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니다

부채의 사연에 따라 바람의 의미 달라져

작성일 : 2023-07-15 23:11 수정일 : 2023-07-17 08:30 작성자 : 이용만 기자

 

 

부채의 바람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대고 선풍기를 틀어대어도 시원하지가 않을 때에는 부채를 들어야 한다. 그러면 금방 시원해진다.

 

무더운 여름날, 임께서 만들어 준 부채를 들고 바람을 일으키면 이는 임의 바람이다. 그 바람이면 아무리 무더운 날도 금방 시원해진다.

부모님이 생전에 쓰시던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면 부모님 바람이다. 이 또한 어떤 더위도 다 물리칠 수 있다.

어린 손자가 꼬막손으로 만들어준 부채가 있다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금방 시원하다 할 것이다.

은사님이나 제자가 만들어준 부채가 있다면 이 또한 시원한 바람을 내는 부채다.

이들 부채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들이다.

 

  다른 사람의 손길이 스치면 소중한 부채가 된다.

 

전주는 우리나라 부채의 총본산이다.

조선시대에는 단오가 되면 임금님이 전주에서 만들어 올려 보낸 부채를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금년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고 하였다. 왕이 내린 하사품이니 어찌 그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겠는가. 소중히 모셔만 두어도 시원했으리라.

 

   전주에서 만들어진 부채들 

 

조선시대에 전주에서는 아예 선자청이라는 부채 전문기관이 있었다. 여기에서 부채를 만들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까지 보냈다. 물론 조공으로 가기도 하고 귀한 상품으로 가기도 했다.

 

부채는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똑같은 부채라도 부채에 누가 글씨나 그림을 그렸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부채가 팔리지 않아 한벽루에서 낮잠 자는 부채 장사의 부채에 조선의 명필 이삼만이 일필휘지 글씨를 휘둘러 써놓았더니 중국 상인들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몽땅 사갔다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다.

 

나에게도 몇 개의 귀한 부채가 있다.

정년퇴임을 기념하기 위하여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송공(誦功)’이라는 시를 써서 준 부채가 있다. 친구들이 정년퇴임 기념으로 글을 써준 부채도 있다. 손자 민서가 할아버지에게 만들어준 부채가 있고, 화가 양만호 화백이 만들어준 부채도 있다. 그리고 내가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 부채가 있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시를 써준 정년퇴임 기념 부채

 

그 부채로는 바람을 일으키지 않는다. 아까워서 쓰지 않고 보관 중이다.

그러고 보면 귀한 것은 오히려 쓸모가 없다. 만만해야 내 것이 된다.

 

전주의 부채는 어떤 것이든 귀한 부채다. 장인들이 정성껏 만들기 때문이다.

전주 사람들은 타시군 사람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름에는 부채를 선물하고 겨울에는 한지로 만든 양말과 내복을 선물하면 된다.

 

전주에는 곳곳에 부채명인들이 있다.

전주에서 소문난 사람은 전국에서 소문난 사람이 된다.

 

 누군가가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주면 귀한 부채가 돤다 

 

올여름에는 부채로써 더위를 이겨보자.

귀하게 받은 부채를 꺼내어 바람을 일으켜보자.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보지 않은 귀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아무리 무더운 날씨라 하여도 귀한 부채 앞에서는 더위가 저 멀리 달아나 버릴 것이다.

전주의 부채는 특별한 바람을 일으키는 요술부채이기 때문이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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