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동에 있는 어울림 작은도서관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문학기행을 실시하였기에 거기에 동승을 하였다.
초여름에 진입한 6월 10일(토)이었다. 문학기행 차에 동승한 사람들은 미취학 어린이를 포함하여 초등학생, 중학생, 성인, 노인 등 서른 명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경남 하동의 망덕포구에 있는 일제강점기 때에 윤동주 시집을 보관했던 정병욱 가옥과 그 앞에 있는 섬 배알도를 둘러보고 평사리 박경리 문학관과 최참판댁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9시 40분, 예정대로 차가 출발하였다. 날씨도 구름이 끼어 덥지 않고 적당했다. 강현정 사서가 오늘 문학기행 일정을 안내해 주었다.
버스가 황전 휴게소를 지나자 어울림 도서관장이 윤동주와 정병욱 가옥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었고 박경리문학관과 평사리 최참판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망덕포구 정병욱 가옥에 이르렀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그동안 쓴 시 18편을 손글씨로 써서 세 권의 시집을 만들었는데 그중 한 권은 이양하 교수에게 주고 한 권은 친구인 정병욱에게 주었다.
본인이 가지고 있던 시집은 체포당시 일본 경찰이 빼앗아 갔고 이양하 교수에게 준 것은 소재 불명이었다. 아마 시인도 아니고 이름 없는 학생이 손글씨로 써준 것이라 하찮게 여기고 잘 보관하지 않았을 가능이 많다.
친구 정병욱에게 준 시집은 정병욱이 보관하고 있다가 징병이 되어 군대에 가면서 어머니에게 이 시집은 소중한 것이니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정병욱 어머니는 윤동주 시집을 마루 밑을 파고 거기에 독을 묻은 뒤 독 안에 숨겼다.

윤동주의 시집을 숨겨두었던 마루 밑의 독
해방이 되자 정병욱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출간을 했다.
이렇게 하여 윤동주의 시가 알려지게 되었다. 윤동주가 시인으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정병욱 어머니의 공이라 할 수 있다. 정병욱은 후에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
배알도는 정병욱 가옥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배알'이라는 말은 웃어른을 찾아가 뵙는 것을 말한다. 섬이 천자를 향하여 절을 하는 모습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가운데서 휘돌아간다. 그것이 다른 곳의 다리와 다른 멋을 안겨준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멋진 다리다.
최참판댁이 있는 평사리 주막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옛날 주막집 냄새가 난다. 주막집에서는 뜨거운 국밥이 제격이다. 뜨거움을 식히기 위하여 도서관장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었다. 뜨거움과 시원한 것의 조화다.
최참판댁은 본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곳은 그저 평범한 평사리 동네였다. 박경리가 이곳을 소설 ‘토지’의 무대로 삼은 것이다. 박경리는 소설 토지를 구상하면서 이곳을 둘러보고 수많은 이야기를 안고 있는 지리산을 끼고 있고 섬진강물이 흐르며 마을 앞의 넓은 들판을 보고 이곳이야말로 토지의 무대라고 생각한 것이다.

박경리가 소설 무대로 삼은 평사리 들판
박경리의 소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5년 동안 집필한 대하소설이다.
1897년부터 1945년까지 50년간 3대에 걸친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때의 최참판댁의 가정사 이야기다.
소설 토지는 1969년 9월부터 『현대문학』에 연재되기 시작하였다. 1972년 10월부터는 문학사상에 연재를 했다. 그 후 독서생활, 한국문학, 주부생활 등 여러 문학지에서 연재가 이루어졌다.
이후 KBS TV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을 했고 이어서 SBS TV에서 방영을 하자 사람들이 평사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농촌 마을 하나뿐 아무것도 없었다. 최참판댁이 없는 것이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하동군과 경상남도에서는 평사리에 최참판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참판이라는 벼슬은 조선시대 6조의 판서 다음 종 2품 자리로써 오늘날의 차관에 해당된다.
최참판댁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부잣집 가옥의 형태를 띠고 있다. 눈여겨볼 곳은 별당과 그 앞에 있는 연못이다. 50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대하소설 토지의 이야기가 이곳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대하소설 토지의 마지막 부문에서 나오는 별당과 연못
주인공 서희가 별당 앞의 연못을 거닐면서 일본이 항복하고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소설이 끝난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볼 곳은 최참판댁에서 바라보는 평사리 들판이다. 이 들판이 박경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기 때문이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들판이 박경리의 머릿속에 새겨져 있는 풍광인 것이다.

어울림 작은도서관 문학기행에 참가했던 사람들
참가자들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알게 된 뜻깊은 문학 기행이었다며 망덕포구와 평사리 최참판댁 나들이를 감사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