재발이 있을 수 있음을 우려하며 경계할 것을 당부한다.

 

‘나’는 암 진단을 받은 것이 오로지 ‘나’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고통이 심할 땐 차라리 죽는 게 낮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병원 로비에서 “아직 젊은 사람이 어떻게 살았기에 그런 병에 걸렸느냐”며  혀를 차는 중년 남녀의 대화를 들은 후, 그동안 암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외면했던 것과 다르게, 그 가능성을 직면하고 직접 미래를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돌아갈 집이 없음을 생각하고 돌아가고 싶은 그 ‘집’을 직접 짓기로 한다. 그곳에서 비 오는 날 부추전을 만들어 먹을 거라는 미래를 기억하면서.

 

‘나’는 엄마와 함께 폐가를 수리하며 ‘내’가 기억하는 집을 완성한다. 이삿짐을 옮기기 전 집을 바라보며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 역시 기억한다. 폭우의 빗방울 하나, 폭설의 눈 한 송이, 해변의 모래알 하나가 모여 단단해질 ‘나’의 스위트 홈을.

 

“홈 스위트 홈‘은“나는 죽어 가고 있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는 작품 속 문장에서 암시하고 있듯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다소 어둡고 무거운 소재의 소설이지만 바탕에 깔려 있는 분위기가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오히려  소설 말미에 주인공이 이사를 준비하면서 '집을 바라보며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 역시 기억한다'는 말에서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이 가슴 따뜻하게 전해져 옴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 대해 권영민 문학사상 편집 주간(서울대 명예교수)은 “비애감이 깔리는 주제임에도 생의 긍정을 불어 넣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이상희 기자 seodg1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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