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산책) 미술관에서. W. H. 오든

Musee des Beaux Arts. W. H. Auden

작성일 : 2024-02-18 22:22 수정일 : 2024-02-19 08:10 작성자 : 정석권 기자

Musee des Beaux Arts

 

About suffering they were never wrong,

The old Masters: how well they understood

Its human position: how it takes place

While someone else is eating or opening a window or just walking dully along;

How, when the aged are reverently, passionately waiting

For the miraculous birth, there always must be

Children who did not specially want it to happen, skating

On a pond at the edge of the wood:

They never forgot

That even the dreadful martyrdom must run its course

Anyhow in a corner, some untidy spot

Where the dogs go on with their doggy life and the torturer’s horse

Scratches its innocent behind on a tree.

 

In Breughel"s Icarus, for instance: how everything turns away

Quite leisurely from the disaster; the ploughman may

Have heard the splash, the forsaken cry,

But for him it was not an important failure; the sun shone

As it had to on the white legs disappearing into the green

Water, and the expensive delicate ship that must have seen

Something amazing, a boy falling out of the sky,

Had somewhere to get to and sailed calmly on.

ㅡㅡㅡㅡㅡ

고통에 관해 그들은 결코 틀린 적이 없다, 옛날의 거장들은.

그들은 인간에게 고통이 차지하는 자리를 잘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거나 창문을 열거나

그냥 무료하게 걷고 있을 때 고통이 찾아오는 것도.

나이 든 이들이 경건하게, 열정적인 마음으로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적을 기다릴 때도,

숲의 가장자리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지칠 뿐

딱히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 아이들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옛날의 거장들은 잊은 적이 없다.

아무리 끔찍한 순교라 해도 일어날 때도,

세상 한구석, 어딘가 더러운 곳에서는

개들은 개의 삶을 이어가고, 고문관의 말은 가려워서

엉덩이를 나무에 비벼대는 것을.

 

예컨대, 브뤼겔의 그림 "이카로스"에서 세상만사는

재앙에서 아주 한가롭게 눈길을 돌린다. 농부는 아마도

풍덩 소리를, 절망의 외침 소리를 들었을 것이지만.

그건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실패였을 따름이다.

해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초록 물속으로 사라지는 하얀 다리를 비췄을 것이다.

그리고 값비싸고 멋진 배는 무언가 놀라운 일을,

하늘에서 소년이 떨어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겠지만,

도달해야 할 어딘가가 있었고 그래서 무심하게 항해를 계속했다.

----------------------------

미국의 시인 W.H.오든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서 브뤼헐의 그림들을 보고 "Musée Des Beaux Arts(미술관에서)"라는 시를 썼습니다. 미술관의 그림 감상을 시로 남긴 것이지요. 시의 주된 기능이 사회와 인간의 병리를 치유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오든은 브뤼겔의 그림을 통해서 고통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극복과 수용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오든이 감상한 작품은 16세기 플랑드르의 위대한 화가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 플랑드르)의 그림들입니다. 브뤼겔은 주로 농민들의 삶의 묘사를 통해서 휴머니즘과 예리한 사회비판적 관점을 표현했으며, 그래서 그는 농민의 화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브뤼겔의 원래 이름은 브뤼헐이었는데, 자신과 똑같은 이름과 직업을 가진 아들(Pieter Brueghel)과 구분하기 위해 Brueghel에서 h를 빼고 Bruegel로 서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브뤼겔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이름에 "The Elder"를 붙이기도 합니다.

 

  이 시의 화자가 미술관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옛날의 거장들(The old Masters)"은 르네상스 시대 또는 그 이전의 화가들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은 인간에게 있어 고통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연에서는 브뤼겔의 두 작품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적의 탄생(the miraculous birth)"은 예수가 탄생할 때 어떻게, 나이 든 사람들이 경건하고 열정적으로 기적의 탄생을 기다릴 때, 숲 가장자리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그 일이 발생하기를 딱히 원하지 않는 아이들이 항상 꼭 있었는지라고 표현하면서, 예수의 탄생이라는 위대한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근처 숲 가장자리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놀고 있는 것을 묘사합니다. 이 장면은 브뤼겔의 작품인 <베들레헴의 인구조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그림에서 한쪽에서는 세금을 더 많이 거두기 위해 혹독한 인구조사를 강행하는 와중에도 근처에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케이트를 타며 놀고 있습니다. "끔찍한 순교(the dreadful martyrdom)"는 브뤼헐의 또 다른 그림인 <베들레헴의 영아 학살>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그림에서도 영아들이 학살당하는 와중에 근처 동물들은 태연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위대하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세상의 일들은 그 일상적인 과정을 무심하게 이어 나가는 모습이 은연중에 작품 속에 드러나고 있음을 시는 묘사하고 있습니다.

 

  2연에서는 브뤼겔의 작품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을 다룹니다. 이카로스는 날개를 달고 크레타섬에서 탈출해서 하늘로 날아가다가 바다에 떨어져 죽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입니다. 이카로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에게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만들어 주면서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에 가까워지면 태양열에 날개가 녹아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하늘에 날아오른 이카로스는 비상의 즐거움과 하늘을 날며 느끼는 자유로움에 취해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경고를 망각하고 태양 가까이 날아올라 결국 바다에 추락하게 됩니다. 이카로스의 비상과 추락은 무모한 욕망으로 인해 재난을 당하는 것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많은 낭만주의 예술가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도전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농부(the ploughman)는 이카로스의 추락과 관계없이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고, 값비싸고 멋진 유람선(the expensive delicate ship)도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서 그저 항해할 따름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지만, 이카로스는 그림에서 숨은그림찾기처럼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에서 바닷속에 추락하는 그의 다리만 조금 보일 따름입니다. 오히려 밭 가는 농부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고 바다를 항해하는 유람선이 더 크게 눈에 뜨입니다. 브뤼겔의 작품이, 그리고 그 작품을 묘사하는 오든의 시가 말하는 것은 고통을 대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아무리 위대하거나 처참한 사건이 발생한다고 해도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든 지속된다는 것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브뤼겔이 활동하던 지역인 플랑드르(현재 네덜란드) 에는 "사람이 죽는다고 쟁기가 멈추는 법은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화가는 예수의 탄생이라는 기적적 사건 또는 이카로스의 추락이라는 비극적 사건과는 관계없이 일상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심 못지않게 주변 또한 다른 의미에서 중요하며, 그 어떤 거대한 중심적 서사에도 불구하고 그것과는 관계없이 그 주변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을 이어간다는 것을 브뤼겔은 그림을 통해서, 오든은 시를 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피터 브뤼겔 (Pieter Bruegel the Elder),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피터 브뤼겔 (Pieter Bruegel the Elder), <베들레헴의 영아 학살>

 

피터 브뤼겔 (Pieter Bruegel the Elder),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정확하고 빠른 전라북도 소식으로 지역공동체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건강한 정보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저작권ⓒ '건강한 인터넷 신문' 헬스케어뉴스(http://www.hcnews.or.kr)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영미시산책 #미술관에서 #오든 #Musee_des_Beaux_Arts #W._H._Au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