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다 흙으로 돌아간다. 생각해 보면 생명이 없는 무생명체들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지구상의 모든 물체의 출발점이요 귀환점이다.
이러한 흙이니 약으로 쓰이지 않을 리가 없다.
약으로 쓰이는 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동벽토(東壁土)
동쪽에서 솟아오른 아침 해의 기운을 오랫동안 받은 담벼락의 흙으로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주로 탈환, 전염병, 설사, 이질, 곽란에 쓰인다.
서벽토(西壁土)
해질 무렵의 석양의 볕을 오랫동안 쬔 서쪽 담벼락의 흙으로 구토 치료와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데 쓰인다.

한 줌의 흙이 얼마나 귀중한 약재인지 알아야 한다
호황토(好黃土)
잡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황토로 성질이 평하고 단맛을 내며 독이 없어 설사, 적백이질, 열독으로 뱃속이 뒤틀리는 것처럼 아플 때에 쓰이며 중독이나 황달, 고열을 내리게 하는데 쓰인다.
적토(赤土)
붉은색을 띤 흙으로 피를 많이 흘릴 때에 약으로 쓰인다.
헛것을 보고 놀라거나 가위에 늘렸을 때에 약으로 쓰며 소나 말에게 발라주면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백악토(白堊土)
흰색을 띤 흙으로 불에 태워 가루를 낸 뒤 끓인 소금물에 담가 햇볕에 말려 약으로 사용한다. 장을 막히게 하여 이질을 멈추게 하지만 오랫동안 먹으면 오장에 손상을 입히므로 장기간 복용은 금물이다.
해금사(海金沙)
실고사리의 포자 사이사이에 묻어 있는 흙으로 음력 칠월에 다 자란 실고사리를 뜯어 햇볕에 말리고 털어서 떨어진 흙먼지를 사용한다. 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
정저사(井底沙)
우물 밑에 깔려 있는 모래로 불이나 뜨거운 물에 의한 화상, 또는 독충에 물렸을 때에 사용한다. 또 가위에 눌리는 증상에도 사용한다.
유월하중열사(六月夏中熱沙)
6월 강가에서 뜨거운 햇볕을 받은 모래를 말한다. 풍습으로 감각이 없어 몸을 잘 쓰지 못하거나 다리가 차가워 거동이 불편할 때에 약으로 사용한다.

약으로 쓰이는 흙에 대한 설명 표지목
도중열진토(道中熱塵土)
여름에 길 가운데 있는 뜨겁게 달구어진 흙이다.
한여름에 더위를 먹었을 때에 약으로 사용하였다.
토봉상토(土蜂上土)
벌집의 둥지 위에 있는 흙이다. 식초에 개어서 부스럼 독 주변에 바르며 거미에 물렸을 때에 붙이면 잘 낫는다. 부인의 난산에도 이 흙을 물에 풀어 끓여서 마시면 효과가 있다.
호연토(胡燕土)
제비 둥지의 흙이다. 어린아이가 놀라서 열이 많이 날 때에 이 흙에다 오줌을 섞어 끓인 후 아이를 목욕을 시키면 효과가 있다.
시문토(市門土)
사람들이 하루 종일 왕래하는 성문 앞에 있는 흙이다. 이것을 임산부의 몸에 지니고 있다가 출산하기 전에 술에 타서 마시면 출산을 쉽게 할 수 있다.
상근하토(桑根下土)
뽕나무 뿌리에 있는 흙이다. 악풍(惡風)에 살이 손상되어 곪았을 때에 이 흙을 물에 개어서 종기에 붙이고 뜸을 들이면 그 흙속으로 열기가 들어가 병을 치료하였다.
거련토(車輦土)
수레바퀴에 묻은 흙이다. 누런 고름이 나오는 악창(惡瘡)에 바르면 낫는다.
길 가던 사람이 더위로 목이 말라 죽게 되었을 때에 이 흙을 물에 타서 가라앉힌 후 맑아진 물을 마시면 살아날 수 있다.
당묵(鎲墨)
가마 밑의 검댕이를 말한다. 회충에 의한 독이나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쇠붙이에 의한 상처에 바르면 피가 멈추고 새 살이 돋아난다. 아궁이의 검댕이는 지네에 물렸을 때에나 두꺼비의 독성을 제거하는데 쓰였다.
대장간 아궁이 밑의 재는 배속에 덩어리가 잡힐 때에 사용하였다. 그러나 검댕이를 얼굴에 생긴 상처에 바르는 것은 금하였다.
양상진(梁上塵)
불을 때지 않은 집과 높은 들보 위에 있는 먼지를 말한다. 성질이 차지만 독이 없다. 코피가 나거나 쇠붙이로 인한 상처 치료에 사용하였고 어린아이의 가벼운 부스럼에도 사용하였다.
그 밖에도 뽕나무를 태워 만든 재로 사마귀 치료에 사용하였으며 여러 풀을 한꺼번에 태워 그 재로 암내 치료에 사용하였다.
흙 위에서 흙을 밟고 사는 인간들은 흙을 소중하게 여길지니 흙은 우리 몸을 만드는 재질이요 죽어서 돌아갈 곳이며 몸의 병을 낫게 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흙을 함부로 대하는 자는 흙에 죄를 짓는 일임을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