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존속해 온 문화의 터전
“형님, 우리 거창한 곳에 가서 차 한 잔 합시다.”
“거창한 곳이면 크고 비싼 곳을 말하는가?”
“아니지요. 카페는 카페인데 일제강점기 때부터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지켜온 곳이니까 거창한 곳이라는 말이지요.”
아는 것도 많은 그는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
그가 말하는 거창한 곳이란 전주미래문화유산 18호로 지정된 행원(杏園)을 말한다. 행(杏) 자가 살구나무 행(杏) 자요 원(園)은 동산을 뜻하니 살구나무집인 것이다.

풍남문이 보이는 거리에 있는 행원 안내판
풍남문에서 전라감영으로 향하는 풍남문 3길에 있는 행원(杏園)은 1920년대 전주에 일본인들이 들어와 세력을 넓히며 상권을 형성하면서 그들에 대적하여 우리 것을 살려 나가기 위하여 1928년에 조선 요리 전문점 ‘식도원’으로 문을 열었던 곳이다.
이후 ‘낙원’으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남전 허산옥이 인수하면서 ‘행원’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고급 요릿집으로 당대의 국악인이나 문화예술인들이 예능을 전수하여 이어 오던 문화 예술의 산실 역할을 한 곳이다.
배가 고파서 밥 먹으러 가는 음식점이 아니라 멋과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우리 문화를 지켜온 행원 입구
풍남문에서 전라감영 쪽으로 조금 가다가 오른쪽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행원이 나오는데 지금은 음식점이 아니라 카페가 되어 있다. 입구에 걸려 있는 사진들이 귀한 사진들이다.
먼저 “전주미래유산 18호라는 안내문이 눈에 띈다.
그리고 ”행원이 지나온 시간의 기억“이라는 제목하에 1928년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가 요약되어 있다.
1928년에서 1938년까지는 ‘식도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요리점을 했다고 한다. 이는 1931년에 발행된 ‘전주 안내도 표기에서 발췌했다고 출처를 밝히고 있다.
1938년에서 1942년까지는 ‘낙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요릿집을 했다고 한다. 이는 1942년에 발행한 전주부사 표기에서 발췌한 것이다.
1942년에서 1983년까지는 행원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요정을 운영했는데 ’문화예술인 후원의 집‘으로 불렸으며 남전 허산옥이 운영을 했다고 한다.
1983년부터 2017년까지는 행원이라는 이름으로 소리 공부방을 겸했는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 보유자인 성준숙 선생이 운영을 했다고 한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는 역시 행원이라는 이름으로 ’복합문화공간 소리가 있는 한옥 카페‘로 운영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전북 전통문화연구소에서 공동 운영하고 있다.

행원 입구에 전시된 전주의 오래 전의 사진들
이 행원이 다른 요릿집과 다른 것은 문화 예술을 아는 사람들이 즐겨 찾던 문화 예술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행원으로 들어가는 대문 앞에 사진 몇 장이 걸려 있는데 오래 전의 전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한 사진들이다.
1920년대의 대정거리라는 사진은 지금의 웨딩 거리를 말한다. 흰색 두루마리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고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2층 기와집이 보인다.
1920년대의 도청 청사가 보이는데 2층 양옥이다. 그 옆에는 1980년대의 도청 청사 사진도 있다.
1935년에 찍은 풍남문이 있는데 대문 안으로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1920년대 전주 시가지는 단층 기와집과 초가집이 섞여 있다. 당시의 전주성을 표시한 전주 지도가 보이고 1930년대 남문밖 시장의 모습도 보인다.
또 1914년에 찍은 지금의 객사인 풍패지관도 있다.
지금은 한옥 카페로 개조되어 전통차를 중심으로, 커피, 논커피(우유), 에이드, 허브티, 스무디, 칵테일, 사케, 디저트 등 메뉴가 다양하다.
행원 구조는 옛 가옥을 그대로 살려 보존되어 있으며 와유관, 민화관, 풍류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행원 감상법이 적혀 있다.
- ㄷ자 복도: 근대식 한옥 구조 및 일본식 중정을 감상하는 곳
- 와유관: 애향 전주의 면모를 보여주는 예술인들 작품 감상
- 민화관: 현대 민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북카페 및 체험 공간
- 풍류관: 미닫이 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고 주말에는 국악 라이브 감상
행원은 전통 그대로의 고즈넉한 한옥과 정원이 있으며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힐링 문화 복합공간 카페다.
예향 전주의 면모를 보여주는 예술인들의 그림, 자기, 자개 등의 작품들이 있고 국악이 흐르는 특이한 곳이다.
차 한 잔을 마셔도 오랜 역사와 민족의 애환이 서려 있는 이런 곳에서 마시면 무언가 다른 풍취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