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때에 먼저 퇴직한 선배님 한 분이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말을 해주겠다고 했다. 들으나 마나 그 말이 그 말이겠지 싶어 기대를 하지 않았다.
“퇴직 후에 거지 밥상을 차려 먹지 말고 황제의 밥상을 차려 먹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네.”
“예? 거지 밥상과 황제의 밥상이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지 밥상은 이해가 좀 가는데 황제의 밥상이라니? 비싼 것으로 잘 먹으라는 말인가?
그 선배의 말은 이러했다.
황제의 밥상이라고 해서 비싼 것을 많이 챙겨 먹으라는 것이 아니고 있는 것은 다 내어 놓고 골고루 먹으라는 말이고 거지 밥상이란 반찬이 많이 있는데도 귀찮다고 한두 가지의 반찬만 챙겨서 먹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다.

있는 반찬을 다 내어놓고 먹는 것이 황제의 밥상이다
퇴직을 하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거지 밥상을 차려 먹는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많다고 하여 배가 터지게 먹는 것도 거지 식성이라는 것이다. 황제는 절도를 지켜서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 의미가 깊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것을 실천에 옮겨보기로 하였다. 전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밥을 먹을 때에는 반찬을 여러 가지 챙겨서 먹었는데 자식들이 모두 품 안을 떠나고 둘만이 남은 데다 활동시간이 다르니 혼자서 밥을 챙겨 먹어야 할 때가 많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반찬 한두 가지 가지고 얼른 식사를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국 끓여 놓은 것이 있으면 국에 밥을 말아 반찬 없이도 밥을 먹곤 하였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거지 밥상이라는 것이었다. 냉장고에 이것저것 반찬이 있는데도 챙겨 먹지 않는 것이 거지 밥상이라는 것이다.

입에 맞는다고 한 가지만 챙겨 먹으면 거지 밥상이다
비싼 것을 사서 먹으라는 것이 아니고 있는 반찬은 다 챙겨 먹는 것이 황제의 밥상이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하여 한 개의 반찬 그릇에 여러 가지의 반찬을 담을 수 있는 찬그릇을 구입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반찬을 골고루 담아 놓았다. 이렇게 해놓으니 반찬 그릇 하나만 끄집어내면 여러 가지 반찬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황제처럼 점잔을 빼며 천천히 밥을 먹었다. 결코 허겁지겁 거지처럼 밥을 먹지는 않았다.
퇴직 후 아내가 반찬 만드는 것을 곁에서 돕다 보니 반찬 한 가지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손이 가며 얼마나 많은 양념이 들어가는지를 알게 되었다. 결코 한 입에 꿀꺽 삼켜버리기에는 아까운 음식이었다. ‘호박씨 까서 한 입에 떨어 넣는다.’는 말이 얼마나 미운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반찬 한 가지 만드는 것도 예술가가 예술 작품을 만들 듯이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커피를 마실 때에 향을 즐기면서 조금씩 마시듯이 밥을 먹을 때에도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었다.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나이가 되면 황제의 밥상을 챙겨 먹을 일이요, 결코 거지밥상을 챙겨 먹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에도 황제처럼 천천히 여유롭게 먹을 일이다. 결코 거지처럼 후루룩 급하게 먹지 말 일이다. 외식이나 회식을 할 때에도 거지처럼 마음껏 배부르게 먹지 말고 황제처럼 체신을 지켜가며 적당히 먹을 일이다.
또 하나 중요한 말이 있다.
음식은 맛있는 것을 먼저 먹고 새것을 먼저 먹으라는 것이다. 아낀다고 두었다가 맛이 변하고 헌 것 되면 먹지 말고 새것을 먼저 먹으라는 것이다.
황제의 밥상을 챙겨 먹는 것, 이것이 나이 든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식사법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