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아, 좋은 식사법을 알려드리겠소.”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온 사람은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
‘얼마나 좋은 것을 먹으라고 할까?’
기대를 잔뜩 안고 궁금증 속에 들려오는 말은 이러했다.
“저녁밥을 거지처럼 먹으시오.”
이건 또 뭔가?
거지처럼 먹으라는 말은 먹으나 마나 하게 대강 챙겨 먹으라는 말인데 그게 무슨 건강을 위한 식사란 말인가?
그런데 그다음 말은 더 엉뚱했다.
“아침은 황제처럼 먹고 점심은 왕처럼 먹으시오.”
아하, 그 말이로구나.
식사를 골고루 잘 챙겨 먹되 저녁에는 위를 채우지 말고 비우라는 말이다. 저녁에 위를 비우는 게 건강을 위하여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그렇다. 하루 중 위를 쉬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저녁을 일찍 먹되 간단히 막으라는 말이다. 즉,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노리라는 말이다.
현대인은 먹지 못해서 병이 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얻는 병이 더 많다고 한다. 영양 섭취가 너무 과할 정도니 한 끼쯤 거지같이 먹어도 건강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저녁밥을 간단하게 먹어 위를 쉬게 하는 것이 건강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간헐적 단식이 된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 중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16:8의 방법이다. 16시간 동안 위를 비우고 8시간 안에 2끼의 식사를 하라는 말이다. 흔히 아침밥을 건너뛰는 방법으로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한다.
저녁을 먹고 아침을 건너뛰고 낮 12시 넘어서 점심을 먹으면 간헐적 단식이 이루어진다.
전에는 단식이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수술을 앞두고 음식을 삼가야 하는 환자나 정신 수양을 위해 공복을 유지하는 종교인들이 주로 했고, 권력에 대항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했다.
그때는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것이야말로 건강의 비결이자 활력의 원천이라 했다.
그런데 그것이 깨어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0여 년 전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끼니 반란’ 특집을 통해 간헐적 단식의 원리와 장점을 보도한 후였다. 이 방송 후에 그것을 실천한 사람들이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증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일주일에 5일은 정상식, 2일은 24시간 단식을 하는 5:2 식사법이나 16시간 단식 후 8시간 동안 식사하는 16:8 식사법 등을 통해 체중감량과 건강을 동시에 이루었다는 사례를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요요 없이 비교적 손쉽게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졌고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간헐적 단식에 도전하여 효과를 보게 되었다.

온갖 것을 다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여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효과는 바로 소화기관의 휴식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위에서 음식을 소화 시킬 뿐만 아니라 대장, 소장에서 그 영양분을 흡수하는 활동을 함과 동시에 몸에 노폐물이나 독성물질이 남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잠시 쉬게 함으로써 소화기관이나 순환기 계통의 기능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간, 폐, 콩팥, 대장 등의 정화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순환이 계속되면 비만은 물론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심장질환 등의 위험 요소도 덩달아 낮아진다.
다이어트 효과 때문에 간헐적 단식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목표는 바로 간헐적 단식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몸에 음식이 들어오면 혈당이 늘어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겨 혈당 조절이 어렵게 된다. 혈당 조절 능력이 저하할 경우 쉽게 비만에 이르는가 하면 당뇨병 같은 심각한 질환이 찾아오기 때문에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간헐적 단식은 혈당 안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슐린 분비를 감소시켜 체내의 발란스 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저녁은 죽 한 그릇만 먹어도 건강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한편 간헐적 단식이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2013년부터 간헐적 단식을 연구한 박용우 교수는 2020년 출간한 그의 저서 '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을 통해 간헐적 단식과 치매의 연관성에 대하여 지속적인 만성 염증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쌓이게 만들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하였다. 만성 염증은 혈관 노화를 일으켜 심근경색, 뇌경색 등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비만이다. 그중에서도 내장지방이 축적된 복부 비만이 문제다. 그런 이유로 뱃살은 알츠하이머병, 암, 당뇨병, 심장병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단식을 통해 비만을 퇴치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면 전신의 건강뿐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끼니 반란’ 프로그램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책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의 저자 브래드 필론은 저서를 통해 단식의 장점을 주장했다. 단식은 체지방지수를 낮추고, 다수의 염증 지표 및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자가소화작용 과정을 상향 조절해 노년기에 맞을 수 있는 다수의 질병을 예방하고, 신체가 세포 수준에서 필요한 유지 및 청소 활동을 진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몸속 세포들이 에너지를 내기 위해 세균, 불필요한 단백질, 세포기관, 미토콘드리아를 먹어 치우는데 이 과정에서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포의 과포화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침을 황제처럼 먹으라는 말은 단식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저녁을 가볍게 먹음으로써 위에 주는 부담을 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소홀히 하는 것이 저녁의 식사 관리다. 저녁에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모임을 통한 술자리에서의 안주와 저녁 간식으로 먹는 치킨의 경우 위에 많은 부담을 준다. 그럼으로써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활동력이 많은 아침과 점심을 잘 먹고 활동력이 떨어진 저녁에 가볍게 먹는 것은 몸의 리듬에 맞는 건강식이라 할 것이다.
결국 단식까지 가지는 말고 저녁을 가볍게 먹기만 해도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건강하고 싶은 사람은 저녁 식사를 거지처럼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