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는 아직도 무게가 있는 곳이다.
향교 안에 들어서면 섣불리 경거망동할 수 없으며 촐랑댈 수 없는 곳이다. 걸음걸이 하나도 조심스럽다.
결혼은 일생일대 중차대한 일이다. 향교에서 결혼 예식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결혼 당사자인 신랑 신부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에 임할까? 하객들은 또 어떤 마음으로 참석을 할까? 무언가 다른 것이 있으리란 기대를 가지고 향교 결혼식장에 가보았다.
향교에서 하는 결혼 예식은 야외에서 한다. 공자님, 맹자님 모셔둔 대성전 앞 뜰에서 한다. 그래서 정중하고 위엄이 있다. 결혼 초부터 성현의 말씀을 생각하며 무게를 잡고 정중하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준다.
사방이 담으로 싸여 아늑하고 육중한 명륜당 건물이 버티고 서 있는 마당 네 구석에 수령 400년짜리 은행나무가 서서 옹위를 하고 있다.
축하객들도 모두 진지하다. 일반 예식장에서처럼 시끄럽지 않고 정중하다.
하객들을 향한 대접도 정중하다. 시원한 얼음물도 있고 예쁜 와인 잔에 와인도 있으며 오렌지 주스도 있다. 신랑 신부가 주는 초콜릿도 있다.
신부와 함께 촬영하는 포토 존이 한쪽에 마련되어 있다. 신랑 신부의 사진들도 작고 아담하게 전시되어 있다.
예식은 전통 예식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결혼 예식장 순서를 따른다.
신랑의 어머니와 신부의 어머니가 손을 맞잡고 걸어 나와 서로 인사를 하는 것은 일반 결혼 예식장과 같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촛불을 켜는 대신 꽃을 꽂는다.
신랑이 입장하는 것도 똑같다.

향교에서 행하는 결혼 예식의 한 장면
그러나 신부가 입장하는 것은 다르다.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거기 신부가 서있다. 그리고 신부가 대문 문턱을 넘어 들어서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
신랑 신부의 서약은 각각 한다.
성혼 선언문을 신랑의 어머니가 하고 신부 어머니는 덕담을 들려준다. 400년 넘은 은행나무 아래에서 치러지는 예식답게 “은행나무의 약속”이라는 제목을 붙여 덕담을 들려준다. 향교를 들어설 때 낮은 문을 허리 굽혀 들어서듯이 항상 겸손하고 정숙하게 행동하며 향교를 통해 내려온 오랜 전통과 기상을 잊지 말고 간직할 것과 은행나무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약속했던 서약을 잊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이기 때문에 신랑 신부 행진할 때에도 하객들이 모두 일어서서 손을 흔들어 주고 소리 높여 축하를 해준다.

향교에서 예식을 하면 덤으로 얻는 게 많다
야외에서 행하는 예식이기 때문에 덤으로 얻는 게 많다.
우선 신선한 공기와 주변의 풍경이다. 전주 한옥 마을이 둘러싸고 있는 향교는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사진을 찍으면 멋진 배경을 뒤로하고 사진이 찍힌다.
결혼 당사자인 신랑과 신부는 물론이고 부모와 진척들, 그리고 하객들까지 모두가 잊지 못할 멋진 결혼식을 하고 싶은 사람은 향교에서 한 번 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