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산책) 바람이 일어난다. 폴 발레리

The wind is rising. Paul Valéry

작성일 : 2024-06-24 00:15 수정일 : 2024-06-24 08:34 작성자 : 정석권 기자

The wind is rising

from "The Graveyard by the Sea"

(Paul Valéry / Translated by Brian Woledge)

 

The wind is rising! . . . We must try to live!

The huge air opens and closes my book,

The powdered wave dares to spout from the rocks!

Fly away, bedazzled pages!

Break, waves! Break with your joyous waters

This calm roof where sails pecked like doves!

 

* 프랑스어 원문

Le vent se lève!

de "Le ciemetière marin"

 

Le vent se lève! . . . il faut tenter de vivre!

L'air immense ouvre et referme mon livre,

La vague en poudre ose jaillir des rocs!

Envolez-vous, pages tout éblouies!

Rompez, vagues! Rompez d'eaux réjouies

Ce toit tranquille où picoraient des focs!

 

"바람이 일어난다." - "해변의 묘지" 중에서

폴 발레리

 

바람이 일어난다! . . . 살아봐야겠다!

세찬 바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가루처럼 부서져 바위틈에서 뿜어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너의 기쁜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들이 비둘기처럼 모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

폴 발레리 [1871.10.30~1945.7.20]

20세기 전반 프랑스의 시인·비평가·사상가. 말라르메의 전통을 확립하고 재건, 상징시의 정점을 이뤘다. 20세기 최대 산문가의 하나로 꼽힌다. 저서는 매혹, 구 시장, 잡기장, 영혼과 무용, 외팔리노스등이 있다.

남프랑스의 항구도시 세트에서 출생하였다. 세관 검사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스 코르시카 출신이고 어머니는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이었다. 코르시카와 제노바 모두 지중해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때문에 지중해는 그의 전 작품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13세경부터 시를 짓고, 문학 서적을 탐독하였다. 18세부터 시작(詩作)에 몰두하였는데, 이듬해에 우연히 파리 사람 피에르 루이스를 알게 되어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얻었으며, 또 필생의 친구 앙드레 지드와 스승 스테판 말라르메에게 소개되어, 유망한 시인으로서의 기대 속에 순탄한 문학 생활이 시작되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25년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으며, 그 후로 프랑스의 공식적인 지적(知的) 대표로 추앙되었다. 유럽 각지에서 강연하고, 각종 단체와 학회 ·회의 등의 회장 ·의장을 맡아보았다. 또한 국제연맹에도 관계하여, 지적 협력의 중심인물로 활약하였다. 1937년 니스에 지중해 중앙연구소가 창설되자 소장으로 취임하였으며, 1937년부터 생애를 마칠 때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시학(詩學) 강좌를 하였다. 그가 죽자, 드골 정부는 국장(國葬)으로 그를 예우하였으며, 고향의 해변의 묘지에 안장하였다.

****************************************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24연의 긴 명상시인데, 인용된 부분은 그 마지막 시연입니다. 묘지가 있는 바닷가에서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요. 바닷가의 묘지라는 소재는 죽음과 삶이 절묘하게 병치된 공간의 상징으로 보입니다. 물론 묘지는 죽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이겠지요. 그리고 바다는 인간의 본향을 상징하기도 하고, 그 세찬 파도의 모습으로 인해 강한 생명력을 표현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해변의 묘지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사색과 결단의 상징적 공간으로 표현됩니다.

 

많이 인용되는 유명한 첫 행의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봐야겠다."는 다양하게 번역되고 해석되지요. 불문학을 전공한 평론가인 김현은 <해변의 묘지>의 마지막 연 첫 행을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로 번역했는데, 물론 적확한 번역입니다. 그러나 바람을 의인화시켜서, 죽었던 바람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과, 그리고 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한번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봐야겠다"라고 번역하는 것도 시의 맥락과 의미가 통하고 우리말의 리듬에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런데 바람이 일어나는 현상과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그러므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그것과는 관계없이? 그럴수록? 아마 발레리는 그 모든 해석이 가능하도록 그사이에 줄임표를 사용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은 불어오고, 그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그 의미를 해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남진우 시인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변주해서 시를 발표했지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 개의 노트 혹은 절망 연습'에서)

 

잠자던 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적어도 그 물리적인 변화만으로도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거나, 또는 잠자고 있던 우리의 생각을 일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정신상태가 변하는 것을 책을 펼치고 닫는 것으로 표현하며 거기서 힘이 생기는 것은 바위틈에서 물결이 가루처럼 부서지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화자는 책장을 날아가 버리라고 명령하며 과거의 책 속에 있는 지식에 대한 파격적 결별을 고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열망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새로운 삶은 바람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파도가 환희의 물거품으로 바위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건강하고 창조적인 생명력을 가진 삶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시인은 책장들은 날아가 버리라고, 파도는 환희의 물살로 부숴버리라고 강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잔잔한 파도에 돛배들이 떠있는 모습을 지붕 위에서 비둘기들이 모이를 쪼아먹는 광경으로 비유해서 묘사해서 바다의 풍경과 지상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대비시키면서 시를 끝맺습니다.

사진: 정석권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정확하고 빠른 전라북도 소식으로 지역공동체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건강한 정보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저작권ⓒ '건강한 인터넷 신문' 헬스케어뉴스(http://www.hcnews.or.kr)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영미시산책 #바람이_일어난다 #폴_발레리 #The_wind_is_rising #Paul_Valéry