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산행, 천년 고찰 계룡산 갑사 가는 길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과 맑은 계곡 물소리, 천오백여 년 된 고문화재를 품은 힐링 장소

작성일 : 2023-05-26 14:53 수정일 : 2023-05-26 15:53 작성자 : 이상희 기자

5월이면 꼭 걷고 길이 있는데 천년 고찰 갑사로 올라가는 가로수길이다. 올 해도 초봄에 새로 돋아나 막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한 갑사 가는 길을 걷고 싶어서 5월 초 주말 오후에 잠깐 시간 내어 다녀왔다.

 

주차장에서 갑사로 가기위해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잠시 서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니 벌써 여름이 된 것 같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철 이른 물놀이를 하며 놀고 있는 아이랑 아빠의 모습이 정겹다.

 

주말 오후인데도 관광객이 거의 없어 길가에 늘어선 난전들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대부분 등이 굽은 할머니들인 상인들의 깊게 팬 주름진 얼굴에 괜시리 미안해진다.

갑사 올라가는 길 양쪽에는 오랜 세월 묵묵히 자라온 거목들이 약속이나 한 듯 나뭇잎들이 일제히 돋아나 초록이 우거진 풍경이 무척 싱그럽다. 이 길이 걷고 싶어서 봄이 되면 갑사에 자꾸 오고 싶어지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한 오 분 남짓 걸어 올라 오면 갑사 일주문이 나오고 여기서부터 십 여분 정도 더 올라가야 갑사에 도착한다.

길 양쪽에 늘어 선 나무들이 하늘을 뒤덮고 초록의 지붕을 만들어 주어 한 낮에도 햇볕을 완전히 가려주어 시원한 그늘로 걸어간다.

 

갑사에 가까이 오니 세차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한 낮의 더위를 날려준다. 갑사는 봄에는 초록빛으로 뒤 덮인 가로수길이 좋고, 여름엔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더위를 식혀주고, 가을엔 단풍 든 풍경이 아름답고 겨울엔 하얀 눈 쌓인 설경이 환상적이라 사계절 내내 언제 와도 좋은 곳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온 몸과 마음까지 연두빛으로 물들이는 초록의 향연이 계속 이어지는 갑사가는 길이다.

가로수길은 갑사 사천왕문 앞에서 끝나고 문 앞에는 철 이른 하얀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어 방문객을 환영한다. 활짝 핀 꽃을 보니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다.

 

절 바깥 뜰에 돌로 된 거북이 석상을 보는데 왠지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 같다. 천년을 산다는 생물이라 물속에서도 느릿느릿 헤엄쳐 다니는 모양이 떠올라서 그런가보다.

 

십 원 짜리 동전 앞면에 새겨져 있던 다보탑과 비슷한데 군데 군데 검은 이끼가 덮인 삼층 석탑도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긴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화려한 현대식 건축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단아함과 품격이 느껴진다.

 

바깥마당을 지나 뒤 쪽으로 돌아가면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었다가 갑사를 뒤로 하고 올라오던 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작은 다리를 건너 조금 걸어가니 숲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나온다. 계단아래로 내려가니  널따란 잔디 밭에 하늘 높이 솟은 신기한 모양의 쇠기둥이 세워져 있다. 문화재인지 철로된 울타리가 쳐져 있고 설명문도 금속판에 새겨져 있다.

쇠기둥은 공주 갑사 철당간이라고 한다. ‘당간’은 깃발을 달아두는 깃대를 일컫는 말로 '당'은깃발을, '간'은 긴 기둥을 뜻한다. 당간은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이용되는데 갑사에 있는 당간은 철로 만들어 '철당간' 이라 하고, 통일신라시대 문무왕 20년(서기66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1893년에 벼락을 맞아 28개의 통 중 4개가 없어지고 지금의 모습이 남게 되었다고 한다. 천오백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더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철당간을 지나면 시원한 숲 그늘로 이어진 오솔길이 나온다. 갑사에 여러 번 왔었지만 항상 왔던 길로 되돌아 갔던터라 이 길로 가기는 처음이다. 숲 속이라 나무가 우거져 시원하고 상쾌하다.



숲을 빠져 나오면 계곡물이 흐르는 옆으로 비포장 길이 주차장까지 이어져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저절로 힐링이 된다. 길가에서 바로 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어서 여름에 물놀이 와도 좋겠다.

 

5월에 갑사 가는 길은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과 맑고 시원한 계곡 물소리, 천오백여 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오랜 석상과 고문화재를 감상하며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식혀주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이상희 기자 seodg1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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