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잎에 구멍을 내는 신궁을 꿈꾸는 곳

전주 다가공원 천양정(穿楊亭) 활터

작성일 : 2023-04-07 07:38 수정일 : 2023-04-07 11:16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인간이 활을 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혁명이다. 이는 말을 탈 줄 알게 된 것만큼이나 혁명적이다. 활이 없었다면 총도 대포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미사일도 하나의 활쏘기를 시초로 한다.

 

전주의 활쏘기라 하면 대뜸 천양정(穿楊亭)이 떠오른다.

천양정(穿楊亭)은 전주의 서쪽 다가공원 입구에 서 있는 활터다. 지금도 여전히 내로라는 궁수들이 활을 쏘고 있다.

천양정에서 활을 가지고 과녁 앞에 서면 여느 활터와는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천양이라는 말이 ‘버들잎을 화살로 뚫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전주의 활량들이 활을 쏘았던 천양정 활터

 

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제6호인 천양정은 숙종 38년인 1712년에 전주천 서쪽 냇가에 세워졌다. 그런데 비가 많이 내려 홍수로 떠내려가고 말았다. 경종 2년인 1722년에 다가산 아래에 다시 세워 다가정이라 이름 붙였다. 순조 30년인 1830년에 다가정 북서쪽에 다시 활터를 만들어 천양정이라 하였다.

다가정은 과녁이 북쪽에 있어 젊은이들이 주로 사용하였고 천양정은 과녁이 남쪽에 있어 나이 든 사람들이 사용하였다.

 

전주에는 몇 개의 활터가 있었다. 용두봉 아래 지금의 기령당 자리에는 군자정이 있었으며 곤지산 동쪽에는 읍양정이 있었고 다가산 바로 밑에는 다가정이 있었다. 이를 일제가 1912년에 천양정으로 통합을 시켰다. 그리고 군자정에는 양영학교를 설립하고 읍양정 자리에는 함육학교를 만들었다.

 

천양정에서는 영조 8년인 1732년부터 무과 초시를 시행하여 천양정에서 수련하던 많은 사원들이 무과급제를 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전국궁도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금도 천양정에서는 활쏘기 수련이 계속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천양정도 시련을 겪었다. 일제는 민족정기가 서려 있는 다가산에 신사참배 신사를 세우고 천양정을 빼앗기 위해 기증할 것을 강요하였다. 그러나 사원들이 끝내 거절을 하자 강제로 빼앗아 신사참배 부지로 포함시켜 버렸다.

1945년 해방을 맞아 당시의 당시 천양정 사장이었던 효산 이광렬이 적극적으로 반환운동에 나서 환수 받게 되었다.

 

지금 천양정에 남아 있는 글씨들은 천양정을 위하여 공로가 많았던 효산 이광렬의 글씨다. 그는 전주의 선비로서 서화가였으며 또한 교육자였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로당으로 알려진 기령당의 당장도 역임했으며 기령당의 편액과 주련, 그리고 사적비 등의 글씨도 썼다.

그의 공적을 기념하는 효산 이광렬 기적비가 천양정 앞 다가공원 마당에 서 있다.

 

전주 팔경 가운데 다가사후(多佳射帿)가 있다.

다가(多佳)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 얼굴이 옥 같다는 뜻이고 사후(射帿)는 과녁을 향하여 활을 쏜다는 뜻이다.

다가사후(多佳射帿)는 전주의 잘 생긴 활량들이 다가산의 천양정에 모여 활을 쏘며 수련을 하였던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버들잎에 구멍을 내는 마음으로 활을 쏘는 과녁판 

 

천양(穿楊)이라는 말은 활을 들어 버들잎을 맞춰 꿰뚫는다는 말로 귀신같은 활솜씨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천양이라는 말이 활을 잘 쏘았던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중국 초나라의 양유기(養由基)로부터 유래한 말이다. 그는 100보 떨어진 곳에서 수많은 버드나무 잎 중 까맣게 칠해 놓은 버들잎 한 잎을 활로 쏘아 구멍을 냈던 사람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백보천양(百步穿楊)이다.

천양정에서 활을 쏘는 사람은 저절로 양유기가 버들잎을 향하여 활을 쏘았던 기운을 얻어 활을 잘 쏠 수 있을 것이다.

 

천양정이 있는 다가공원 주변은 전주의 근대문화의 보고다. 이곳을 중심으로 전주의 근대문화가 꽃피어 나갔다.

천양정 바로 앞에 전주 교육의 시발점이 된 신흥학교와 기전학교가 있다. 신흥은 새롭게 일어나라는 뜻이고 기전은 전북지역의 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킨 선교사를 기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위에 호남지역 최초의 병원인 예수병원이 있다. 그 앞에는 선교사들의 거주지이며 전주의 최초의 양옥집들이 있다. 선교사 묘역이 있으며 그 아래 전주시 기독교 근대역사기념관이 있다. 내를 건너면 전북 최초의 교회인 서문교회가 있다.

다가공원이 속해 있는 산줄기는 전주의 기운을 품고 있는 완산의 줄기다. 용의 몸통이다. 거기 화산서원도 있었다. 천양정 주변은 온통 문화재요 기념물이다.

 

천양정에서는 전국궁도대회와 전주대사습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천양정에 나가 백보 떨어진 버드나무의 버들잎에 구멍을 낸다는 마음으로 활시위를 한 번 당겨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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