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만난 2023고흥녹동항불꽃축제와 연홍도미술관까지 새로운 추억을 만들다
5월 마지막 주말 일박이일 여정으로 전라남도 고흥에 다녀왔다. 티비에서 여행 채널을 보다가 즉흥적으로 고흥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평소와 달리 여행 일정도 짜지 않고 숙박 예약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떠났다.
첫 번째 방문지는 해원목장으로 산양 목장인데 산양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목장 언덕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멋진 곳이어서 나로우주센터 가는 길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해원목장에 도착해서 목장으로 올라가는 길가에 진홍빛 늦철쭉이 줄지어 피어서 환영인사를 해준다.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빨간 지붕의 트리하우스도 있어 여행 감성을 자극한다.
멀리 언덕 꼭대기에 아래 새하얀 담벼락에 주황색 지붕을 이고 있는 주택이 보이고 주택 아래 밭에서 일하고 있는 주인분께 산양을 좀 볼수 있냐고 물었더니 산양목장은 접고 라벤다 다 심었다고 한다. 먼 길을 달려 왔는데 맥이 빠진다.
내려오면서 언덕 위에서 바라 본 풍경이 예뻐서 사진 한 장 건진 것으로 위안을 삼고 다음 목적지인 나로우주센터로 향했다.
해원목장이 고흥 북쪽 끄트머리에 있고 나로호우주센터는 남쪽 끝에 위치해서 이동하는데 한 시간 이나 걸렸다. 마감시간이 훌쩍 지나서 안에도 못들어가고 외관만 보고 사진 몇 장 찍었다. 다음날도 월요일은 휴관이라 관람을 할 수 없다. 준비 없이 무작정 왔더니 첫 날부터 일정이 단단히 꼬인다.

저녁 먹으려고 남열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는데 캠핑장만 있고 식당도 숙소도 없어 난감하다. 고흥 읍내 외곽에서 문 닫기 직전의 기사식당을 발견하여 간신히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간장게장 백반이 한 상 가득 차려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식당 주인장이 녹동항에 숙소 많다고 알려줘서 왔는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녹동항불꽃축제 마지막 날이라 항구거리가 인산인해다.
야외 무대에서 지역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어찌나 노래들을 잘 하는지 참가자들이 다들 초대 가수 같다. 마지막 피날레로 초대 가수 남진씨를 끝으로 2023고흥녹동불꽃축제는 폭죽을 터뜨리며 화려한 불꽃쇼로 막을 내렸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거리로 나와서 야시장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는 것으로 고흥 첫 날 여행을 마무리했다.

고흥 여행 둘째날 거금도와 소록도 방문을 하기로 했다. 거금도는 녹동항에서 10여분거리에 있는데 소록대교를 거너 다시 거금대교를 건너가는 육로로 편하게 갈 수 있다.
거금도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져서 거금도 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 연홍도로 가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동하면서 차장 밖으로 바라본 거금도는 고흥 앞바다에 있는 가장 큰 섬이라 내륙 지역에는 꽤 넓은 논과 밭이 펼쳐져 있어서 여느 농촌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신양선착장 앞에 빤히 바라다 보이는 연홍도는 선착장에서 배타면 딱 1분 걸리는 물 건너 마을이다.
연홍도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유명한 섬이다. 마을의 모든 골목길 담벼락마다 조각품, 공예품, 그림 등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홍미술관이라 쓰여진 이정표를 따라 골목길을 돌아 나가면서 벽화와 조각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골목길을 빠져 나가면 바다에 면한 미술관 가는 길이 이어진다.

선착장에서 미술관까지 10분 정도 걸리는데 작품 감상하면서 느릿느릿 걸어왔더니 3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연홍미술관은 왼쪽이 갤러리고 오른쪽은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큰 방 하나에 작품 수 십 여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다 한 작가의 작품이다. 단순한 선과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자연과 사람. 어린이 등 피카소가 연상되는 화풍의 그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흐린 날씨로 섬들이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미술관 마당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이 고즈넉하다.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면서 쉬었다 가려고 들어 왔는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다. 쌍화차와 고구마라떼를 시켰는데 돌아가는 배 시간이 임박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서둘러 나와야 했다.
거금도를 나와 다시 녹동항으로 가는 길에 소록도에 들렀는데 코로나 때문에 3년 전부터 출입 제한 구역이어서 일반인은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녹동항에 도착해서 항구 거리 안쪽 끝 집에서 우럭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녹동바다정원에서 고흥 일박이일 마지막 쉼표를 찍었다.
녹동항은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로 가는 배가 거의 다 출항 하는 고흥 제일의 항구다. 그런데 숙박시설이 너무 낙후 되어 여행자 입장에서 좀 실망스러웠다.

항구에서 바다 쪽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녹동항바다정원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물고기와 동물 조형물이 시원한 바다를 배경 삼아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예정에 없이 무작정 떠났던 고흥 일박 이일 여정은 이동 거리와 방문 일정, 숙소 면에 있어 다소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러나 뜻밖에 만난 맛있는 기사 식당의 간장 게장 백반과 2023고흥녹동항불꽃축제 그리고 연홍도미술관 까지 그 나름대로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데 충분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