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 하고 있나요?”
“운동하고 있지요.”
“운동을 서서 하지 왜 앉아서 해요?”
“서서 할 기운이 없으니까 그렇지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운동을 해야 조금이라도 건강해지지요.”
여기는 도당산 남서쪽 산 아래, 유일여고 뒤쪽 공원 벤치.
70~80세의 노인들이 모여 노는 야외 사랑방이다. 그들은 거의 벤치에 앉아 있다.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라 여기 와서는 거의 앉아 있다.
아까부터 앞에 나가 구령을 부르며 체조를 리드하고 있는 사람은 자칭 반장인 김순○ 할머니. 그는 학교 다닐 때는 반장도 못해 보았지만 여기에서는 스스로 반장 노릇을 자칭했다. 그는 목소리가 크다. 봉사정신도 높다. 딱 반장감이다. 그는 체조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노래도 가르친다. 때로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자, 지금부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봅시다.”
소리 높여 부르는 노래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처음 배우는 ‘학교종’이다. 주로 초등학생이 부르는 동요를 많이 부른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평소에 말할 때는 작던 목소리가 태극기 노래를 부를 때에는 높아진다. 동요 ‘태극기’는 이들의 18번이요 단가이기도 하다. 때에 따라서 노래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태극기 노래는 빠지는 법이 없다.
“지금부터 체조를 합시다.”
반장인 그가 시범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은 따라서 한다. 체조는 멋대로 체조다. 국민체조도 아니고 스트레칭도 아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잘 따라서 한다. 운동이 될 성싶지 않은 손놀림이지만 매일 하니까 운동이 된단다.

비록 앉아서 하는 체조이기는 하지만 그래야 건강해진단다
“자, 간식 시간입니다. 오늘은 박 할머니가 한턱 쏘았습니다. 박수!”
반장의 소개로 박 할머니를 향해 박수를 보낸다. 간식은 요구르트 1개씩이다.
“아! 맛나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고 감사 인사까지 한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김 할머니 손자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답니다. 박수!”
뉴스까지 전해준다. 그리고는 노래를 부른다. 김 할머니가 전화를 한다. 얼마 후에 아이스크림이 배달된다.
“아이고, 아이스크림까지 사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를 향해 두 손을 모으면서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태극기가 바람에…”
오늘도 단가부터 부른다. 그리고 몇 곡을 더 부른다. 그리고 체조를 한다. 여전히 앉아서 하는 체조다. 그나마 여기에도 못 나오는 사람도 있다면서 여기까지 걸어서 온 것을 감사하라고 소리 높여 연설을 하기도 한다.
“내일은 12시에 인후 1동 동사무소 뒷골목에 있는 음식점 명가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누가 내느냐 하면 조 할머니가 냅니다. 박수!”
때로는 간식 대신 점심을 내기도 한단다. 기분이 나면 점심을 내기도 하고 간식도 제과점 빵으로 낸단다.
이들이 모이는 시간은 보통 오후 3시쯤이다. 두 시간 정도 놀다가 간다. 여름에는 더우니까 4시에 모이기도 하도 겨울에는 추우니까 2시에 모이기도 한다. 모이지 않는 때는 없다. 때로는 두어 명만 모일 때도 있다. 그래도 반장 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린다. 체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보통 열 명 정도 모이는데 숫자는 거기에서 플러스, 마이너스다. 잘 나오다가 안 나오면 병원 입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주 안 나오면 먼 나라로 가버린 사람이다. 하늘나라에 가서 이곳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오늘도 반장 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체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저 소리를 오래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앉아서 하는 체조일지라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들을 한 50년 더 보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