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들이 몰래 먹었던 정력 식품 추어탕

어느 때 먹어도 보양식인 추어탕의 효능

작성일 : 2024-02-22 08:06 수정일 : 2024-02-22 09:23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추어탕(鰌魚湯)은 예로부터 남자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정력 음식으로 소문이 났다. 그런데 주로 하인들이나 소작농들이 먹는 천한 음식으로 여겨 양반들은 드러내놓고 먹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몸에 좋은 것은 알고 있던 터라 밤에 몰래 먹었다. 정력에 좋다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양반집 마나님들이 은밀히 추어탕을 구해서 밤에 남편에게 먹게 하였다.

 

추어탕이 남자에게 좋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말이다. 단지 영양가가 높다는 것뿐만 아니라 양기를 좋게 한다는 의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다.

중국의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에서 미꾸라지는 양기를 북돋아 주는 식품이라고 했다. 특히 발기가 되지 않을 때 끓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 하였다. 조선 후기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도 미꾸라지는 양기가 약할 때 끓여 먹으면 양기가 살아난다고 하였다.

 

 추어탕 한 그릇이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보양식이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추어탕은 맛이 매우 기름진데 한양에서는 성균관의 반인(泮人)들이 즐겨 먹는다고 했다. 반인은 성균관에 소속된 신분이 낮은 사람들로 노비나 백정만큼 천하게 여긴 최하층 계급이었다.

추어탕은 청계천에 살던 거지들인 꼭지가 팔던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하층민들이 먹던 천한 음식으로 여겼기 때문에 점잖은 양반들이 대놓고 먹기가 껄끄러웠던 것이다. 마치 요즘 개고기로 끓인 보신탕을 드러내놓고 먹기는 눈치가 보이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세기 초반의 어류 사전인 난호어목지에서도 미꾸라지는 기름지고 맛이 좋아 시골 사람들이 잡아 진흙을 토하게 한 후 국을 끓이는데 맛이 특이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주로 돈 없는 사람들이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의 플레이보이라 할 수 있는 중국소설 금병매의 주인공 서문경도 미꾸라지를 먹었다고 한다. 금병매에서 서문경의 정력을 상징하는 것이 미꾸라지였다. 서문경이 하룻밤에 열 명의 계집을 상대해도 정력이 시들지 않는 묘약을 구하기 위해 서역에서 온 중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때 나온 요리가 미꾸라지 요리였고, 집안 병풍에도 미꾸라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미꾸라지가 서문경의 정력을 상징하는 징표였던 것이다.

금병매는 선정적인 내용이 많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과 요리법이 방대해 중국에서는 홍루몽과 함께 당대의 요리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쓰인다.

 

 이 중에 한 그릇 골라 먹으면 기운이 펄펄 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력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먹는 사람이 많은데 조선시대 양반들이 추어탕을 먹었다는 기록은 찾을 수가 없는 것으로 봐서 미꾸라지는 소작농이나 천민들이 먹었던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추어탕이 빈부 차이를 떠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1920년대 무렵이다. 근대 잡지인 별건곤에 보면 경성의 맛집 소개하는 글을 보면 선술집은 대개 하급 노동자들이 드나드는 곳이요,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별로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제가 곤란해서인지 계급 사상의 타파를 위해서인지 말쑥한 신사들도 요릿집 다니듯이 선술집을 다닌다고 하였고 선술집 중에도 화동(花洞)의 추어탕 집은 술맛도 술맛이거니와 여름 휴업 시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추어탕이 있고 다른 곳보다 별미여서 누구나 한번은 가보려고 한다고 했다.

 

1924년에 발행된 요리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추어탕 끓이는 방법이 나타나 있다. 하층민의 음식이었던 추어탕이 요리책에도 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선술집에서 추어탕을 시켜 먹을 정도로 대중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추어탕은 남원 추어탕을 비롯하여 지역별로 특색이 있는 음식으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전통을 자랑하는 일부 추어탕 집은 내로라는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푹 삶아 진하고 고소하게 끓여낸 음식으로, 단백질과 칼슘, 각종 비타민이 들어 있어 피로를 해소하고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다.

 

추어탕에 쓰이는 주재료로 쓰이는 미꾸라지는 입가에 작은 수염이 달려 있고, 비늘이 없으며 미끌미끌하다. 물 속이나 진흙 속에서 살고 있지만 물 위로 입을 내밀어 내장 호흡을 하는 물고기자. 가물거나 추운 겨울이면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숨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꾸라지는 미꾸라지와 미꾸리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생김새와 이름은 비슷해도 엄연히 다른 종이다.

미꾸라지는 미꾸리에 비해 몸이 전체적으로 가늘고 길다. 미꾸리보다 옆으로 더 납작하고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하여 별칭으로 납작이 또는 넙죽이라 불린다. 미꾸라지 암컷은 수컷보다 크고, 암컷은 가슴지느러미가 둥글고 짧은데 반해 수컷은 가늘고 길다.

미꾸리는 몸이 긴 원통형이며 뒤쪽으로 갈수록 점차 옆으로 납작해진다. 미꾸라지보다 몸이 둥그스름하기 때문에 별칭으로 둥글이라 불린다.

 

 추어탕의 재료인 미꾸라지. 기운이 팔팔하게 해준다. 

 

추어탕의 주 재료인 미꾸라지는 불포화지방산, 미네랄,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들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몸의 피로를 해소해 주고 기력을 회복하여 준다. 그리고 루신과 라이신 등 필수 아미노산 성분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주는 기능이 있어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다.

EPA, DHA 등의 불포화지방은 혈관 속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어 고혈압 개선은 물론, 심혈관 질환, 성인병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

 

추어탕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영양 성분 분석에 따르면 추어탕 1회 섭취량(350g)에는 473.83의 칼슘이 들어있다고 한다. 보통 우유 200200의 칼슘이 들어있는 것을 고려하면 추어탕 한 그릇으로 우유 두 잔 이상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골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골격 형성 및 유지와 혈액 응고를 막고 신경과 근육 기능 유지 등 인간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음식이다.

 

미꾸라지의 끈적끈적한 점액에 있는 콘드로이친은 혈관을 깨끗하게 해주고 항산화 성분이 포함돼 있어 노화 방지, 피부미용 효능이 있으며 철분도 많이 들어있어 빈혈 개선 및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비타민 A 성분도 풍부해 눈의 피로를 풀어주거나 야맹증과 같은 안구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추어탕은 소금을 뿌려 깨끗하게 세척한 미꾸라지를 푹 삶은 뒤 갈아서 된장과 시래기, 쌀뜨물, 들깨가루 등을 넣어 끓인다. 먹기 전에 후춧가루나 산초가루를 넣고 먹으면 비린 맛을 잡아주고 맛이 배가 된다. 추어탕의 주재료 미꾸라지는 뼈까지 함께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칼슘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는 골다공증을 비롯한 뼈에 좋은 음식이다.

 

미꾸라지는 주로 추어탕으로 먹기도 하지만 구이나 튀김으로 즐겨 먹는다.

추어탕 튀김은 손질한 미꾸라지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단하게 간을 해주고 밀가루를 입혀준다. 밀가루, , 소금, 계란을 섞은 튀김옷도 준비한다. 팬에 기름이 예열되면 밀가루를 묻힌 미꾸라지에 튀김옷을 입힌 뒤 바삭하게 튀겨내면 시원한 술안주로 먹기에 그만이다.

 

추어탕(鰌魚湯)의 추() 자는 가을 추() 자가 아니라 미꾸라지 추()자다. 흔히 추어탕은 가을에 먹는 음식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일 년 열두 달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생각난 김에 오늘 점심은 추어탕으로 먹는 게 어떨까 한다.

 

몸에 양기를 불어넣어 주는 추어탕을 많이 먹어 기운 내어 살아가는 것도 건강의 한 비결이 될 것이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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