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나무 열매인 개암의 약효
어렸을 때에 들었던 옛날이야기에 도깨비방망이와 개암이 있다.
산골의 한 소년이 개암을 따러 갔다가 날이 저물어 허름한 오두막집에 머물렀는데 도깨비들이 몰려와 시렁 위로 올라가 숨어있었다. 도깨비들이 방망이로 “밥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 하는 것을 보고 배가 고파 개암을 한 알 “톡!” 깨물었는데 처음 듣는 그 소리에 놀라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놓고 도망을 쳐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해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개암은 옛날이야기에 등장할 만큼 맛이 달고 고소한 과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누구나 따먹을 만큼 많았으며 약으로도 쓰였다.

산에서 자라고 있는 개암나무
개암나무 꽃과 열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개암나무 열매인 개암을 진수(榛樹)라 하는데 광대싸리처럼 낮고 크기가 작으며 여러 개가 뭉쳐 있다. 꽃은 상수리나무 꽃처럼 피는데 암꽃은 작고 앙증맞으며 수꽃은 막대기 모양으로 아래로 늘어져 있다. 꽃이 먼저 나오고 잎이 나중에 나오는데 잎은 갓 나온 앵도(櫻桃) 잎과 같으며 주름이 많고 가는 톱니가 있어 뾰족하다.

개암나무의 암꽃과 수꽃, 그리고 열매
개암나무 열매에는 깍정이가 있고 3~5개가 서로 붙어 있다. 1개의 깍정이에 1개의 열매가 들어 있고 열매는 밤과 같이 하부는 크고 상부는 뾰족하다. 처음에는 푸른색이지만 익으면 갈색으로 된다. 껍질은 두껍고 단단하며 희고 둥글며 크기는 살구씨 정도이다.
“열 개 중에 아홉 개는 빈 것이 개암이다.”
개암에 대한 속담이다. 빈 것이 많아 생긴 말이다. 표피가 뾰족한 것은 대부분 비어 있다.

잘 익은 개암나무 열매와 껍질을 벗긴 개암
개암의 약효
개암나무의 열매는 밤이나 호두의 맛처럼 고소하여 옛날에는 과일로 이용되었다. 조선 시대 초기에는 제사상에도 오를 만큼 소중한 과일이기도 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개암은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에서 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개암나무 열매는 맛은 달며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지방과 단백질이 많아 영양적 가치가 높아 식용으로 생으로 먹거나 약용으로 자양강장제로 사용한다.
개암은 자양강장제로써 시력을 좋게 하는 데 사용하며 마른 사람에게는 사람을 살찌게 해주며 피부가 검은 사람은 피부를 희게 하는 데 쓰인다. 배고플 때 먹으면 배고픔을 면해주고 기운이 없을 때 먹으면 기력을 도우며 위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병후에 쇠약해진 몸을 강하게 하며 식욕 부진으로 피핍한 경우, 소화가 잘되게 하며 밥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이가 아플 때는 치통을 멈추게 해주기도 한다.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은 오줌이 잘 나오게 해주며 콩팥 염증에도 좋다.
시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어 이것을 복용하면 시력이 좋아진다. 개암을 먹으면 눈의 피로를 막아주며, 현기증을 낫게 하고 기침을 멈추게 해준다. 벌레가 달려들지 않게 방충제 역할을 해준다.
허약 체질로 식욕이 부진하고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은 위의 기운을 북돋아 밥맛이 나게 해주며 소화가 잘되도록 도와준다. 사람을 기아에 견디게 하고 몸을 잘 보양할 수 있게 한다.
개암을 약으로 쓸 때는 진자(榛子)라고 하여 열매를 말려서 쓰는데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기력(氣力)을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데 사용하며 열매를 생것으로 먹을 수 있다. 한방에서 신체허약, 식욕 부진, 눈의 피로, 현기증 등에 약으로 처방한다.
특히 개암은 삼충(三蟲)을 제거해준다. 삼충(三蟲)이란 장충(長蟲), 적충(赤蟲), 요충(蟯蟲)을 말하는데 한방에서는 우리 몸에 있는 기생충을 아홉 가지로 분류하여 구충(九蟲이라 하였다. 그중 삼충(三蟲)을 내세우는 것은 유독 이 세 가지가 발동하여 병을 잘 만들기 때문이다.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 다만 변비가 있는 사람은 변이 더 단단해질 우려가 있음으로 과다 섭취를 삼가해야 한다.
개암은 지금이 한창때이다. 도깨비방망이 이야기에 나올 만큼 맛이 좋고 유용한 개암을 따먹어 보는 것도 가을을 풍성하게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