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에는 눈물주머니가 있다

여천 최온순 침선장의 전통복식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성일 : 2023-05-15 06:58 수정일 : 2023-05-16 08:56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사람에게 가장 큰 일은 태어나는 일이고 다음으로 죽는 일일 것이다. 태어나는 일이나 죽는 일은 당사자가 보거나 기억하는 일은 아니다. 태어나는 일은 부모가 알아서 해주는 일이요 죽은 뒤의 일은 자식들이 알아서 해준다.

 

그중에서 죽는 일은 참으로 큰일이다. 그동안 살아온 일들을 다 던져두고 가는 것이다. 가는 사람이야 눈 감고 가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수천수만 가지의 회포가 일어난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뒤처리는 천차만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위대한 생을 살아온 사람일수록 장례부터 복잡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를 하고 공적을 기록하기 위해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이 죽으면 자식들을 포함한 상주들은 상복을 입는다. 지금이야 검은색 옷에 애도 리본만 부착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굴건제복이라 하여 복잡한 상복을 입었다.

 

 상제가 입었던 상장의례 복식 중의 하나인 굴건제복 

 

상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만들어온 사람이 있다. 침선장 여천 최온순이다. 그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2호 침선장이다.

그가 여천 최온순 전통복식 중의 하나인 "상장의례 복식 특별전"을 열었다. 전시장에는 죽은 사람이 입는 수의를 비롯하여 자식들인 상제가 입는 굴건제복을 비록한 여러 가지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수의도 남자가 입는 도포와 여자가 입는 원삼이 있고 상제의 옷도 남자와 여자의 옷이 있다. 수의 중에는 한지로 만든 것도 있다.     

 

최온순 침선장은 1937년 군산 임피에서 태어났다. 1996년 제2회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 입선을 시작으로 전북 기능경기대회 한복부 금상, 한복의상 공모대전 금상 등을 수상하고 전라도 장인 33인에 선정되었으며 마침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2호 침선장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전북 기능경기대회 한복부 삼사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전주대학교 문화관광학부 전통복식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자기 옷이나 가족들의 옷을 만들었다. 그러나 왕실이나 사대부 등의 특수층의 옷이나 평상복이 아닌 관혼상제 때에 입는 옷은 솜씨가 뛰어난 장인들이 만들었다.

 

특수한 옷을 제작하는 데는 여러 사람들이 동원된다. 실을 만드는 제사장, 염색하는 염장, 옷감 짜는 직조장, 제단하는 재작장, 금박장, 자수장 등 많은 사람들이 동원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느질을 하는 침선장이다. 궁중에서는 왕실 복식의 주달을 전담하는 상의원에 8명의 침선장을 배속하였고 그 밖에 이들을 돕는 침선비도 있었다.

 

최온순 침선장은 어린 시절부터 한복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고 솜씨를 익혀왔으며 특히 상을 당하여 장례를 치르면서 입었던 굴건제복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굴건제복에 대한 체계적인 도안과 기록보존에 힘쓰게 되었으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가 된 것이다.

 

이번에 전시하고 있는 여천 최온순 상장의례 복식 전시에서 최온순 침선장이 복원한 굴건제복은 조선시대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전라북도에서 사용해 온 굴건제복을 복원한 것이어서 가치가 크다 할 것이다.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 중에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죽은 사람이 입는 옷을 수의라 한다.

수의는 평소보다 조금 넉넉하게 만든다.

수의 중에 도포가 있다. 도포는 남성 수의 중 가장 겉에 입는 옷이다. 생전에 입던 옷과 비슷하지만 폼이 더 넉넉하다.

다음은 원삼이다. 여성 수의 중 가장 겉에 입는 옷이다. 색깔이 가미되어 있다. 도포와 원삼은 한지로 만든 것도 있다.

전에는 부모의 환갑 진갑이 다가오면 수의를 만들어 두었다.

 

죽은 사람이 여자일 때 입는 원삼, 한지로 만들었다 

 

죽은 사람의 자식들이 입는 상장의례의 복식이 있다.

상을 당하면 상제가 입는 옷을 제복이라 하는데 제복은 거친 삼베를 바느질하여 만든다. 소매는 넓게 하고 어깨에는 벽령을 달아 부모 잃은 상제의 무거운 슬픔을 상징화하고 등에는 부판을 단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왼쪽 가슴에 달린 눈물받이다. 어렸을 때에 콧물 닦는 손수건을 가슴에 달듯이 상제는 눈물을 닦을 눈물받이 천을 달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상제의 웃옷을 최의(縗衣)라고도 부른다.

 상제가 입는 옷에는 눈물 받이가 있다

 

상제가 머리에 쓰는 모자를 굴건 또는 상관이라 부른다. 짚과 삼을 섞어 꼬아 만든 머리띠인 수질을 두른다. 허리에는 짚과 삼을 섞어 만든 허리띠인 요질을 두르고 장딴지에는 행전을 두른다. 신발은 짚신을 신는다.

지팡이인 상장은 부친상일 때는 대나무를 사용하고 모친상일 때는 오동나무 가지를 사용한다.

 

죽은 사람에 대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최대의 예의를 다하기 위하여 하는 일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쓰는 일이 상장의례 복식이 아닌가 한다.

그 상장의례 복식을 복원하고 지어내는 여천 최온순은 우리 전북의 자랑스럽고 소중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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