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구입한 유물 첫선 보이는 전시회
대학 캠퍼스에 가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젊은이들로 가득 찬 곳이요, 학문과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곳이다. 엄청나게 넓은 캠퍼스는 사방팔방이 뚫려 있다. 이곳은 대학생들의 터전이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문화와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북대학교는 우리나라에서도 캠퍼스가 넓기로 소문난 곳이다. 건지산을 끼고 펼쳐져 참 넓기도 하다. 명실공히 전주의 학문과 문화의 산실이다.
거기 대학박물관이 있다.
누구나 관람이 가능한 곳이다. 마침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회 이름은 “들다”.
전시회장에 발길을 들여놓았는데 입구에 “받아들여져 들어오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나를 환영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뜻인가?
그런데 “들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안내문이 있다.
본 전시장의 2020년-2023년에 구입 유물 특별전은 전국에 흩어져 있던 유물들을 수집하여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각양각색의 유물들에 '특정 동사'를 적용하여 우리네 인생사와 같이 꾸며 보았습니다. 배우고, 나아가고, 전하고, 행하고, 잇고, 기리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발길을 잠시 멈추어 새로운 만남을 다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들다 - 받아들여져 들어오다”
특별전에 전시 되어 있는 유물들은 2020년에서 2023년 사이에 구입한 유물에 대한 특별전시회다. 4년 동안 대학박물관에서 구입한 새로운 소장품을 정리하여 처음으로 전시를 한 것이다.
전북대학교박물관은 소장품 확충과 교육적 활용을 위하여 매년 일정 규모로 유물을 구입해 왔는데 전국에 흩어져 있던 크고 작은 유물들을 전북인들과 함께 그 의미를 공유하고자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전북대박물관은 그동안 고문서와 옛 책들을 수집하는 데 주력하였는데 이러한 기록 출판 문화유산의 수집과 보전으로 후세인들의 자긍심을 길러주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한다.

겉은 누렇게 탈색되었어도 한 권 한 권이 소중한 고문서
최근에 구입한 유물은 2020년에 11점, 2021년에 41점, 2022년에 26점, 2023년에 46점을 구입하였으며 4년 동안 구입한 125점을 특별전시회를 통하여 공개하는 것이다.
가격의 고하를 떠나서 다양한 소장품들이 전국에서 모아졌기 때문에 그 사연과 가치가 무한한 것이라 한다.
전시실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여 전시하여 놓았다.
1. 배우고 나아가다- 학(學)· 진(進)
배우고 나아감에 있어 바르게 알고 따르는 마음은 매우 중요하다. 바르게 배워서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조선 선비의 인생 목표이기도 했다. 그것은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교재, 역사서, 사전류, 과거 관련 사료 등을 중심으로 “배우다 학(學), 준하다 준(準), 나아가다 진(進)을 살펴볼 수 있는 코너다.
2. 전하고 행하다 전(傳)· 행(行)
세상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다. 사람들은 계(契) 모임을 만들고 소식을 알리고 지역과 나라를 지키고, 공무를 집행하고 여가를 즐기면서 삶을 살아간다. 여기에 계 모임 문서, 편지, 공문서, 글씨와 그림 등을 중심으로 맞잡다-계(契), 전하다- 전(傳), 지키다 수(守), 행하다 행(行), 쓰고 그리다 서화(書畫)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3. 잇고 기리다 계(系)· 찬(讚)
세상에는 앞과 뒤가 있다. 선대의 올바름과 의로움을 후대에 널리 알리기 위한 많은 기록들이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 교본으로 삼았던 올바름과 의로움처럼 선대의 삶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는 노력을 볼 수 있다. 계보, 파보, 문집 등을 중심으로 잇다-계(系)와 기리다-찬(讚)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다음과 같은 또 하나의 안내문이 있다.
”작품의 색감과 작가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도록 커버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안전선 밖에서 감상하시기를 바라며 아이들의 관람에도 주의를 요청드립니다.”
작품은 크기나 모양이 각각 다르고 영역도 다양하다.
그중 팔폭 병풍 앞에 서니 낯익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주 주변 풍경을 중심으로 한 ‘완주 팔경’이다.
군산 사람 추경(秋耕) 추교영 작품이다.
한벽루를 배경으로 한 쌍의 청춘 남녀가 노닐고 있는 풍경을 비롯하여 다가정에서 활 쏘는 모습도 있고 기린봉에서 뜨는 달을 배경으로 여인들이 전통놀이를 하는 그림도 있으며 위봉폭포에서 머리 감는 여인과 오목대와 풍남문, 덕진연못도 있다. 그림 속에는 단순한 풍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숨어 있는 역사가 있고 풍습과 인정이 녹아 있다.

추경 추교영의 완주 팔경 병풍
팔 폭짜리 병풍은 또 있다. 김제 출신 유하(柳下) 유영완의 묵죽도다. 보통 묵죽을 그릴 때에는 힘이 솟고 장쾌하게 그리는데 유영완은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나약한 대를 그린다. 끈질기고 오래가는 생명력에 대한 갈망인 것이다.
붓글씨 가운데는 “전라감영에서 실시한 초시회 진건수 답안지”가 있다.
제목은 ‘물고기가 물에 살고 새가 숲에 사는 것처럼’이다.

전라감영에서 주최한 초시회 답안지
전에 과거 시험을 보는 사람 가운데 타고난 글씨 솜씨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글씨는 타고난 소질이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몇 배의 노력으로 극복했으리라.
그곳에는 많은 고서들이 있다. 지금처럼 쉽게 출판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으니 한 자 한 자 일일이 베낀 책들일 것이다. 그러기에 한 권의 책이 얼마나 소중한 책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보다” 특별전은 2024년 2월 1일부터 5월 25일까지 전북대학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