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와 전라고에 세워진 이세종 열사 추모비를 찾아서
전주시 송천동에 있는 전라고등학교 교문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제43주년 5‧18 민주항쟁 기념 이세종 열사 추모식”
고등학교에 웬 5‧18 민주항쟁 열사 추모식인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전국 최초의 5‧18 민주항쟁 희생자는 당시 전북대학교 농과대학 2학년 재학생인 스무 살 이세종 열사인데 그가 바로 전라고등학교 출신이다.

전라고등학교 교문에 걸린 이세종 열사 추모식 플래카드
며칠 전에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이 5‧18 민주항쟁 희생자의 흔적이 전북대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귀담아 듣지않았다.
그런데 전라고등학교 교문 앞에 플래카드가 걸리고 나서야 실감이 난다. 그의 말을 벌로 흘려 들으면 안 된다.
공식적으로 5‧18 민주항쟁 첫 번째 희생자는 5월 18일 오후에 광주에서 죽은 김경철이라고 하는데 이세종은 그보다 훨씬 빠른 5월 18일 새벽에 죽은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당시에 경찰은 단순 추락 사고라고 발표를 해서 5‧18 민주항쟁 희생자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고향인 김제에 묻히게 되었다.
뒤늦게 사망한 지 19년 만인 1998년 10월에야 ‘5‧18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듬해인 1999년에야 ‘국립 5‧18 민주묘지’에 안장이 되었다. 5‧18 민주묘지는 사망 순서로 1-1부터 안장이 되었는데 이세종은 늦게 인정이 되어 뒷자리인 4-11번에 안장이 되었다.
광주에서는 5‧18 민주항쟁이 광주를 중심으로 일어난 운동이기 때문에 희생자 1번은 광주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라고등학교에 세워진 이세종 열사 추모비
이세종 열사는 1980년 5월 17일 밤늦게까지 전북대학교 제1학생회관에서 전두한 정권을 상대로 “비상계엄 철폐 및 전두한 퇴진”을 외치며 농성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5월 18일 0시를 기해 비상계엄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바로 계엄군이 한밤중에 전북대학교 학생회관으로 진입을 하였다. 계엄군은 학생들에게 마구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때 일부 학생들이 옥상으로 달아났다. 계엄군은 옥상으로 쫓아와 학생들에게 집단 폭력을 가하였다. 그중에 한 사람이 이세종이었다.
이세종은 5월 18일 새벽 6시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학생회관 옆에서 발견되었다. 경찰은 이세종이 단순한 추락사라고 발표하였다.
당시에 그의 시체를 검안했던 이동근 전북대 교수는 이세종의 상태가 “두개골 골절과 간장 파열이 있었는데 이것은 추락이라는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없는 상태이며 온몸의 상처도 추락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계엄군의 집단폭행이 이루어졌음을 제기하였다.
2002년 학술 세미나에서 순천향대 이민규 교수도 ‘5‧18 민주화 항쟁의 최초 희생자는 이세종'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전북대에서는 1995년 2월에 이세종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였다. 그리고 1985년에 세운 추모비를 2003년에 다시 세우고 이세종 열사 광장도 만들었다. 그리고 2020년에 이세종 열사가 추락한 자리에 표지석을 설치했다.

전북대에 세워진 이세종 열사 추모비
모교인 전라고등학교에서도 2002년에 총동창회에서 교문 옆에 이세종 추모비를 세웠다.
금년에 전북대에서는 교내 박물관에 전북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비 위드 유(Be With You), 전북대학교” 특별전을 열었다.
여기에 5‧18 민주화 항쟁 첫 번째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가 입고 있던 피 묻은 옷과 대학입학 수험표 등의 유품을 전시하였다.
하지만 최초의 희생자로서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계속 자료를 제시하여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2023년 5월 18일 10시에 전라고등학교에서는 이세종 추모비 앞에서 5‧18 민주항쟁 기념 전북행사위원회에서 추모식을 연다고 한다.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다.”
전북대 캠퍼스에 세워진 이세종 추모비에 쓰여 있는 말이다. 그는 한밤중에 들이닥친 계엄군을 피해 옥상으로 달아났고 뒤따라온 계엄군에 의해 거기에서 집단폭행을 당해 죽게 되었고 시신이 옥상에서 아래로 던져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5‧18 민주 항쟁 기념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서 한 맺힌 한숨과 눈물이 쏟아질지 지금부터 가슴이 저려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