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을 달래주는 기도하는 교회 마당
전주의 동쪽을 가르는 길인 기린로를 따라가다 보면 전주 동부교회에 이른다.
팔달로 중앙에 있는 중앙성당에서 세이브 존과 열린병원을 지나 기린대로를 건너뛰어 반촌로에서 좌회전하면 권삼득로에 접어든다. 거기에서 조금 가다 보면 전주동부교회가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전주형무소 자리다.

전주형무소가 있던 자리인 전주동부교회 마당
전주형무소는 조선시대에는 전주 감옥이라 불리었고 지금의 한국전통문화전당 자리에 있었다.
1908년 광주감옥 전주분감으로 세워졌다가 1920년에 전주감옥으로 승격되었다. 1923년부터 전주형무소라 개칭하였으며 1961년 전주교도소라 개칭하였다. 지금의 교도소 자리인 평화동으로 이전한 것은 1972년이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전주형무소 자리라 부르는 곳은 지금의 전주동부교회 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의 전주교도소는 나라가 평안을 찾은 최근의 자리이기 때문에 화젯거리가 되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한으로 맺혀 있는 곳은 전주형무소다. 그나마 그 자리에 평안과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교회가 들어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전주형무소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했던 것은 한국전쟁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여순반란 사건과 제주 4‧3 사건이 발생하여 여기에 관련된 죄수들이 전주형무소를 가득 채웠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에 전주형무소에는 1,900여 명의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었는데 정원의 두 배가 넘는 수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7월에 우리 정부에서는 공산주의에 관련되어 수감되었던 죄수들을 학살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공산당에 협조할 것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주 변방의 여러 곳에서 학살되어 야산에 묻혔다.
대표적인 곳이 전주 공동묘지가 있던 인후동 건지산과 황방산, 그리고 소리개재였다. 그때 처형된 사람들이 1,400여 명에 이르렀다.
공산군이 전주를 점령을 하자 경찰관과 판사, 우익 정치요인들을 잡아다가 전주형무소에 수감을 했는데 당시에 전주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이 3,0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9월이 되자 UN군의 인천상륙작전이 감행되고 남쪽으로부터 국군과 UN군이 밀고 올라오자 공산군은 9월 26일과 27일 사이에 대대적으로 우익 인사들에 대한 학살을 감행하였다. UN군에 쫓기던 공산군은 급한 나머지 전주형무소 화장터와 연와 작업을 하던 형무소 작업장에서 학살을 감행했는데 이들 중 처형 장소로 가는 도중에 달아난 사람들이 200여 명에 이르렀고 UN군의 빠른 진주로 미처 학살하지 못한 사람들이 1,000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결국 500여 명을 학살을 한 것이다.

평화롭가만 한 이 마당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되었다.
여기에서 학살된 사람들은 가족들이 시신을 찾아갔는데 찾아가지 않은 시신 175구는 형무소 앞산이었던 죽산에 매장이 되었다가 효자동 황방산 공동묘지로 이장하였다.
한국전쟁으로 좌익이나 우익으로 몰려 학살당한 사람들 모두가 좌익이거나 우익에 관련된 사람들은 아니었다. 동네에서 사소한 다툼으로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사람들까지 모두 처형이 된 것이다.
공산당에 의해 학살된 우익 인사들은 정부의 노력으로 대부분이 시신을 찾아내었다. 그러나 좌익으로 몰려 우리 군경에 의해 학살된 사람들은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숨겨오거나 방치했기 때문에 자료나 흔적들이 사라져 버려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기 조직되어 그들의 노력으로 상당수가 밝혀지기도 했다.
최근까지 황방산에서는 시신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2019년 겨울에는 황방산에서 34구의 시신을 발굴하였다. 그러나 산정동 소리개재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하였다.
동부교회 마당은 넓다.
교회 건물이 한쪽에 서 있고 그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이곳이 바로 전주 형무소가 있던 자리다.
이곳에 서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 시신마저 찾을 수 없는 원혼들의 피맺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 그들은 어떻게 죽게 되었으며 시신은 어디에 있는가?
시대를 잘못 만난 그들은 아무런 죄 없이 처참하게 죽어가야 했고 억울한 누명까지 쓴 채 시신마저 어디에 있는지 몰라 가족들의 가슴을 시퍼렇게 멍들이고 있다.
높은 곳에 계시는 전지전능하신 분께서 가르쳐 주시면 좋으련만 죄 많은 사람의 기도라 그런지 응답을 주시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을 위하여 기도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