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이 말은 흔히 작은 일도 결코 허술한 일이 아니고 소중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 말은 그렇게 사소하게 쓰이는 말이 아니다. 옷깃을 스친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옷깃”이라는 말은 ‘저고리 등의 웃옷의 목을 둘러 대어 앞으로 여미는 부분’이다. 옷의 상체인 저고리 중에서 목 부분이며 목을 둘러 가슴으로 내려오는 부분이다. 결코 팔을 꿰는 옷소매나 아래로 길게 늘어뜨리는 옷자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옷깃을 여민다'는 말은 벌어진 옷깃을 바로 잡아 반듯하게 한다는 말로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옷깃은 저고리의 목을 둘러 대어 앞으로 여미는 부분을 말한다
‘옷깃을 스친다’는 말은 옷소매 끝이나 아래로 내려가는 옷자락을 스친다는 말이 아니다. 웃옷의 목 부분을 스친다는 말이니까 길거리 걸어가다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옷깃과 옷깃이 스치려면 서로 포옹을 해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남의 옷깃에 손을 댄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배우자나 애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모르는 사람이 옷깃을 스치거나 옷깃에 손을 대면 성추행으로 잡혀갈 일이다.
예로부터 남녀가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맞이하면 신랑이 신부의 옷고름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옷깃을 잡고 옷을 벗겨 주었다. 그럼으로써 부부의 인연이 맺어졌던 것이다. 옷깃에 손을 대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일인 것이다.
옛날에는 나이 많은 부잣집 영감이 가난한 사람에게 논 몇 마지기 떼어 주고 그 집의 나이 어린 처녀를 데려다가 애첩을 삼는 경우가 있었다. 멋모르고 끌려왔던 처녀가 첫날밤에 달려드는 영감이 무서워서 반항을 하면 억지로 옷고름을 뜯고 옷깃을 잡아 옷을 벗기는 장면이 영화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나의 큰 사건인 것이다.
옷깃에 손을 댔다가 평생을 후회하는 사람도 있고 행운을 얻어 잘된 사람도 있다.
전에 우리 고향에서는 봄이면 남자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여자는 산에 가서 산나물을 뜯었다. 산에서 나무를 하던 총각이 나물 캐러 왔던 이웃 동네 처녀의 옷깃에 손을 댔다가 억지 결혼을 하여 평생을 공방이 들어 재미없게 살아간 사람이 있었다.
어느 시골 청년이 술김에 학교에 첫 발령을 받고 마을에서 방을 얻어 자취를 하던 여선생 방을 쳐들어가 옷깃을 만진 것이 인연이 되어 그 여선생과 결혼을 하고 여선생이 남자를 학교를 보내주어 대학까지 마친 뒤 좋은 자리에 취직을 하여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도로가에서 나물 캐던 시골 처녀가 자동차 타고 가던 서울 총각의 눈에 띄어 서울로 시집을 간 경우도 있었다. 옛날 순박하던 때의 전설 같은 이야기다.

함부로 남의 옷깃을 만지면 큰일난다
요즘은 함부로 남의 옷깃을 만졌다가는 성추행으로 몰려 곤욕을 치른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은 인연인데 악연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옷깃만 스쳐도를 한자말로는 타생지연(他生之緣)이라 한다. 다른 생의 인연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이 말은 이렇게 고쳐져야 한다.
“옷깃을 스치면 큰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