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 주 수요일은 시낭독을 하는 날이다. 직원 월례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돌아가면서 한 줄씩 읽는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순화되고 정신이 맑아진다. 다소 흩트러졌던 생각들이 한 곳으로 모아져서 정리가 된다. 모두들 이 순간을 기대하고 즐기고 있기 때문에 울림이 있는 시를 찾으려고 가상공간을 열심히 여행한다.
이번에는 이해인님의 시 ‘9월의 기도’를 약간 개사해서 이용했다.

오늘의 소망 (9월의 기도)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 이 순간을 살게 하소서(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오늘 신바람 나게 하시고(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오늘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이 시를 몇 번 읽다 보니 마음에 쏙 들어서 외우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암송했다. 이해인 님의 이 시는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면서 날마다 읊조린다. 나의 애송시가 된 것이다. 이 시를 외우고 출근길에 나서면 온 세계가 나를 위해 있는 것처럼 자신감과 자존감이 후끈 솟아난다. 신바람이 저절로 나서 만사가 형통이다. 이 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이다. 큰소리로 외친다. 나는 ‘얼빛나눔디자이너’이다. 내가 만나는 분들의 얼(정신)을 빛나게 하고 함께 나누는 존재이다.
과거엔 외우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암송할 생각을 접었는데 내 스스로 작정하고 암기했던 첫 번째 시가 있다. 장시하 님의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이다. 이 시를 외우게 된 사연이 있다. 2011년 어느날 새벽 독서토론 중에 막간을 이용해서 한 분이 그 시를 낭송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감동이 벅차 올랐다. 낭독하고 싶다는 동기가 생겨서 당장 그 시를 반복해서 수백 번 읽고 외웠다.
어느 날 그 시를 딸 앞에서 완벽하게 외우게 되었을 때 나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무한한 가능성이 내게 있음을 깨닫고 시낭송 대회에도 출전했다. 좋은 시를 여러 번 반복하여 읽다 보면 내 마음이 저절로 순해지고 감정이입이 되어 더더욱 밝아지고 정화된다.
10월에 만날 시는 박노해 님의 ‘여행은 혼자 떠나라’이다. 싯귀 중에 “낯선 길에서 기다려온 또 다른 나를 만나 돌아올 땐 둘이서 손잡고 오라”가 있다. 또 다른 내면의 나를 만나는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으리라. 가까운 산책길에서 돌아올 때에도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
시는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영혼의 비타민’이므로 계속 음미하고 섭취해야 할 에너지이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 마음에 드는 시 한편을 읊조리면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도 의미있고 멋진 일이 아닐까?
좋은 시는 만물의 모습과 의미를 바꾸도록 도와주고,
또한 우리 자신에 대한 앎과
우리 주변 세계에 대한 앎을 넓히도록 도와준다.
- 딜런 토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