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김세견 수채화 이야기
김세견 화백
그는 이야기하고자 한다.
화가의 이야기는 그림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미 40년 전부터 준비된 것이다. 그는 40여 년 전 겨울, 눈 쌓인 무주 구천동 월하탄 계곡에서 신이 그려놓은 설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외쳤다.
“오! 하나님, 당신은 정말 위대하시고 경이로우십니다.”

'제35회 김세견 수채화 이야기' 미술 전람회가 기린미술관에서 열렸다.
그 후 그 풍경을 그려보고자 무진 애를 써서 만들어진 작품이 지금의 전시 작품이라 한다.
“제35회 김세견 수채화 이야기”
미술전람회가 열리는 기린미술관 전시실을 들어서면 하지가 지난 여름인데도 오싹! 냉기가 돈다. 냉동실? 온통 눈에 덮여 있다. 그것도 수북이 쌓인 눈이다. 그가 40여 년을 공들여 온 설화다.
다른 전시회의 설경과 다른 것은 그림만 보고 지나갈 수가 없다. 그림 옆에 쓰여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그림을 그리게 된 내력과 그림에 깃든 이야기가 있다. 글을 읽고 나서 발길을 옮길 수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시 그림을 보아야 한다. 이야기 속의 풍경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미술전람회 이름을 ’수채화 이야기‘라고 붙인 것은 여느 사람이 말하는 그림이 전해주는 이야기만이 아니다. 다른 전시회에서 볼 수 없는 글로 쓰여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므로 ’김세견 수채화 이야기‘에 와서는 발길을 꽉 붙들어 두어야 한다. 그림 한 편 한 편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 속의 겨울. 함박눈을 이고 있는 전시장 내부의 전시물
김세견 화백은 크리스천이다.
그림의 소재도 영감도 신이 만든 경이로운 자연의 풍경에서 가져온다. 그는 붓을 들기 전에 기도 한다. 그림을 잘 그려도 하나님의 아들이 그린 것이고 잘못 그려도 하나님의 아들이 그린 거니 잘 그리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몸과 마음을 다하는 지극한 정성으로 작업을 한다.
그는 신의 걸작인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정숙해지고 경건해진다.
화가의 손은 위대하다.
그림 가운데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시골 마을의 작은 도랑이나 경사진 길이 있다. 작은 초가집도 있고 밭이랑도 있다. 그림 앞에 서면 누구나의 고향 풍경이다. 그렇다고 지금 고향 마을로 달려가 본들 그런 풍경은 없다. 이미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진 풍경이다. 이제는 그림 속에서만 존재한다. 화가의 붓놀림 한 번은 영원히 사라져갈 풍경들을 붙잡아 둔다. 그래서 화가의 손은 위대하다.
그의 그림은 “겨울 이야기 1, 2, 3...”으로 제목이 매겨져 있다.
그의 그림 가운데 “겨울 이야기 15와 16”이 있다. 그리고 상당히 긴 이야기가 쓰여 있다.

자신의 모습을 본듯하다는 두 폭의 소나무 그림과 이야기가 쓰여 있는 전시장
“또 시간이 가는가 봅니다. 화가는 자기를 그린답니다. 이 소재를 2016년 그리고 다시 그렸습니다. 2016년 작품은 쓸쓸하기는 했지만 여유로웠습니다. 한데 5년여가 지난 작품이 입을 앙- 다물게 달라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버거워하는 내 육신, 몇 잎 남지 않은 소나무 잎들. 근육만 남아 비비 틀어진 나무 등걸이 꼭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를 보는 것 같이 그리고 말았습니다....”
어느 수필이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진솔한 이야기가 함께 있다. 그림이 옆에 있으니 감흥을 더한다. 화가는 그림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도 말을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세견 화백의 수채화 이야기는 7월 14일(일)까지 기린미술관에서 열린다. 무더운 여름을 눈 덮인 풍경 속에서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미술전람회다. 그림과 글을 같이 보고 옛 추억도 끄집어낼 수 있는 일석삼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