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소나무 꼭대기, 게리 슈나이더

Pine Tree Tops, Gary Snyder (1930- )

작성일 : 2023-03-12 12:40 수정일 : 2023-03-13 09:00 작성자 : 정석권 기자

Pine Tree Tops

Gary Snyder (1930- )

 

in the blue night

from haze, the sky glows

with the moon

pine tree tops

bend snow-blue, fade

into sky, frost, starlight.

the creak of boots.

rabbit tracks, deer tracks,

what do we know.

 

 

소나무 꼭대기

게리 슈나이더

 

파란 밤

안개 속에 하늘은

달빛으로 빛나고

소나무 꼭대기

푸르른 눈빛 속에 휘어져

하늘로, 서리 속에, 별빛 속에 스러진다.

신발 삐걱이는 소리

토끼 발자국, 사슴 발자국,

우리는 무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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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 슈나이더는 젊은 시절 한때 미국 북서부 지역의 숲속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곳은 온대림이 울창한 지역인데 그 거대한 숲의 나무들이 남서부 지역의 주택을 짓기 위해 대단위로 벌채가 되는 것을 지켜보며 환경보호에 관한 생각이 깊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선불교에 관심이 깊어져 일본에 체류하면서 동양의 언어와 문학과 정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했다고 합니다. 그러한 서구적인 환경주의와 동양적인 관조사상이 결합해서 슈나이더 특유의 사상과 문학세계가 탄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는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달 밝은 한밤중에 소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를 바라보며 명상을 하는 것을 묘사합니다. 화자는 겨울밤에 야외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그가 바라보는 하늘은 달빛 아래에 안개에 젖어 푸르게 빛나고 있고, 높이 솟아 있는 소나무 꼭대기는 하늘 별빛 속으로 사라지는 듯 보입니다. 이 시는 겨울밤의 흐릿한 광경의 사실적 묘사이면서, 동시에 동양의 수묵화처럼 여백의 아름다움을 안개와 서리가 희미하게 사라지는 것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그는 겨울밤 산속을 계속 거닙니다. 눈밭에서는 그가 거닐 때마다 신발에서 뽀드득 뽀드득 하는 눈 밟는 소리가 날 것입니다. 그는 고요한 겨울 숲속의 침입자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토끼 발자국, 사슴 발자국이 보이는 건 그런 작은 짐승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인간과 숲과 토끼와 사슴은 서로를 배려하며 같은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함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우린 알지 못합니다. 속세의 걱정 근심과 일상의 손익계산에 젖어 있는 우리는 한겨울의 숲속도, 눈밭에 난 토끼와 사슴의 발자국도, 그리고 아스라이 안개에 젖은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듯 보이는 소나무 꼭대기도 살펴볼 여유도, 이유도 없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짧은 시는 우리에게 고요하게 명상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필요성과 가치를 알려주는 맑고 푸른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그림: 김분임

겨울 소나타 53.0 x 40.9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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