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연못을 한 바퀴 돌면 별의별 것을 다 볼 수 있다. 전북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잊혀져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으며 역사적인 사건도 볼 수 있다. 물속에 사는 생명체와 물 위에서 사는 생명체도 볼 수 있다. 또 각종 조형물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풍광도 볼 수 있다.
덕진연못에 도착하면 먼저 연화교가 눈에 띈다.
전에 출렁다리로 놓여 있었는데 지금은 튼튼하고 안전한 콘크리트 다리로 놓고 돌로 장식을 하여 돌다리 기분을 낼 수 있다.
연화교 끝에는 멋진 연화도서관이 만들어져 있다. 연화도서관은 도서관 선진지 시찰로 전주를 찾는 사람들이 꼭 들려가는 코스다.
덕진공원 정문 쪽에서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시인 신석정 시비가 있다. 그 옆에는 「네 눈망울에서는」 시비가 있다.

전북을 대표하는 시인 시석정 선생 동상과 시비
네 눈망울에서는/ 초록빛 5월에/ 하이얀 찔레꽃 내음새가 난다
네 눈망울에서는/ 초롱초롱한 별들의 이야기가 있다/
네 눈망울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아득한 종소리가 들린다.
네 눈망울에서는/ 머언 먼 뒷날/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
네 눈망울에서는/ 손잡고 이야기할/ 즐거운 나날이 오고 있다.
옆에는 백양촌 신근 선생의 시비가 있다. 백양촌 선생은 전주성심여중‧고에서 오랜동안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던 분이다. 그리고 이철균 선생 시비도 있다. 이철균 선생은 전주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이 되면 ‘창문을 열어라.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고 대답이 없으면 ‘시상(詩想)을 모르는 사람들아, 시의 마음을 가져라’고 일갈하고서 수업을 했다고 한다.
조금 더 걸어가면 ‘한국법조의 3성’이라 불리는 세 사람의 동상이 있다. 그 세 분들이 다 전북 출신이다.

한국 법조의 3성인 김병노, 최대교, 김홍섭 동상
오래전부터 전북은 ‘청백리의 고장이요, 법조인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법의 정의로 터를 닦고 사법의 양식으로 기틀을 세운 우리나라를 대표할 법조인 3인이 있었다. 법조계의 대부 가인 김병노, 검찰의 양심 화강 최대교, 법복 입은 성직자 바오로 김홍섭 세 사람이다.
이들은 대쪽 같은 성품에 하늘을 찌를 듯한 기개와 고매하신 인격, 청렴결백한 사생활에 법조계의 사표요 표상으로써 존경받고 추앙받는 법조인들이다.
순창 복흥에서 태어난 가인 김병노는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이승만 정권에서도 흔들림 없이 법의 존엄성을 지켰으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 민주 사법의 주춧돌이 된 사람이다. 그는 법조인들에게 ‘굶어 죽을지언정 부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익산 삼기면 출신인 화강 최대교 선생은 이 나라 검찰의 양심이었고 검찰의 기개를 높이 세운 사람이다. 독재자의 압력에도 굴함이 없이 부패한 고관들을 기소하여 처벌을 받도록 하여 오늘날까지도 검찰의 용기요 귀감으로 추앙 받고 있다.
김제 금산면에서 태어난 바오로 김홍섭 선생은 전주지검, 광주고법, 서울고법 등의 법원장을 거치며 청렴결백하게 살았다. 깊은 신앙심에 바탕을 둔 그는 법관이면서도 성직자였다. 그래서 사형수의 대부라고 불렀다.
한 고장에서 한 사람의 존경받는 법조인을 배출하기도 어려운 것인데 전북에서는 법조인들이 존경하는 3명의 법조인을 배출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 걸어가면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한학자 간재(艮齋) 전우(田愚)) 선생의 유적비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오직 학문 연마와 제자 교육에 힘써서 개화파들이 수구파의 우두머리라고 할 정도로 명성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호인 간재(艮齋) 중 첫 자인 간(艮) 자를 못 읽어 당황하기도 한다. ‘어긋날 간, 거스를 간, 그칠 간, 어려워할 간’자다.
세 사람의 위인은 또 있다.
조금 안으로 걸어가면 동학농민군의 3대 장군인 전봉준, 김개남, 김화중의 기념비가 있다. 이들은 동학농민군을 이끌었던 장군들이다. 이들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인내천’으로 통하고 우리나라를 근대화시키는데 크게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흰옷 입은 사람들의 영웅이다.

전봉준 장군이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라고 외치고 있다
조금 더 가면 최영희 장군 공덕비가 있다.
최영희 장군은 1922년 생으로 국군창설에 참가하였으며 국군 제1사단장과 제8사단장을 역임하였다. 8사단장으로 전주에 주둔하면서 삼남지구 사령관을 겸하며 빨치산 토벌에 주력하였다. 최영희 장군의 공덕비는 1958년에 덕진공원에 설립한 것이다. 모양은 상단에 뾰족한 뿔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는 전사자를 추모하는 일본식 충혼비를 상징하는 모양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 옆에는 의사 추산 김일두 선생의 기적비가 있다.
추사 김일두는 순창에서 태어나 일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사람이다. 그는 일본이 우리 군대를 해산시키고 일사늑약을 체결하자 의병을 일으켜 일본 순경들이 근무하는 지서를 습격하였으며 대한유생독립단을 결성하여 항일 운동을 계속한 사람이다.
의사 김일두 사적비는 순창군 동계면 동계중학교 앞에도 있다.
한쪽에는 전주 국회의원 김용진의 공적비가 있다. 전주에서 국회의원을 한 사람이 수없이 많지만 유독 김용진 의원의 공적비가 덕진공원에 서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제7대 국회의원으로서 전주공업단지 조성과 전북대 의대 설립, 전주교도소 이전 등 전주시의 현대화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이었다.
호수의 동쪽에는 벽진폭포가 있다. 주변을 심산유곡으로 꾸며서 물이 떨어지게 만들어 폭포의 기분을 내도록 만들어 놓았다. 심심산천의 풍광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폭포를 지나서 가면 어린이 놀이터가 나온다.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있어 마음껏 놀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껏 낙서를 하라고 낙서판도 있다.

누구든지 이곳에 와서 마음껏 낙서를 하시오
뒤쪽 주차장을 지나서 가면 작은 찻집들이 있다. 조용하고 그윽한 곳에서 마시는 차도 덕진연못의 정취를 더 느끼게 한다.
서쪽으로 난 호수 주변 길은 아름드리 버드나무 가지가 휘늘어진 가운데 군데군데 정자가 있어 전주 덕진연못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이제 취향정에 이른다.
취향정은 말 그대로 향기에 취하는 곳이다. 덕진연못 주변의 꽃향기에 취하고 전주의 향기에 취하는 곳이다. 취향정 마루에 앉아 있으면 주변의 풍광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너른 호수를 덮고 있는 연잎과 연화교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아픈 상처도 간직하고 있다. 이 취향정은 친일 반민족주의자 박기순이 자신의 회갑 기념으로 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향기에 취하고 전주에 취해볼 수 있는 취향정
덕진연못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전북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전북 사랑을 새길 수 있다.
행여 마음이 울적해지거나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지칠 때에는 덕진연못을 한 바퀴 돌면서 마음을 달래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