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파정에서 달과 함께 노닐다

임실 덕치 물우리의 월파정

작성일 : 2023-03-03 05:44 수정일 : 2023-03-03 08:21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섬진강은 4대 강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본래의 강 모양을 간직하고 있는 천연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강이다. 구불구불 산과 산 사이를 흘러 바다에 이르는 산속의 강이다.

그 중에서도 옥정댐 물을 받아 맑은 물이 돌 사이를 흘러가는 임실군 덕치면 물우리 냇물은 천혜의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거기에 풍경을 하나 보태는 곳이 있으니 회문산을 바라보고 서있는 월파정(月波亭)이다.

 

월파정(月波亭)은 1927년 덕치면 물우리에 거주하던 밀양 박 씨 중시조인 밀성부원군 박언침(朴彦沈)의 후손들이 선조들의 유덕을 기리기 위하여 이곳에 지어놓은 정자다. 본래의 이름은 월회정이었는데 1966년 대종회에서 박 씨들의 중시조 계행공이 390년 전 전남 창평현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온 것을 추모하기 위해 계행공의 호를 따서 월파정이라 이름을 바꾸었다.

그 후 계행공의 후손들이 1990년대에 단청을 새로 칠하고 처마의 네 귀를 철제 기둥으로 받쳐 세웠다.

 

 밀양 박 씨들이 중시조 밀성대군 호를 따서 지은 월파정

 

밀양 박 씨는 박혁거세를 고시조로 하고 박혁거세의 29 세손인 경명왕의 맏아들인 밀성대군 박언침(朴彦沈)을 중시조로 하는 후손들이며 전체 박 씨의 77.8%를 차지할 만큼 자손들이 번창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성씨의 본관별 순위에서도 김해김 씨 다음으로 수가 많다.

 

이곳 월파정이 서 있는 곳은 덕치면 물우리 마을인데 섬진강 물줄기가 정자 뒤를 돌아 앞으로 흐르며 저만치 회문산이 있다.

월파정은 밤에 달이 뜨면 달빛을 받아 물결이 반짝이는 고요한 곳이다. 물이 벌동산을 한 바퀴 휘돌아 흐르는 유유자적한 곳이다. 가까이 있는 구담 마을에서는 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촬영하던 곳이다. 이곳을 지난 물은 용궐산을 돌아 장구목의 요강바위를 지나 순창 적성으로 흐른다.

 

현재 정자에 걸려 있는 현액은 당시의 경찰서장을 지낸 김봉관 씨의 글씨라 한다. 월파정은 달 밝은 밤이면 정자 아래를 흐르는 물소리가 달빛에 어울려 신선의 세계같은 풍경을 연출해 낸다고 한다.

정자에 오르면 한쪽에는 월파정 상량문(月波亭上樑文)이 있고 한쪽에는 월파정기(月波亭記)가 적혀 있는 현액이 걸려 있다.

 

월파정 앞을 흐르는 물은 섬진강댐이라 부르는 옥정호에서 오래 머물러 있다가 수문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러나 이내 설보에서 잠시 멈추는데 이 설보는 1634년에 덕치 회문리의 조평이라는 사람이 꿈속에서 계시를 받고 보를 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보다.

 

설보를 지나 흘러내려오던 물은 청웅을 거쳐 강진면 소재지인 갈담을 거쳐 흐르는 청웅천과 만난다. 이곳이 강진(江津)이다.

 

“강진(江津)이라는 이름을 보면 큰 내 강(江) 자에 나루 진(津)을 쓰는데 그냥 만들어졌을까요? 이곳까지 나룻배가 드나들지 않았을까요?”

지명 하나에도 무심히 스쳐 지나감이 없는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님.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머리가 조금 트인다.

그러고 보니 냇물 위로 놓인 다리가 크게 보인다.

‘그래, 저 다리 아래까지 나룻배가 드나들었을 거야. 그래서 강진(江津)이라 불렀을 것이다.’

 

 임실군 강진의 섬진강 줄기. 강진이라는 말에는 나루가 있다

 

강진을 지나 흐르던 물이 순창 구림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 큰 강을 이루는데 그곳이 바로 월파정이 서 있는 곳이다.

월파정은 홀로 외로이 서 있는 듯해도 이렇게 물과 물을 만나게 하고 물과 산을 어우러지게 하는 화합의 정자이기도 하다.

 

이 물은 산을 한 바퀴 돌아 순창의 명산인 용궐산 아래를 흐른다.

용궐산은 본래의 이름은 용골산이었다. 용의 골격을 갖추었다 하여 지어진 이름인데 2009년 4월 7일부로 용궐산으로 상승했다.

 

이 용궐산은 필자의 고향인 삼계 봉현리 쑥고개에서 십여 리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동네 뒷산에 가면 멀리 숲산 너머로 산봉우리가 보이는 산이었다. 필자가 다니던 세심초등학교에서 소풍을 용궐산 아래 천담까지 다녀오기도 했던 곳이었다.

내 이름에 ‘용’ 자가 있어서 나를 용골산이라고 별명을 만들어 놀려대기도 하여 어려서부터 내 마음에 각인되기도 했던 산이다.

 

월파정에서 잠시 앉아 있노라면 세상을 잊고 시대를 잊는다.

살아가는 여정에서 이런 때도 있어야 한다. 옛사람들이 멋스러운 것은 곳곳에 정자를 짓고 이런 멋을 만들며 살았던 탓이다. 그들은 돈이 되는 곳에 투자를 한 게 아니고 멋이 있는 곳에 돈을 들여 정자를 지었다. 그리고 정자에 앉아 심신을 달래었다. 눈을 들어 풍경을 바라보며 시를 읊으면서 멋지게 살다 갔다.

옛사람들이여! 그대들이 우리의 조상이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그 정신을 이어받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소이다.

첨단 시대에 첨단 기기를 가지고 편리하게 사는 것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월파정이었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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