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기록이 없는 전설 속의 불가사의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허굴산 중턱에 있는 운수사에는 천불천탑이 있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탑과 부처를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그렇다고 전북 진안의 마이산 탑처럼 정교하고 세련되게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솜씨도 없는 사람들이 급하게 만들어 놓은 듯한 허술한 모양새다.
우리 조상들은 작은 것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을 들여 정교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곳 천불천탑은 아무리 보아도 우리 조상들의 솜씨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 조상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곳까지 와서 탑을 쌓았으리라는 생각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납득이 안 가는 것은 단단한 화강암이 아닌 단단하지 않은 이암이라는 것이다. 더욱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천불천탑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연대를 신라 시대로 추측을 할 뿐, 기록이 없다.
이에 반하여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가지가지다. 전설이 많다. 그중에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이 많은 탑과 불상을 누가 만들었을까?
당시에 주지 스님이 산에 흩어져 있는 바위와 돌들을 모아 10년에 걸쳐 탑으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고 이곳 주민들이 모두 함께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만들었다는 것과 하늘나라 선동선녀들이 내려와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이곳에는 대웅전이 없다. 야외법당이라고 불리는 용바위에는 고대 선사시대에 소원을 빌었던 흔적인 6개의 성혈(性穴-바위에 난 구멍)이 있다.
용바위는 용이 꿈틀거리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있는 성혈은 자손의 풍요를 기원하는 통상적인 상징이며 고대로부터 이곳 용바위를 중심으로 기우 신앙과 산정 제사가 이루어진 장소였음을 암시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곳에 천불천탑이 세워진 것은 예로부터 상서로운 지역이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갖가지 색의 리본에 소원을 적어서 천불천탑 길에 매달아 놓는다. 그러면 용꿈을 꾸게 되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천불천탑의 영험을 받고자 하는 소원지 행렬
운수사의 천불천탑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빠지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신라의 도선국사다.
도선국사는 신라 시대의 명승으로 중국에 가서 일행선사에게서 음양오행과 풍수지리를 배웠다. 그리고 도술을 익힌 뒤 귀국하여 산천의 정기를 보호하고 국운을 일으킬 길지를 찾아 기운을 북돋웠다.
이것을 본 중국에서는 신라의 국운이 돋아나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면 당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겨 일행선사를 시켜 신라의 명산 대혈맥을 끊어버렸다.
이에 도선국사는 천불산의 동남쪽에 위치한 천태산 상봉에 축대를 쌓고 철마방아를 만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당나라 수도를 향하게 하고 쇠방아를 쿵쿵 찧어대었다. 그러자 중국 황실에서 귀인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것이었다. 중국 황제는 점을 치는 태사관을 불러 점을 쳐본 결과 동방에서 음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일행선사는 도선의 행위임을 알고 사람을 신라로 보내 도선을 잡아오도록 하였다. 도선은 오히려 일행선사가 신라 명산의 혈맥을 끊은 것에 대한 보복이라 말하고 끊어진 맥을 이어주고 운수산 계곡에 천불천탑을 조성해 주면 철방아를 철거하겠다고 전했다.

운수사의 천불천탑 행렬
이에 당나라에서는 끊어진 맥을 이어주고 사람들을 신라로 보내 천불천탑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 천불천탑이 완성되면 당나라의 곤륜산 정기가 신라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 중국 도사 한 사람이 정해진 시간이 다 되었다며 일을 중지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버렸다. 그래서 마지막 불상 두 개는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도선국사가 세상을 다시 일으킬 길지를 떠나 전국을 순회하였다. 그러다가 이곳 도암면 대초리 계곡에서 명당 터를 발견하였다. 그는 이곳에 천불천탑을 세우면 수도가 이곳으로 옮겨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늘에 뜻을 물었다.
하늘에서의 대답은 하루 낮과 하룻밤 만에 천불천탑을 세우면 뜻이 이루어질 것이라 하였다. 도선국사는 하늘의 선동 선녀들을 불러 모아 탑과 불상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하루 낮과 밤 사이에 수많은 탑과 불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날 해가 뜨기 전에 다 만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도선국사는 떠오르는 해를 떠오르지 못하도록 건너편 일봉암에 묶어놓았다.
이제 두 개의 부처만 일으켜 세우면 되는 때였다. 갑자기 닭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온 선동선녀들이 서둘러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런데 그 닭울음 소리는 계속하여 일하기가 힘들었던 상좌가 꾀를 내어 닭 울음소리를 낸 것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불상은 오늘날까지 서 있지 않고 누워있다는 것이다.

천불천탑을 세운 사람들의 염원은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전설을 종합해 볼 때 천불천탑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강렬한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말은 그런 세상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세상을 변혁시킨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 불상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이 있다는 것이다.
천불천탑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염원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까지는 가지 못하고 간절한 소망으로만 남게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