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문화사학자 신정일이 풀어놓은 정여립 사건 전말
조선시대의 크고 작은 사건 가운데 아직도 풀리지 않은 사건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정여립 모반 사건이다.
정여립은 정말로 모반을 했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1,000여 명의 조선의 천재들의 목이 달아났고 지금까지도 정여립의 모반에 대하여 진위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에 서울 다음으로 많았던 전주 출신 과거 시험 합격자는 꼴치로 뒷걸음쳤다. 전주 사람들을 완전히 매장시켜 버린 것이다.
그 중심에 정철이 있다. 정철이야말로 전라도 사람들을 완전히 매장시킨 장본인이다.
정여립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은 오랜 세월을 두고 이어져 왔다. 많은 사람이 후에 복권이 되었으나 정여립만은 끝내 복권이 되지 않은 채 모반자로 남았다.
이에 대하여 전북의 문화사학자이며 도보 여행가인 신정일이 367쪽짜리 책을 내놓았다. 이름하여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이다. 신정일은 부제로 “조선을 뒤흔든 정여립과 기축옥사의 음모를 밝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책에서는 전주에 있는 정여립에 대하여 황해감사 한준이 올린 한 통의 비밀 장계로부터 시작된 피비린내 나는 기축옥사에 대하여 수많은 자료와 증거를 중심으로 당시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저자 신정일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걷기운동의 열풍을 몰고 온 도보 답사의 선구자다.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을 펼쳤고 ‘길 위의 인문학’을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5대강과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변을 걸었던 사람이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우리 땅 구석구석을 발로 밟으며 6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이러한 이력과 독서광의 별명을 토대로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을 썼다. 이 책에는 정여립과 기축옥사에 대한 모든 자료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 읽어보면 기축옥사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자료와 증거를 중심으로 신정일이 지은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
당시 동인과 서인을 막론하고 뛰어난 천재로 평가받았던 정여립은 당시의 사람들에겐 너무 앞서가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정치판에서 대통령 후보가 될만한 사람은 가만두지 않고 잡아끌어 내리듯이 정여립을 보는 눈들이 곱지 않았다. 그가 실제로 모반은 하지 않았을지라도 의심을 받을 일은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당시의 사회는 개혁을 수용하지 않았고 의심만 받아도 살아남기 어려웠던 사회였다는 것이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았다면 임진왜란 때에 많은 활약을 했을 것이다. 왜군이 정유재란 때에 전북으로 들어오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재주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여립 모반 사건을 담당한 사람은 정철이었다. 처음에는 선조가 조사관으로 정언신을 임명했다. 그런데 정철이 정언신은 정철의 9촌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이 조사관이 되었다. 기회를 얻은 정철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정여립과 편지 한 통만 주고받았어도 모반자로 몰아세웠다. 심지어는 조사관이었던 정언신 마저 동조자로 몰아세워 쫓아냈다.
국문학사에서 이름을 날렸던 정철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악인이었던 것이다.
선조도 후에 정철을 지칭할 때, ‘악독한 정철, 간혹한 정철, 사악한 정철’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정철은 세자 책봉으로 광해군을 내세우려 했다가 선조의 미움을 사 명천으로 귀양살이를 갔다가 강계로 옮겨갔다.
정여립은 개혁가였다. 서인이었던 이이에 의해 추천을 받아 정계로 나선 정여립이 이이를 공격하는 동인 쪽으로 기울인 것은 이이의 미온적인 개혁 성향 때문이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같이 잘 살아가는 대동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조선 개혁가의 의지와는 달리 당시의 조선 정치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정여립의 개혁 사상은 벽에 부딪혔고 그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
정여립 사건이 조작된 사건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의 동인과 서인의 권력 싸움 틈바구니에서 동인을 모함하는 서인의 조작된 음모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나약하고 미련했던 선조가 임금이었다는 조건도 한몫한다.
선조가 영리하고 주관이 있는 임금이었다면 그렇게 큰 난리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들이 상대방 죽이기에 몰두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렇게 나라가 엉망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 일찌감치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선 것처럼 조선도 개혁이 이루어졌더라면 나약한 국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정일의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을 읽으면서 정여립 같은 천재를 후원하지 못하고 죽게 만든 조선 사회가 참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