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시인의 처음 묘소를 찾아서

임실군 관촌면 신전리 부락 앞산

작성일 : 2024-02-06 08:27 수정일 : 2024-02-06 10:14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시인 신석정은 전북 부안 출신이다.

그런데 그가 죽어 처음 묻힌 곳은 부안이 아닌 임실 땅이었다. 전주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임실군 관촌면 신전리 앞산이 그가 묻힌 최초의 무덤이 있던 곳이었다.

어찌하여 고향인 부안으로 가지 않고 임실 땅에 묻혔을까?

 

신석정 시인과 생전에 친하게 지냈던 이기반 시인이 그 사연을 들려주었다.

1974년 신석정 시인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날 초상집 마당에서 유족들이 장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그때 이기반 시인이 평소에 신석정 시인이 묻히고 싶어 하는 곳이 있었다고 제안하였다.

 

 신석정 시인이 사후 처음 묻혔던 묫자리.  비닐하우스 위 동그라미 부분이다. 

 

평소에 이기반 시인과 함께 전주 근교의 산을 자주 오르내렸던 신석정 시인은 어느 날, 둘째 아들인 신광현 씨의 처가 동네인 관촌면 신전리 앞산에 이르렀을 때에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곳이 세상을 떠난 후에 몸을 누일 만한 곳이 아닌가.”

 

이 말을 들은 큰 사위인 시인 최승범 교수가 고인의 뜻을 받드는 의미로 장지를 임실군 관촌면 신전리 앞산으로 정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목가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대시인의 묘소였지만 처음 묘소는 비석이나 상석 하나 없이 어느 필부의 산소나 다름없이 평범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관리가 되지 않아 허술하게 보존되고 있었다. 

 

신석정 시인이 돌아가신 후 20여 년이 지난 199711월에 한국문인협회 임실지부 회원들 20여 명이 그곳 묘소를 찾아갔다. 산비탈에 있는 그의 묘소는 비석이나 장식제 하나 없이 여전히 쓸쓸했다.   

임실지부 회원들은 국화꽃을 들고 한 사람씩 묘소 앞에 서서 헌화를 했다.

 

 1997년에 신석정 시인의 묘를 찾은 임실문학 회원들의 헌화 장면 

 

그때 동반했던 이기반 시인이 평소에 신석정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함께 전주 주변의 산을 다녔는데 이곳을 사후 처소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날 신석정 시인의 제자였던 시인 문두근 교수가 신석정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신석정 시인의 무덤 앞에서 생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기반 시인 

 

그 후 부안군에서 신석정 문학관을 짓고 시인의 묘를 부안으로 옮겨갔다. 당시에 임실군에서는 미처 눈을 뜨지 못한 일이었다. 

대 시인의 첫 묫자리이니 비석도 만들어 세우고 기념비라도 만들어 두었더라면 문학 기행지요, 관광지가 되었을 텐데 참 아쉬운 일이다.

 

신석정 시인이 묻혔던 자리는 잡초가 욱어지고 부근에 비닐하우스까지 설치를 하여 어수선하다. 평지보다 상당히 높은 지점이고 정확한 지점도 찾기가 힘들다.

 부안에 있는 신석정 시인의 현재의 묫자리

 

이곳이 신석정 시인이 묻히고 싶었던 자리이니 어쩌면 혼은 여기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묻혔던 자리가 허술하게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시인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그곳을 바라보는 시인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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